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주석의 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인 12일 SBS 8시뉴스는 정상회담에서 효과지향적인 대북 제재 방식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효과지향적이라는 말이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이 손해라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라는 당국자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와 같이 효과지향적이라는 표현도, 이 표현에 대한 설명도 애매하긴 마찬가지인 정부의 입장은 핵실험 사태 대응 전반에 흐르고 있습니다.
북한 핵실험이후 12일까지 SBS 뉴스가 전해준 정부의 대응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은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11일 북핵 문제에 대한 제재와 대화를 적절하게 배합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무력사용이나 불행한 사태 없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정부의 대응책은 국제사회의 조율을 거쳐야 하며, 여기에는 한국의 의사와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포용정책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그의 태도가 11일에는 구체성이 없는 원칙론으로 바뀐 것입니다. 반면에 통일부는 9일부터 대북 포용정책에는 다양한 목표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PSI 곧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정부의 방향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은 사안별로 부분적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외교부 입장과 다를 뿐만 아니라 정부가 밝힌, 군사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과도 충돌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태도를 전하는 뉴스가 사람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SBS 뉴스는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사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뉴스는 지난 4일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포용정책 유지는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고 전망했고, 9일에는 정부가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대북 경협사업에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해 졌으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해 지는 분위기라면서 경제, 군사적 제재 조치가 담긴 유엔헌장 7장을 들었습니다. 뉴스는 10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람보다는 미국에 있다는 사람이 많고, 대북 강경책보다는 외교적 해결을 지지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포용정책과 경협 등의 폐기나 변경이 대중적 정서와 어긋나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뉴스가 사태를 전망할 때는 대중적 정서가 정책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DJ 정부이후 지속된 대북 포용정책이나 경협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는 단순한 주제가 아닙니다. 정부 스스로 우왕좌왕할 정도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민감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태도입니다. PSI 참여 확대문제도 정부와 여당사이에서조차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주제입니다.
11일 뉴스는 유엔이 군사제재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경제제재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입장 때문에 군사제재 결의가 어렵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뉴스는 군사제재 결의가 불가능함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도 안보리가 아니라 총회에서 결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것은 착오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의 참전은 안보리 결의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유엔 헌장에 따르면, 총회는 안보리에 권고할 뿐 결의하여 실행할 권한이 없습니다. 당시 안보리 결의가 가능했던 것은 소련이 불참함으로써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당시에는 중국이 아니라 대만이 상임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미국의 영향력이 더 잘 먹혀 들어가던 때였습니다.
핵실험이 어느 정도 성공했는가에 대한 보도도 좀더 차분했어야 합니다. 뉴스는 처음부터 북한 핵실험을 성공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9일 북한 핵실험 규모가 TNT 800톤 정도라는 지질자원연구원의 분석을 전하면서, 2차대전 당시 일본에 떨어뜨린 1만 5천 내지 2만 2천 톤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폭발 규모이지만, 이런 소규모 실험이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도했습니다. 다음 날 뉴스는 북한이 과연 핵실험에 성공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국내외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번에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소규모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고급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이런 논란은 9일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었던 일인데, SBS는 9일 뉴스에서 이를 주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북한 핵실험 사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미국의 태도입니다. 뉴스는 미국 내에서 부시 대통령의 강압적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비판들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런지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쪽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대폭 확충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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