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환자를 만나 인터뷰를 해왔지만 지난주에는 아주 특별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이 여성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동안 하도 많이 울어서 이젠 눈물이 마른 줄 알았는데 그래도 눈물이 또 나온다고 하시면서 쉴 새 없이 울면서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수천 건의 환자 인터뷰를 했는데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는 나도 울음을 참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38세의 이 여성은 7살과 10살의 아이를 둔 아기 엄마였습니다. 6개월 전부터 어깨가 자꾸 쑤시고 가끔 가슴에 뜨끔거리는 증상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최근 기침이 잦아지고 가래에서 피가 섞여 나오기에 깜짝 놀라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를 해보니 결과는 처참하게도 이미 폐암 말기 환자가 되어 폐뿐 아니라 척추 뼈와 다른 장기로도 암이 전이 되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폐암 말기 선고로 평범한 주부였던 환자의 생활은 하루아침에 시한부 인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제 생명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린 자식 둘을 두고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이 환자에게 어떤 말로라도 위로를 해야 하는데 참담한 환자의 심정을 인터뷰해야 하는 나는 이 여성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평생을 살면서 담배를 한 번도 피워본 적이 없었답니다. 특히 남편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인데, 자신이 도대체 왜 폐암에 걸렸는지, '너무 억울하다'고 말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여성은 30년 전 자신이 어릴 때 친정아버지께서 집안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했습니다. 이 여성을 폐암 말기 환자로 만든 것은 바로 이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들이 집안이나 가족들 앞에서는 담배를 잘 피우지 않고 밖으로 나가서 피우지만 (간접흡연에 대한 무서움이 드러난 이후) 멀지 않은 옛날, 불과 20~30년 전에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집안에서 가족들 옆에서 그냥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포들이 마구 분화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이 담배 연기를 마셨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여린 세포가 담배의 나쁜 성분과 접촉하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됐고 결국 30년이 지나 암으로 변한 것입니다.
실제로 폐암 전문 의사들은 최근 30대~40대 여성분들이 폐암에 걸리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조사를 해 보니 80~90%의 여성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폐암에 걸렸고 그 여성들 가운데 대부분은 어릴 때 부모님이 집안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했습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들은 대부분 손을 쓰기에 너무 늦은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성 환자들은 본인이 담배를 피운 적이 없기 때문에 어깨가 쑤시고 가슴이 답답해도 자신이 폐암일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었습니다. 그러니 너무 아파 병원을 찾으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말기로 병이 깊어진 뒤라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걸리는 폐암은 폐 포 끝부분에서 암이 시작되는 선암으로 일반 엑스레이 사진으로는 발견이 되지 않아 정기 검진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도 여성 폐암이 대부분 말기에 발견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전문 의사들은 30~40대 여성들에게 한번쯤 '저선량 CT'를 찍어 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특히 30~40년 전 자신이 어릴 때 집안에서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셨다면 자신은 폐암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반드시 한 번쯤 정밀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요즘은 폐암도 일찍만 발견해 치료를 한다면 5년 이상 살 수 있는 확률이 50% 이상으로 크게 향상됐습니다.
지금도 혹시 별 생각 없이 집안에서 혹은 어린 자식들과 아내 앞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남자 분들 계시나요? 자식과 아내가 그렇게 밉나요? 자식과 아내를 그 자리에서 당장 죽이는 것 만이 살인인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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