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면 언론은 으레 “국민은 이들의 안중에 없다”는 말로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어떤 점에서 국민이 무시되고 있는가 하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이 관행적으로 남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조계를 이끌어가는 세 바퀴라고 하여, ‘법조3륜’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법원과 검찰, 변호사들 사이의 갈등을 보도한 지난 주 뉴스도 바로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 파문으로 법조계에 긴장이 조성되자 SBS 뉴스는 지난 21일 법원과 검찰, 변호사 모두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라는 사실을 망각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대법원장이 발언 파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지난 26일 뉴스는 이번 파문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만의 주도권 다툼”, “국민은 빠져 있는 그들만의 논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스는 법원은 자신들이 주가 되는 공판중심주의만 외쳤지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판제도 논의에는 소극적이며, 검찰은 준비 부족상태인 증거 분리제출 방침을 전격 발표해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스는 법조계의 다툼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잘 모르겠다는 한 시민의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으면서 부적절한 밀월관계를 유지해 온 ‘법조3륜’의 평화를 뒤흔든 사건이었습니다. 대법원장의 발언은 24일 “법원과 검찰, 변호사는 같은 배를 탄 동지가 아니다”라는 부장판사의 발언으로 뒷받침되었습니다. 상호견제가 사라져버렸던 이들의 관계에 적절한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들 싸움의 핵심 쟁점인 공판중심주의만 해도 수사기관과 피의자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판중심주의로 가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생활과 아주 밀접한 쟁점입니다. 그런데 이를 사회적 의제로 설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논쟁’으로 묶어버린 당사자는 다름 아닌 언론입니다.
공판중심주의가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잘 모르겠다는 시민의 말은 법조계 갈등의 의미와 쟁점을 제대로 짚어주지 않은 언론에 대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판중심주의를 도입한다고 해도, 새 제도를 한국적 현실에 접목하기 위한 손질과 준비작업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미국식 공판중심주의 모델과 한국적 현실의 괴리를 들어 새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지난 22일과 26일 SBS 뉴스가 바로 적절하지 않은 비판의 사례입니다. 22일 뉴스는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완책이 없이 공판중심주의만을 도입할 경우 범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처벌만 줄어들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무런 보완책도 없이 새 제도를 도입한다는 전제자체에 문제가 있는 비판입니다. 26일 뉴스는 “우리의 사법현실에 맞게 정착시키지 않을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것역시 새 제도를 도입하면서 우리의 현실에 맞게 다듬지 않는다는 전제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뉴스에서의 비판기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비판이 빠진 뉴스는 짠맛을 잃은 소금처럼 쓸모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의 아파트 후분양제 비판은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25일 SBS 뉴스는 분양가가 높다는 논란을 빚은 은평 뉴타운에 대해 서울시가 아파트를 짓고 나서 분양하는 ‘선시공 후분양제’라는 대책을 내 놓자 이를 비판했습니다. 후분양제로 분양가를 떨어뜨릴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집값 불안을 키울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스는 논란의 핵심인 높은 분양가에 대한 해결책이 후분양제에 제시되지 않아 해법의 방향이 틀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뉴스가 잘못 짚은 것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내놓은 후분양제는 높은 분양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대증요법이 아닙니다.
뉴스가 보도했듯이 실제 들어간 비용을 토대로 분양가격을 정하겠다는 것이 후분양제의 취지입니다. 이 때문에 후분양제는 그동안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었습니다. 사업자가 만일 터무니없이 높은 추정치 분양가를 제시한 것이라면, 후분양제로 값이 떨어질 것이고, 이미 적정한 분양가를 제시했었다면, 후분양제로 분양가가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뉴스는 “먼저 공사를 하고 분양을 하기까지 금융비용 부담이 추가돼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걱정했는데, 그만큼 청약자의 금융비용 부담은 줄어들므로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분양가가 올라가는 것은 사업자가 제시한 추정치 분양가가 적정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이런 가정은 은평 뉴타운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높다고 뉴스가 지금까지 비판한 것과 맞지 않습니다.
은평 뉴타운의 분양가가 높은지, 적정한지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높다는 언론의 주장도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한 것일 뿐인데, 주변에는 뉴타운에 들어설 아파트의 주거환경과 비교할만한 아파트 단지가 없습니다. 언론의 높은 분양가 비판이 검증결과 사실과 부합한다면 후분양제로 인해 분양가는 당연히 떨어질 것입니다. 뉴스가 고분양가와 후분양제를 함께 비판한 것은 공감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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