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단주의 인상이 강한 당헌 개정
앞서 50회 글에서 블레어가 처음 국회의원이 된 뒤 자신을 사회주의자(socialist)라고 표현한 대목을 살펴봤다. 그 사회주의자가 의미하는 대목이 무엇인지, 그가 추구하는 사회주의자는 무엇인지 그 실체는 당수가 된 뒤 당헌 4조 조항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살펴봤다. 사회주의라고 하면 우리사회에서는 무조건 김일성 공산당과 6.25의 만행이 떠오른다. 아니면 마르크스나 레닌이 걸려 나오고, 무엇인가 부정적인 느낌의 이미지다. 그런데, 토니블레어 같은 사람이 자신을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면 우리식의 개념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보인다. 미국의 전쟁 정책에 동조하고, 루퍼트 머독 같은 언론재벌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책 결정시 그에게 훈수를 받는 사람이 사회주의자라고 하니, 용어가 원래 사용되는 교조적인 해석과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블레어는 1994년 7월 당수가 된 뒤 당 대회 연설을 통해 시대에 뒤떨어진 조항이라고 비난받던 당헌 4조(Clause IV of the party's constitution)를 수정하겠다고 천명했다. 새로운 가치와 목표를 담은 내용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가경제와 관련해 "생산과 교환의 수단으로 집단적 소유(common ownership of the means of production and exchange)"에 충실한다는 노동당의 정신을 삭제하는 것을 의미했다. 고전적 의미의 사회주의와 결별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생산과 교환의 수단으로 집단적 소유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는 것으로 영국국민들 사이에서는 받아들여져 왔다. 블레어의 당헌 4조 개정은 이 부분을 삭제하는 것을 의미했다.
2 )시장지향 면모로 당 개혁
1995년 3월 블레어의 주장대로 이 부분을 삭제했다. 이는 일견 별 의미가 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영국은 이미 누가 뭐래도 자본주의 국가이고, 기업의 개인소유가 인정되는 나라다. 물론 아직도, 철도나 버스같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국가소유 형태를 띠고 있기는 하다. 이는 다른 서유럽 사회 자본주의 국가처럼 공적 역할이 큰 산업은 국가가 소유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는 민영기업이 맡는 형태와 같다. 모든 산업을 무조건 민영기업이 맡는 미국과 유럽의 가장 큰 차이다. 당헌 수정은 이미 사문화(死文化)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당헌상의 구절 하나를 고친 것이지만, 상징적인 의미는 컸다. 영국 자본주의의 현실에 부적절해 보이는 완고한 사회주의적 요소를 제거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토니 블레어가 이끌 노동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는 시금석(試金石)이기도 했다. 주요 정책에서 친 자본가적, 친 기업적 요소가 강해질 것이라는 하나의 척도.
이같은 변신의 의미를 담은 블레어의 시도는 당권을 겨뤘던 정적들은 물론 전통에 충실한 노동당내 원칙주의자들과 일반 당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노동자나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권익옹호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블레어는 당내 불만을 가라앉히고 좀더 유연한 노동당, 즉 시장지향적인 모습을 가미한 노동당, 널리 알려진 "새로운 노동당(New Labour)"으로 색깔을 바꾸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그러면서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그가 추구하는 새로운 노동당이 결코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3) 1997년 총선서 집권 성공
1996년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영국사회 개혁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증진시키는 진정한 방법으로 3가지 우선과제를 언급했다. 다음해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할 정책 3가지를 밝힌다면서 블레어는 "교육, 교육, 그리고 또 교육(education, education and education)"이라고 천명했다. 사실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일찍이 우리 조상님들은 교육을 국가의 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大計)로 파악했다. 어떤 종류의 능력과 이상을 가진 인재를 어떤 방법으로 길러 낼 것인가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렇게 국민적 관심이 높은 실질적인 문제로 눈을 돌린 블레어는 마침내 1997년 실시된 총선에서 18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보수당 정권의 부패와 경제적 무능력이란 어부지리(漁夫之利)도 있었지만, "새로운 노동당"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이 일방적인 승리(landslide victory)의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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