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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민주주의창-머독, 무료신문 진출

머독의 언론기업

한국인의 귀에도 익숙하다. 올해 75살의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호주 출신이지만, 영어권 전역에서 위력을 떨치는 방송언론기업가다. 단순히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Ltd.)을 소유한 기업인에 불과하지만, 이 기업이 전 세계 52개 국에서 7백 80여 다양한 방송, 언론관련 사업을 펼치니 현존하는 최고의 민영 언론기업인의 호칭을 듣는다. 미국에서 타임스, 폭스 TV, 홍콩의 스타 TV... 지금은 물러난 CNN의 테드 터너도 그랬지만, 출발은 초라하다. 멜버른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에서 석사를 마치고 영국에서 '데일리 익스프레스(Daily Express)'신문에 수습기자로 일자리를 얻었다. 영국의 정론지는 아니고, 황색언론의 부류에 들어가는 신문이다. 2년간 일을 하던 중, 저명한 종군기자 출신의 아버지로부터 '선데이 메일(Sunday Mail)'과 '뉴스(The News)'라는 조그만 신문사를 물려 받는다. 여기서 머독은 깊이있는 분석이 아닌 말초적인 스캔들과 범죄, 섹스, 스포츠에 초점을 맞추면서 발행부수를 늘려 갔다.

선정적인 황색 언론으로 자신감을 얻은 머독은 이후 호주를 발판 삼아, 영국, 미국, 아시아의 신문과 민영방송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미국인이 아니면 방송사를 인수할 수 없는 방송법에 머독은 국적을 미국으로 바꾼 뒤, 1985년 폭스(Fox) TV를 설립했다. 2000년 부시와 고어의 대선에서 일방적으로 부시의 승리를 선언해 버린 사건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이어 1990년대 영국의 위성방송 BskyB, 일본의 위성방송 JskyB의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영국 프로축구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Priership)의 방송 중계권은 머독의 스카이 TV가 갖고 있다. 1993년에는 홍콩의 위성방송 스타 TV도 인수했다. 미국과 FTA가 타결될 경우 한국 방송시장 개방정도에 따라 그가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머독, 런던서 '더 런던 페이퍼'(the londen paper)로 무가지 진출

이렇게 무시무시한 세계적인 언론기업이 영국의 무가지 시장에 진출했다. 9월 4일 월요일자로 출범을 알렸다. 일견 격에 맞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물론 아시아, 영국의 유력한 방송을 운영하는 공룡기업이 무가지라니... 우리식으로 치면 재벌기업이 중소 기업 고유업종에 진출한 셈인데... 이유는 나중에 살피고... 머독의 영국 회사 뉴스 인터내셔널(News International)이 펴내는 무가지의 이름은 '더 런던 페이퍼'(the londen paper). 석간(夕刊)이다. 주위를 시선을 의식했음인가. '런던 신문'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제호(題號)를 소문자로 적으며 몸을 낮춘는 모습이다. 올해 49살의 밀너(Milner)가 책임자다. 그는 장차 70명의 인력으로 꾸려 갈 예정인데, 기자는 40명을 둔다고 말한다. 매일 오후에 런던 지하철과 거리에서 무료로 배포된다.  5개의 시내 지하철(Tube) 노선과 32개 런던 시내 버스 정류장, 8군데 대형 주차장, 런던시내 35개 주요 건물, 32개 주요 상점에서 배포되는 '더 런던 페이퍼' 일단 양적으로 기존의 석간 무가지를 압도한다.   

머독의 무료신문 시장 진출을 비중있게 다루는 TV 뉴스 장면.

지금까지 영국 언론에서 무가지는 메트로(Metro)가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한국에도 진출한 제호다. 메트로는 영국에서 사업적으로도 성공한 무가지로 꼽힌다. 한국처럼 아침 무가지 시장에 너도 나도 뛰어들어 다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라 메트로 하나여서 광고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덕분이었다. 조간(朝刊) 메트로에 이어 오후에도 기존에 무가지가 하나 있었다. 메트로를 발행하는 회사가 만들고 있다. 이브닝 스탠다는(Evening Standard) 라는 런던 유일의 석간신문이다. 모회사는 '연합신문'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어소우셰이티드 뉴스페이퍼즈(Associated Newspapers)라는 민영기업이다. 여기서 그동안 조,석간으로 무가지를 만들어 지하철과 주요거리에서 배포해온 것이다. 
  

