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가 지난 주 텔레비전 화면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뉴스를 꼼꼼히 챙겨 보지 않은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상식을 뛰어 넘는 내용들입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도박’이 분명한데도 ‘성인용 오락실’, ‘사행성 게임기’, ‘경품용 상품권’, ‘성인용 도박게임’ 등 다양한 용어로 포장되어 있고, 뉴스도 이런 표현을 답습하여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바다이야기’ 파문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정책실패로,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둘 사이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데, SBS 뉴스의 경우 어느 한 쪽에 무게를 싣는다기보다는 판단을 유보하고 있는 편입니다. 지난 19일 SBS 8시뉴스는 ‘바다이야기’ 파문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지, 아니면 단순한 ‘정책실패’로 밝혀질지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고 보도했습니다. 20일 SBS 뉴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게임 인허가 과정과 정치권 개입 여부, 지분 관계 등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불가피하며, 상품권 발행 업자들이 수십억 원대의 로비 자금을 조성했던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21일 뉴스는 한나라당이 이번 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외압 특혜의혹을 제기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으며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마녀사냥 식 정치공세라고 맞받아 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에 22일 뉴스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IT 게임산업 육성정책의 오류와 제도의 허점이 전국을 순식간에 도박장으로 만들고 말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검찰 수사의 결과와 상관없이, 정책 실패라고 보기에는 상식이하의 조치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도박게임의 허가 심사를 맡긴 정부의 조치입니다. 영등위는 오락실의 PC 게임을 심사하여 ‘15세 이상 이용 가’ 등의 등급을 매기는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또한 성인오락실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시킴으로써 1000개를 넘지 않던 성인오락실이 순식간에 수만 개로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권까지 허가함으로써 성인오락실은 본격적인 도박장으로 변신했습니다.
‘규제해야 할 도박산업’인 성인오락실을 ‘육성해야 할 게임산업’으로 둔갑시킨 무책임한 조치를 정책적 판단 잘못으로 본다는 것은 정부에 대한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입니다. 여야의 공방전을 쫓아다니거나 검찰수사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외압의혹에 대한 뉴스의 독자적인 추적취재가 필요합니다. 지난겨울 우리의 이웃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이제야 알려졌습니다.
20일 SBS 뉴스는 80대 노부모를 영하의 날씨인 지난 1월 냉방에 방치해 결국 아버지가 숨지게 한 혐의로 아들이 경찰에 구속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이 노부부가 6일 동안 갇혀 지내던 상태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들 부부는 보일러를 끄고 부모에게 이불도 주지 않았으며, 전화를 끊고, 먹을 것도 남겨두지 않은 채 문을 잠그고 집을 나가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는 설명이 너무 부실합니다. 무엇보다도 갇혀 지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였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왜 이들 부부가 냉방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나와 도움을 청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부모와 자식간에 불화가 있었다는 것 외에는 아들이 왜 그런 행위를 했는가에 대한 설명도 없습니다. 노부모를 홀로 남겨둔 채 집을 나간 아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뉴스는 그에 대한 혐의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18일 SBS 뉴스는 50일 째 계속되고 있는 건설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포항 시민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포항지역 80여개 단체 회원과 일반시민 등 3만여 명이 모여, 포항경제를 망치는 폭력시위를 그만두고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호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집회에 참가한 80여개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업 협회를 비롯한 지역 상인단체 등 80여 단체’라고 보도한 경쟁사 뉴스가 훨씬 구체적입니다. 같은 시각 건설노조역시 집회를 열고, 시민집회는 포항시가 주도한 관변집회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SBS 뉴스는 이 소식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 뉴스는 지난 13일 포항 건설노조와 전문건설협회 대표단은 임금 5% 인상안에 합의했지만, 구속 근로자들을 석방하고, 손해배상 청구방침을 철회라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 쪽에서 이 합의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었습니다. 장기화 된 파업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노조뿐만 아니라 포스코 쪽의 양보도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런 반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양보만을 요구하는 시민집회만을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뉴스는 건설노조 파업이 포항경제를 망친다는 시민집회의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전달만 하고 있습니다. SBS 뉴스는 포스코 점거 농성 당시 그 배경에 하청 재하청구조가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었습니다.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전문건설협회가 아니라 포스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그때도 지금도 빠져 있습니다. 노사갈등과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를 보도할 때, 뉴스가 견지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공평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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