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뉴스>
<앵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서 이제 필름카메라는 추억 속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윤수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인사동, 다섯 평 남짓한 사진관 주인 황진 씨는 23년째 필름 카메라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필름을 구하기조차 힘들어졌지만 황 씨는 쉽게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셔터를 눌러 삶을 담고, 암실작업을 거쳐 숨결을 불어넣는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황진/황진사진관 주인 : 지금은 편리성이 우선이어서 빨리 출력하다보니 (디카는) 쨍한 맛이 있지만 깊이는 없어요. 아직까지 흑백만큼 정성이 덜 한 것 같아요.]
간간이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때면 셔터를 누르는 황 씨의 손놀림에 신이 배어 납니다.
하지만 필름마저 단종된다는 소문에 23년 황 씨 고집도 조금 물러설 태세입니다.
[황진/황진사진관 주인 : 곧 단종된다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사두어서 더 쓰고 싶습니다.]
값비싼 필름 카메라가 재산목록의 앞자리를 차지하던 시절.
앨범 속에 고이 간직한 기쁨과 슬픔의 가족사는 필름 카메라가 선사한 값진 추억이었습니다.
이젠 골동품 시장 좌판 한켠에 먼지를 뒤집어 쓴 카메라들도 한 때는 주인의 목에 자랑스레 걸려 있었을 텁니다.
[임민우/황학동 벼룩시장 상인 : 수집하는 목적이나 신기한 관점으로 보는 것이지, 필수품으로 쓰기 위해 가져가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세월 따라 빛이 바래던 사진 속의 추억, 컴퓨터 화면 속에 언제나 '쨍'하니 선명한 디지털 사진의 홍수가 오히려 그 빛바랜 추억을 더욱 그립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