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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불가리아·루마니아, EU 가입

ITV·BBC 두 나라 조명

최근 영국언론에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부쩍 오르내린다. 신문은 물론 TV 뉴스에 유럽의 동쪽 끝에 있는 두 나라가 자주 조명된다. 민영 ITV는 지난달 루마니아의 충격적인 어린이 밀매 실태를 취재 보도했다. 현지 르뽀를 통해 가난에 찌든 일부 농촌에서 어린이를 인신매매조직에 팔아 넘기는 현장이 생생하게 화면에 담겼다. 국가의 복지 혜택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반쯤 버려지다시피 방치되고 있는 장애 어린이들의 비참한 삶도 영국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가끔 우리 TV 화면에 비치던 특수시설의 장애아들의 모습과 오버랩돼 더욱 인상깊었다.

BBC도 고발성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는 아니지만,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현지르뽀를 메인 뉴스 시간에 방송했다. 영국이나 기타 서유럽행 비자를 얻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이 부분은 우리도 미국행 비자를 얻기 위해 줄서는 우리 모습과 큰 차이 없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들어오면 잠적하기 일쑤다. 60년대 한국 농촌을 연상시키는 낙후된 거리 풍경. 당나귀나 말이 끄는 달구지를 타고 짐을 나르는 모습... 여기에 정부 관계자 인터뷰가 덧붙여진다. 잘 교육받은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TV 화면은 어두운, 구석진, 낙후된 모습을 비추고... 장관의 미화된 이미지를 강조하려 애쓰고... 아직은 양측이 서로 다른 길을 달리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유럽 연합 가입…이주 폭증 명암

영국의 언론들이 두 나라를 조명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두 나라가 내년부터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가입을 앞두고 영국이나 서유럽 각국은 이 나라들에서 몰려올 이민자들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2004년 5월 1차로 폴란드를 비롯해 과거 공산권 8개 나라를 비롯해 10개 나라가 유럽연합에 들어온 뒤로 각국은 이 나라들에서 온 불법, 합법 이민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경제적으로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두 나라가 다시 가입한다고 하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으로 잔뜩 경계의 눈초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보도 역시 이 연장선에 놓여 있다. 지난 2004년 5월 이후 2년간 영국에 들어온 이민자, 정확히 노동허가를 얻은 동유럽 출신은 60만 명에 이른다.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여서 일각에서 노동허가 규제 등의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지나친 증가는 사회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염려에서다. 이를 알기에 불가리아나 루마니아의 정부관리들은 자국 국민이 교육 수준이 높은 인재들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물론 한편에서는 제한없이 이민자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영국에서 재계(財界)가 특히 그렇다. 흔히 말하는 3D 업종을 피하기는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값싸고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블레어 정부가 불가리아나 루마니아 국민에 대해 별다른 제재조치를 가하지 않기로 한 것도 다 이런 경제현실, 즉 양질의 노동력 확보를 주장하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 이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산업연수생이나 노동허가제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분야의 국내산업은 고사(枯死)를 면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필요하다면 다른 사회적인 측면, 예를 들어 복지나 교육 등에서의 추가지출이나 범죄등의 불안요인은 일정 부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잃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사회개혁 견인

불가리아나 루마니아의 유럽연합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상생(相生)이라는 의미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날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나라의 협력을 남북협력(南北協力)이라고 표현했었다. 남쪽의 가난한 나라들도 산업화를 통해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란 로스토우 등의 단계적 발전론과 남측은 북측에 종속돼 결코 잘살게 될 수 없다는 종속이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그러나 21c 들어 유럽 연합의 사정을 들여다 보면 두 이론간 논쟁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되고 만다. 종속이론에서는 미국의 남아메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적 경제 지배를 문제 삼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럽연합 내의 선진국가들 즉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등은 미국과 달리 유럽연합 내 후진국들에 대해 제국주의적 경제이익 관철이나 군사적 패권 추구에 나서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제공한다. 

경제 뿐이 아니다. 이들 국가는 아직 정치적으로 안정된 민주주의를 구가하지 못한 채 부패가 난무하고, 사회제도 역시 합리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민주주의와 합리적인 사회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사회개혁과 일정수준의 기준을 요구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개발자금이나 각종 유무형의 지원을 제한한다. 하나의 정치 경제 블럭을 형성해 남측국가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삶 자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다. 인류의 행복이라는 궁극적인 가치에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  

유럽에서 남북 상호 발전…동아시아는?

물론, 유럽연합 내 기존 북측 국가들도 이득이 많다. 우선 정치정세의 안정이다. 불과 20여년 전까지 이들은 서로 적대국이었다. 과거 공산권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현상은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桑田碧海) 느낌이다. 고르바초프의 소련 개혁 이후 공산주의가 붕괴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독일이 통일된 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 온 어제의 적과 동지의 개념이 없어졌다. 미국과 소련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긴장하던 시절이 가고, 유럽이 이제 단일 정치세력으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다 앞서 살펴본 대로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받아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이렇게 본다면 물론 여러 부작용도 나오고 있지만, 큰 틀에서 남북의 협력으로 상호발전이란 실(失)보다 득(得)이 큰 값진 결실을 일궈내고 있음을 확인한다. 두 나라가 가세해 27개 나라 4억 8천7백만 명의 정치경제 블럭이 된 유럽 연합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이럴 때 동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다르다. 한국과 북한, 중국, 대만, 일본, 러시아, 몽골... 바다 건너 한 식구인 미국. 20c 냉전이 그대로 살아 있고, 영토분쟁이 복병처럼 튀어나오며, 과거를 반성하고 정리하지 않는 시대착오적 가치관... 영토만 곁에 두고 물건만 사고 팔지 아직도 너무나 멀고 먼 관계다. 일본은 과연 유럽의 강대국에 해당하는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등과 어떻게 다른가. 중국이나 우리의 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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