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제들이 최근 '개성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증가하는 영화제 홍수 속에서 자신들만의 특징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단편영화제를 포함, 국내에서 매년 개최되는 영화제는 어림잡아 25개.
매달 두 개 이상의 영화제가 개최되는 셈이다.
영화제를 찾는 관객은 일반 관객보다는 열혈 영화팬이 더 많다.
어찌 보면 한정된 관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얼마나 끌어모으느냐에 영화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
◇ 부산영화제 : 필름마켓 출범으로 상업성 강화
'아시아 중심 영화제'를 표방하고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11회를 맞는다.
지난해까지는 씨앗을 뿌린 시기였다면 올해부터는 성과를 거둬들이는 시기인 셈이다.
새로운 10년을 내다보며 부산영화제는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리미어 상영작을 다량 확보하는 한편 비즈니스 영화제로서의 면모 갖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윤나 부산영화제 사무국장은 "얼마나 많은 프리미어 상영작을 확보하느냐에 영화제의 내적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올해는 67편이 부산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데 이는 부산영화제 역사상 가장 많은 편수"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가 올해 처음 진행하는 아시안필름마켓은 비즈니스 영화제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
부산영화제는 이미 1998년부터 진행해온 사전 투자 프로젝트 PPP(Pusan Promotion Plan) 행사로 비즈니스 영화제로서의 토대를 닦아놓았다.
여기에 영상기자재 전시회 부산국제필름커미션ㆍ영상산업박람회(BIFCOM)와 일명 '배우장사'라고 할 수 있는 스타 서밋 아시아(Star Summit Asia)까지 진행함으로써 토털 마켓의 모습을 갖췄다.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영화의 수출입·사전투자·합작·후반작업·배우 조달까지 모두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국장은 "올해로 2회를 맞는 교육프로그램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와 새로 도입된 다큐멘터리 지원 프로그램 '아시아다큐멘터리네크워크(AND)' 등을 통해 아시아의 영화 인재를 교육하고 이들로 하여금 영화를 만들어 부산영화제에서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면서 "이를 통해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영화인이 모이는 구심점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주영화제 : 디지털 영화보다 한국 독립영화·제3세계 영화에 초점
'디지털 영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작한 전주국제영화제는 디지털 영화에서 한국 독립영화·제3세계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매년 '디지털 3인3색'이라는 옴니버스 디지털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는 있지만 디지털 영화 중심에서 탈피하겠다는 것.
이정진 홍보팀장은 "2000년 영화제 출범 당시에는 디지털 영화가 새로웠지만 이제는 보편화됐다"면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디지털 3인3색' 프로젝트는 계속 추진할 예정이지만 디지털 영화는 더 이상 영화제의 메인 콘셉트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주영화제는 한국 영화 중에서도 독립영화 소개와 육성에 주안점을 둘 생각이다.
한국 장편독립영화 별도 섹션인 '한국영화 흐름' 섹션을 통해 한국 독립영화를 집중 발굴하고 있다.
올해 CGV와 공동 제정한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상'을 통해 한국 독립영화 개봉도 돕고 있다.
올해 첫 수상작인 다큐멘터리 '사이에서'는 CGV인디영화관에 걸려 현재 1만6천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이 팀장은 "현재 또 다른 한국 독립영화 관련 지원상 제정과 한국 독립영화 제작비 지원 사업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주영화제는 또한 구소련에서 상영금지됐던 영화, 쿠바 영화, 북아프리카 영화 등을 별도 섹션으로 구성해 꾸준히 제3세계 영화를 발굴 중이다.
◇ 부천영화제 : 호러 일변도 탈피…대중성 갖춘 장르 영화 수용
올해 10회 행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운영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영화제의 운영방향을 수정했다.
판타스틱 영화로 일컬어지는 호러·스릴러·SF영화 일변도에서 탈피해 판타스틱한 요소가 들어간 영화라면 코미디·멜로 등 다른 장르의 영화도 수용하겠다는 것.
한상준 프로그래머는 "대중성을 기반으로 대중성과 부합하는 비주류 영화들을 다수 소개할 예정"이라면서 "대중의 기호보다 2~3년 앞서가는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대중의 기호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중심에 두고 유명감독·유명배우 일변도에서 탈피해 대중의 눈에 포착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영화를 공급할 예정이다.
◇ 서울영화제 : 장르영화 넘어 다양한 영상작품 소개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서울영화제는 온라인 영화제 서울넷페스티벌(Seoul Net Festival)과 오프라인 영화제인 서울영화제(Seoul Film Festival)로 나눠 진행되는 독특한 형식의 행사.
지난해부터는 핸드폰과 DMB를 이용한 영화제인 '모바일&DMB페스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영화보다는 상영 매체에 초점을 맞춰 온라인영화제부터 시작한 서울영화제는 앞으로 새로 출현하는 첨단매체를 영화 상영 매체로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계획.
여기에 장르 영화 일변도의 상영작에서 벗어나 영상작품 전체로 범위를 넓혀 상영작을 구성할 계획이다.
윤용순 프로그래머는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진행하는 영상작품 전시회 '삼성미디어라운지'를 오프라인 영화제 부대행사로 진행 중"이라면서 "앞으로는 장르영화에만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영상작품·웹 작품 등도 적극적으로 수용해 상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컴퓨터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의 발달은 화질·사운드 등 온라인·모바일·DMB로 즐기는 영화의 한계를 극복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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