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은 설날과 추석같은 명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전국에 나눠살고 있는 가족들이 모이게 되면 아무래도 정치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은 다른 어떤 나라 국민보다 정치인을 싫어하고 정치를 혐오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만큼은 다른 어떤 나라도 쫓아올 수 없죠. 사실 OECD 가입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선거에 70% 이상 투표율이 나오는 나라도 별로 없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정계개편설은 이런 의미에서 다분히 '추석용 화두'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특히 유력한 대선주자가 분명한 한나라당과는 달리 다른 정당이나 고건 전 총리 입장에서는 정계개편에 대한 민심을 저울질 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것입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12월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설' 이나 김한길 원내대표의 '중도개혁통합론', 고건 전 총리의 '중도실용주의 정치세력', 한화갑 민주당 대표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 등 여러 주장들이 있지만 본질은 역시 독자후보로는 어느 정치세력도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을 현재 앞서지 못하니 힘을 합치자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렵다고 봅니다. 이유는 어떤 정계개편 주장이건 간에 한나라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치세력을 통합하지 않고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는 구도이기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그룹을 배제해선 이길 수 없는 구도라는 말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지금 거론되는 이들 세력을 제외한 정계개편 논의는 '대선필승구도' 가 될 수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정치세력이나 지지자들은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선 자신들의 성향과 정체성을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전제는 '더 이상의 선택이 없는 상황' 이 주어졌을 때입니다.
이 때문에 여권 내 각 주자 진영의 말들을 종합해 보면 가장 유력한 정계개편의 시나리오는 결국 1)우여곡절 끝에 여당 독자후보 선출 2) 선출된 여당 독자후보가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정계개편을 제의 3)대선즈음 상황에 따라 반한연대 독자후보 선출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생물처럼 돌아가는 정치 여건으로 볼 때 다른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내년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역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국회의원들에게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출된 대통령의 마음먹기에 따라선 2008년 국회의원 공천권, 2012년 국회의원 공천권 등 2번이나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각 당의 경선과정에서 상당한 갈등이 만들어 질 경우 경선에서 진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인생을 위해여러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이윱니다.
실현여부와 상관없이 각종 정계개편 주장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상당한 논란도 예상됩니다. 1차 진원지는 추석 민심입니다. 추석이후 이른바 추석지역민심을 바탕으로 정계개편의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세력들이 보다 활발히 움직일 것입니다.
재미없는 정치지만 유력 시나리오를 생각하며 관전하면 나름 관찰의 즐거움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추석 잘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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