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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민주주의창-보수당과 언론②

더 타임즈, 기사량에서 블레어보다 적게
대형 언론(신문)사를 소유하고 있는 사주와 정치인과의 관계. 우리사회에서 남의 일이 아닌 문제다. 신문의 정파성이 두드러지는 영국의 예를 통해 한국상황을 우회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다국적 언론사주 머독이 영국에서 소유한 신문은 대중지 '더 선' 외에 정론지 '더 타임즈(THE TIMES)'가 있다.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어 이념적으로 보수당에 가깝지만, 사주 머독의 영향으로 블레어에 우호적인 이중성(二重性)을 견지한다.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카메론이 연설한 내용을 보도하는 태도에서도 이같은 특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타임즈는 7,8면 21면의 3개 면에 걸쳐 카메론의 당수 취임 뒤 첫 전당대회 연설을 다뤘다. 기사 없이 사진만 실은 1면을 합친다 해도 4개 면이다. 9월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블레어 연설 때 1면의 사진과 기사를 포함해 5개 면을 배려했던 것과 약간 차이나는 모습이다. 여기까지는 현직 총리와 야당 당수라는 차이가 있어 기사 가치에서도 중요성이 떨어지므로 중립성을 논할 계제가 아니다. 따라서, 기사의 양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타임즈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블레어가 연설했을 때는 그를 칭찬하는 내용으로 기사를 가득 메웠다. 반면, 카메론의 경우 일면 긍정적이면서도 비판도 가하는 묘한 중립이 드러난다.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냉정하게 다루되, 사설이나 해설기사를 통해 카메론을 비판하는 식이다. 물론 비판하는 시각이 어디에 기초하는 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기사 제목과 내용은 담담한 논조
먼저 기사부터 보자. 1면에 카메론과 아내 사만다의 사진을 싣고, "카메론, 새로운 세대를 위해 연설하다. (Cameron makes his pitch for a new generation)"라고 비교적 우호적인 논조로 담담하게 전한다. 그러나 "연설하다(pitch)"가 그리 긍정적인 뜻을 갖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허장성세(虛張聲勢)로 떠벌린다는 의미가 약간은 담겨 있기 때문이다. 6,7면을 하나로 합쳐 제작한 기사에서 큰 제목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 카메론, 블레어의 책임을 말하다. (No turning back. Cameron pitches for Blair's mantle)".

여기서 제목의 앞부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는 표현이 핵심 키워드다. 새로운 가치관을 단호하게 추구하겠다는 카메론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갖는다. 과거 회귀란 보수당의 완고한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지는 전통 보수당 지지층에게는 좀 달갑지 않은 표현이다. 물론 카메론과 보수당 지도부가 심혈을 기울여 겨냥하는 신세대에게는 대단히 호소력있는 문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책에서 구체적인 예를 찾아야 더 실감난다. 자녀를 가진 독신가정(single parents) 인정, 동성 결혼(homosexual marrige) 허용, 환경(environment)에 대한 깊은 관심... 이런 주제들은 그 동안 전통을 고수하던 보수당에서 금기(禁忌)로 삼던 소재다. 

한국팬들의 가슴도 촉촉히 적셔 주는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로 서(Sir) 칭호(Title)를 받은 영국 출신 세계적인 팝가수 엘튼 존(Elton John)이 동성결혼을 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는데... 새롭고도 젊은 보수당을 표방하는 카메론 입장에서 뱀이 허물을 벗고 더 산뜻한 새로운 색상의 옷으로 갈아 있는 그런 입장이라고 할까. 새 집으로 이사 가서 새로 도배하고 장판 깔면서 새물 내 물씬 풍겨 분위기 일신하는 그런 모습이다. 보수당도 이런 새로운 가치관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젊은 정당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지난날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젊은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겠다는 뜻을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는 제목에 담아 전달한 것이다.  

카메론에 대한 냉소적 입장도

하지만, 제목의 뒷부분 "카메론, 블레어의 책임을 말하다"는 주제를 벗어나는 다소 일탈적인 제목달기로 평가된다. 카메론의 연설이라면 블레어를 칭찬하거나 비판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본질은 아니다. 카메론의 정책과 식견, 가치관을 소개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바른 판단을 하도록 만드는 게 기사의 본령이다. 그런데, 정책 가운데 주요 내용을 소개하지 않고, 블레어의 책임만 말하는 듯한 그것도 무엇이 책임이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짚지 않은 채 말하는 듯한 제목달기는 카메론에게 결코 우호적이라고 볼수 없다.

카메론의 연설을 12개 항목을 나눠 요약 소개한 하단 기사는 한발 더 나갔다.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가 되고 싶습니다.(I want to be the Prime Minister of this country, not president)"라는 제목. 격에 맞지 않는 제목으로 카메론을 바보로 만들기 십상이다. 카메론이 제시한 정책을 요약, 소개하는 기사라면 당연히 그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을 골라야 격에 맞는다. 새로운 정치철학이나 기존의 보수당과 다른 새로운 지향점 가운데 하나에서 뽑아야 정상적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는 총리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면 흔한 말로 생뚱맞다.

물론 우리식으로 해석하면 당수가 차기 대권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당연히 당수가 총리가 된다. 따라서, 하나마나한 소리가 된다. 물론 총선을 이기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대통령" 언급 부분을 빼는 게 순서다. 그렇다고 냉소적인 제목으로 일관한 것만은 아니다. 보수당의 지지층인 재계와 부유층의 관심사 세금을 비롯해 노동당을 공격할 소재로 선택한 NHS 실정(失政), 환경과 새로운 가정관 정립 등 카메론의 연설을 알기 쉽게 12개 항목으로 조목?운데 '타임즈' 밖에 없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우호적인 지지의 끈도 놓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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