런던 중심가 옥스포드 스트리트에서 [런던 라이트]를 배부하는 모습.

이 회사는 그 동안 돈을 받고 판매하는 이브닝 스탠다의 자매지로 석간 무가지 '스탠다드 라이트(Standard Lite)를 발행했지만, 머독의 석간 무가지 진출에 맞춰 이름을 지난 금요일부터 '런던 라이트'(London Lite)로 바꿨다. 머독의 무가지가 '런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에 맞춰, '런던'이라는 이름을 선점하기 위한 기습 작전이었다고 할까. 어차피 배포지역이 런던이므로 '런던'이라는 이름을 넣어 시민들에게 다가서려 했던 머독의 의도는 경쟁지가 1주 먼저 기습적으로 이름을 '런던'으로 바꾸면서 1년간 공들여 준비해온 무료 석간 신문 창간에서 한방 먹은 셈이 됐다. 앞으로 런던의 길거리에서 펼쳐질 둘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 주는 증거다. 주요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인디펜던트는 이상황을 "뉴스 인터네셔널(머독의 회사), 어소우셰이티드(기존 런던 라이크 발행회사)의 잔디밭에 탱크를 진입시키다(News International puts its tanks on Associated's lawn)"는 표현은 이런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영국 신문시장 장악이 목표

그렇다면 천하제일의 언론재벌 머독이 무가지 시장에서 이전투구(泥田鬪狗)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결론부터 말해, 머독은 영국신문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방송은 미국과 다르다. 머독은 미국에서 FOX TV를 NBC, ABC, CBS에 이은 또 하나의 주요 전국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영국은 BBC에 가려 쉬운 일이 아니다. 머독의 위성방송이 비록 프로축구나 영화로 시청자를 흡수하고 있지만, BBC의 신뢰도와 영향력, 시청률을 넘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100% 민영인 신문 시장에서는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더 쉽다.

머독은 이미 영국에 여러 개의 신문을 소유하고 있다. 영국의 전통있는 일간지 더 타임즈(THE TIMES)는 대표적이다. 더로 유서 깊다. 머독은 이미 이 신문을 1981년에 인수했다. '더 타임즈'는 현재 발행부수 66만부로 정론지들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1면을 늘 시원스런 여인의 사진으로 시작하는 영국 옐로우 저널리즘의 선두주자 '더 선'(The Sun)도 머독의 소유다. 대중지인 '더 선'은 정론지와 대중지를 합쳐 영국에서 가장 많이 발행되는 신문이다. 3백20만부나 나간다. 황색 언론으로 머독이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주간지도 있다.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 '더 타임스'의 자매지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 1822년 창간)가 그것이다.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일요일에 발행되는 주간지 가운데 3백만부를 넘어 최고 발행부수를 자랑하며, 선데이 타임즈도 백만부가 넘어 정상급이다.

그러나, 머독은 아직 배고프다. 런던의 신문 시장에서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고 있다. 대중지나 일요신문에서 성과는 부수적일 수 밖에 없다. 영리적으로는 성공했다 해도 영국인들의 여론에 영향을 줄 정론지, 진정한 뉴스 시장에서의 완벽한 승리를 꿈꾼다. 그러다 보니, 기존 더 타임즈를 강화하는 방법 외에 석간신문에서 위상을 강화해 뉴스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는 것을 또 다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신문들이 기존의 신문을 머독이 자금력 앞세워 인수한 것이라면, 이번 무료 석간 신문은  머독 스스로 세운 첫 신문이 된다. '더 런던 페이퍼'의 책임자 밀너의 사무실을 머독의 사무실 바로 옆에 마련한 것도 머독이 그만큼 이번 '더 런던 페이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머독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세운 무가지를 발판으로 영국 신문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 두고 볼일이다. 문제는 하나의 언론기업이 다수의 신문방송을 장악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은 한사회를 들여다 보는 창이다. 그 창이 언론대기업의 관점만 제공한다면... 다음 글에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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