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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의약품 특허 독점 안 된다

<8뉴스>

20세기 초까지만해도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특허제도를 반대했습니다.

특허란 정부가 인위적으로 독점을 보장하는 것으로 무한경쟁을 전제로 하는 자유무역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이 논의를 받아들여 한때 40여 년간 특허법을 폐지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 협상에서, 미국이 자유무역을 내세우며 특허권의 강화를 주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특허는 독점을 창출하여 소비자를 착취하고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나라가 특허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신기술 개발의 촉진이라는 더 큰 효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특허제도가 점점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처음 특허법에는 14년이었던 특허기간이 지금은 20년이 되었습니다.

이 20년도 모자라 미국은 한미 FTA 협상에서 의약품 특허 심사 및 승인 기간 3년에다가 5년의 특허자료 독점권까지 더하며, 특허기간을 사실상 28년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허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독점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만큼 신기술 개발을 위해 사회적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발명자에 대한 보상을 최소화 하면서 신기술 개발을 최대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특허제도라고 할 때, 미국식 의약품 특허제도는 그만큼 효율이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건강지표는 선진국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도, 그 의약품 특허제도의 비효율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도 앞으로 고령화 때문에 의약품을 비롯한 의료비 지출이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비효율적인 미국식 의약품 특허제도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이야기입니다.

(장하준/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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