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태국은 일단 안정되어 가고 있습니다. 국왕이 20일 밤 쿠데타를 승인하고, 미국이 조속한 민정복귀를 강력히 촉구했으며, 쿠데타 주도세력이 2주 안에 권력을 새 총리에게 넘기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입니다. 그런데 군부 쿠데타의 불똥이 엉뚱하게 우리 정계로 튀었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이번 태국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 때문입니다.
20일 SBS 8시뉴스는 이 논평을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논평 취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비판의 방향을 잘 못 잡았습니다. 한나라당과의 합당 문제를 거론한 민주당에 대해 “정치적 매춘행위”라고 공격한 열린우리당 논평과 문제의 한나라당 논평을 함께 묶어 “막말 공방”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정치적 매춘행위’라는 말은 저질의 막말일 뿐, 정치적 의미를 가진 논평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쿠데타를 거론하며 정부를 위협한 논평은 단순한 막말로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한나라당 논평은 태국의 군부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우리 사회에서 쿠데타의 위험은 이미 사라졌다고 믿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을 은연중에 협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뉴스는 이 논평을 헌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본 인식을 드러낸 실언으로 보고 정면으로 비판했어야 합니다.
정상외교의 성과에 대해서는 항상 여러 다른 견해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도 예외가 아닙니다. 15일 SBS 뉴스는 한미 양국 정상이 북핵문제를 대화로 풀기위한 ‘포괄적 접근방안’을 공동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압박 일변도로 흐르던 미국의 대북 해법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런데 19일 뉴스는 포괄적 접근방안은 제재와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청와대쪽 설명을 전했습니다. 포괄적 접근방안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반면에 외신들은 15일부터 벌써 두 정상의 이견을 포괄적 접근방안이라는 용어로 포장해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SBS 뉴스는 이와 같은 외신의 분석도 함께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가 회담 성과가 있었다고 보도한 자체 평가와는 거리가 있는 외신의 분석을 함께 보도한 것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뉴스는 외신이 회담 성과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했다는 토를 달았고, 이를 정보로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이 법조계를 온통 들쑤셔 놓았습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대법원장 말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이라는 글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고, 변호사협회는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과 변협이 문제 삼고 나온 것은 지난 20일. 이날 SBS 뉴스는 도입부부터 매우 부실했습니다. 뉴스는 대법원장이 검찰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자, 검찰과 변호사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는 도입말로 시작되었습니다. 대법원장이 검찰을 비하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드린 표현도 문제이지만, 도입부만 보면 대법원장이 검찰을 비하했는데, 왜 변호사단체들이 반발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뉴스는 또 검찰이 반발한 대목이 검사실에서 작성된 조서를 밀실에서 작성됐다고 한 표현, 검사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발언, 재판에서 검사는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변협은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사람을 속여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대법원장이 언제, 어디서, 무슨 발언을 했는지를 보도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의 발언 대목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를 설명하지 않은 채, 거두절미하고 보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밀실에서 작성됐다는 발언은 검사들이 사무실에서, 밀실에서 비공개로 진술을 받아 놓은 조서가 어떻게 공개된 법정에서 나온 진술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느냐는 표현을 거두절미한 것이며,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발언은 수사기록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뜻을 강조한 표현이라는 것은 발언의 앞뒤 맥락을 제대로 전달했다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판사들 앞에서 훈시하는 가운데 이 정도의 표현을 썼다고 하여 왜 검찰이 이토록 반발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21일 뉴스에서 조금은 풀렸습니다. 대법원장이 강조하는 공판중심주의와 구속영장의 신중한 발부 촉구에 대한 검찰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1일 뉴스는 법원과 검찰의 조직 입장만 내세우는 감정싸움의 와중에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괜한 걱정입니다.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두 기관의 영역다툼이나 힘겨루기라는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공판중심주의와 영장의 신중한 발부는 국민에게도 매우 중요한 쟁점입니다. 뉴스는 싸움의 양상보다는 그 내용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으로 추적 보도해야 합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