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회 3대 화두, 테러, 밀입국, 기후변화
유럽사회의 요즘 화두(話頭)를 크게 3가지로 요약하라면 테러(Terrorism)와 밀입국에 의한 불법이민(Illegal Immigration), 기후변화(Climate Change)다. 특히 영국이 그렇다. 시원(始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0년 9.11 직후 부시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ism)을 선포했고, 영국은 그 뒤를 이었다. 5년째 전쟁을 지속중이지만, 끝날 기미도 없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로 다시 레바논으로...전선이 끝없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과격 주의자들은 미국과 영국에 보복을 선언하고 제2의 테러를 기획한다. 영국은 지난해 7월 런던에서 가장 번잡한 역 가운데 하나인 킹스 크로스(King's Cross, 우리로 치면 신도림역)에서 테러가 발생한데 이어, 이번에 히드로 공항 비행기 납치 계획 이라는 사태를 겪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영국군인들의 희생자가 날로 늘고 있다. 대태레 전쟁의 맹목적 추종이 가져온 비극이 아니냐는 판단에 부시와 찰떡 호흡을 보이고 있는 블레어 총리의 인기가 바닥을 긴다. 당내에서 퇴임 압력이 가해지는 것도 테러와의 전쟁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거의 둔감한 상태에 있는 기후 변화를 지나 우리사회에서도 골머리를 썩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 밀입국(Illegal Immigration). 동유럽과 아프리카에서 밀물처럼 밀려드는 밀입국 행렬에 당국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밀입국자 문제는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 이후 합법적 이민이 가능해진 틈을 타 급증하는 이민 인구에 더해져 더 큰 사회적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밀입국자나 불법 체류자를 줄이기 위해 날로 강화되는 영국의 공항 검색은 "영국에 왜 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정상적인 입국자를 짜증나게 만든다. 그러나, 밀입국 문제의 심각성을 들여다 보면 이해가 된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인들의 유럽을 향한 죽음의 밀입국 시도는 두 손을 번쩍 들게 만들 정도다. 한때 베트남 공산화 직후 다 낡은 목조 어선이나 심지어 고무보트를 타고 바다를 떠돌던 보트 피플(Boat People)을 떠올리게 해준다. 혹독한 자연조건, 기아와 전쟁, 독재를 벗어나 유럽의 넉넉하고 쾌적하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살고자 생명을 담보로 몰려드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이용하는 루트는 2가지. 지중해의 시칠리아(Sicily)와, 대서양의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다.
유럽의 고민 거리, 카나리아 밀입국(Canary Islands)
리비아나 튀니지로 제한되는 시칠리아 말고, 서아프리카 각국에서 진입이 용이한 카나리아 제도가 더 급한 발등의 불이다.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는 대서양에 위치한 스페인 땅. 지도로 살피면 아프리카의 대서양 연안 최 북단 모로코(Morocco) 앞바다고 스페인에서는 멀지만, 식민시대의 유산이다. 유럽인들에게는 연중 온화하고 살기 좋은 최고급 휴양지로 이름 높다. 영국 블레어 총리도 매년 여름 카나리아 제도로 휴가를 떠난다. 우리 나라에서 그곳까지 놀러 가기에는 도중에 괌이나 사이판이 발길을 잡는다. 푸켓이나 발리섬, 보라카이, 몰디브... 우리에게는 카나리아 제도라는 이름보다 1백 70만 인구의 카나리아 제도를 대표하는 원양어선 기지 라스 팔마스(Las Palmas)가 먼저 떠오른다.
페니키아의 상인이나 로마인들이 들렀을 만큼 오래전부터 문명의 중심이던 오리엔트에 알려진 곳이 카나리아 제도다. 모로코에서 넘어온 베르베르(Berber)인에 15c 이후 들어온 스페인 사람들이 혼혈을 이루며 산다. 제네바에서 스페인으로 온 콜럼버스도 이사벨라 여왕의 후원을 얻은 뒤 대서양을 건너 미지의 대륙을 향해 떠날 때 먼저 이곳에 들렀다가 전열을 정비한 뒤 서인도 제도로 갔다. 인구 35만의 주도 라스 팔마스에는 당시 칼럼부스 묵었던 집이 보존돼 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스페인의 유명한 독재자 프랑코가 1936년 보수 반동의 깃발을 들어 올린 것도 특기할 일이다.
카나리아는 스페인령이기 때문에 일단 이곳에 들어와 정착에 성공하며 유럽 연합내의 다른 국가로 들어 가기가 쉽다. 아프리카인들이 카나리아에 발을 내딛기 위해 필사적인 이유다. 아프리카인들이 카나리아에 오는 루트는 크게 2가지 방법이다. 멀리 세네갈(Senegal)이나 모리타니아(Moritania)까지 온 뒤, 비록 멀지만 거기서부터 수천리 바다길을 가로지르는 오는 방법. 아니면 모로코까지 육로로 온 뒤 가까운 모로코 해안에서 배를 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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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입국용 배 카유코스(cayucos를 타고 카나리아 제도에 도착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프리카 인들. 데일리 텔리그라프 보도 사진.> |
카나리아 올 들어 2만명 밀입국, 지난해 비해 3배 늘어
이런 방법으로 9월 2일 토요일 하루에만 6백 74명, 9월 첫 주에만 무려 1천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카유코스(Cayucos)라고 불리는 조각배에 목숨을 걸고 카나리아로 찾아왔다. 6백 74명은 하루 입국 숫자로는 최대 수치다. 올 들어 지금까지 무려 2만여명이 아프리카에서 카나리아로 밀려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나 는 수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무려 10만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카나리아행 배에 몸을 싣기 위해 세네갈이나 모리타니아 해안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밀입국 시도 중에 지난주 84명은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카나리아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아프리카인들은 4백 90구다. 그만큼 사투(死鬪)를 벌이는 밀입국이다.
스페인은 거듭 불법 입국자들을 본국으로 추방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추방이 내려진 적이 없다. 유럽이란 나라가 콧대 높고 제멋대로인 것 같아도, 일정 부분 인권이란 측면에서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물러 터지거나 좋게 말해 관대하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가 그렇지만,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내쫓지를 못한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내쫓을 만큼 이 사람들이 야박하지 않다. 7백명의 어린이들은 스페인 정부가 일단 보호중이다. 다른 이들은 40일간 카나리아 섬에 구류당한 뒤 스페인 땅을 떠난다는 각서 받는 게 고작이다.
그러면 이들은 카나리아에 정착하거나 섬을 벗어나 스페인 본토, 스페인을 거쳐 국경 검문이 없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다시 제2의 밀입국을 시도한다. 스페인은 유럽 연합에 공동대처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스페인에 감시나 기타 활동비로 유럽연합이 지원한 돈은 겨우 3백만 유로. 단속과 대책이 아직 겉돌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처럼 서해상 밀입국 시도하는 중국어선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도 마땅찮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나아가 유럽의 고민이 날로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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