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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보드카 대신 와인'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 와인 파동이 일고있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22일 모스크바발 기사에서 15년 전만 해도 스톨리치나야(수도), 모스코프스카야(모스크바) 같은 '진지한' 이름의 보드카만 마시던 러시아인들이 최근 들어 보드카에 등을 돌리고 와인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건강을 위해 혹은 물질적 풍요 덕분에 보드카 대신 유럽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칠레 등지에서 수입되는 와인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식당에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에 와인을 팔고 있지만 신흥부호인 이른바 '신러시아인'들은 병당 300~400파운드(한화 약 54만~72만원)에 달하는 값비싼 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고 있다.

최고급 와인을 주문한 뒤 냄새만 맡아보고 맛도 보지 않은 채 '퇴짜'를 놓았다는 소문도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러시아 당국이 모든 술병에 바코드와 함께 원산지 정보를 자세히 표기한 새 주세 라벨을 부착토록 하는 법을 발효시켜 2개월간 주류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아우성이 일고있다.

이 조치로 모스크바 일대의 와인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으며, 고급식당들은 재고 와인이 떨어지자 와인대신 맥주를 내놓고 있다.

러시아 와인수입 업자 드미트리 핀스키는 당국의 조치가 "표면적으로는 가짜 술, 특히 가짜 보드카를 추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으며, 업계 일각에서는 구 소련 비밀경찰 KGB의 후신인 러시아연방안전국(FSB) 산하 기업이 새 라벨을 공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진짜 이유는 사악한데 있다는 주장도 펴고있다.

또 일부 수입업자가 과중한 세금부담을 피하려고 수입가격을 낮게 신고한 것이 발각돼 이런 조치가 취해졌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새 라벨이 나오면서 와인 뿐만 아니라 위스키, 진, 데킬라 등이 조금씩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으나 구 라벨을 새 라벨로 모두 교체하는 데는 1년 가량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그러나 이번 와인파동이 1980년대에 구 소련을 이끌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보드카 과음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해 판매를 제한했을 때 발생했던 술 '위기' 때와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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