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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조종사가 동시에 의식상실?" 남는 의문들

지난 6월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F-15K의 사고원인이 조종사의 '의식상실'(G-LOC) 때문이라는 공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사고기는 조종사가 기체 고도를 높이려다 가중한 중력(G)을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어 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군은 발표했다.

공군은 해상에서 인양된 기체 잔해 20여 점과 조종사의 항공생리교육 동영상 등 관련자료를 총동원해 사고조사 발표의 신뢰성을 입증하려고 안간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 베테랑 조종사 2명이 동시에 의식상실 가능하나 = 사고기의 전·후방석에는 고 김성대(36·공사 41기) 중령과 이재욱(32·공사 44기) 소령이 앉았다.

사고기는 6월7일 오후 7시42분 해상 야간요격훈련을 위해 대구기지를 이륙, 포항 동쪽 해상에 도착한 다음 오후 8시11분께 가상 공대공 공격에 이어 적기의 기동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기동에 들어갔다.

수직으로 급강하하던 사고기의 조종사는 훈련 고도로 미리 설정된 1만 피트 이하로 내려갈 것을 우려, 조종간을 최대한 잡아당기는 과정에서 9G까지 이르렀다.

건장한 체격의 일반인은 보통 6G에서 의식을 잃는다.

김 중령과 이 소령은 각각 비행 1천900여 시간, 1천여 시간을 보유한 베테랑 조종사로 200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미국에서 F-15K 비행교육을 마쳤다.

그들은 보잉사와 미 공군에서 전투기의 엄청난 가속도로 인해 실핏줄이 여러 번 터지는 고통을 감내하고 교육을 수료, 올 2월 공군작전사령관과 비행단장의 지휘 비행 때 전방석에서 조종간을 잡을 정도로 비행기량이 뛰어났다.

9G까지 도달하는 항공생리교육도 받았다.

때문에 두 명의 베테랑이 동시에 의식상실에 빠졌다는 공군 발표가 믿을 만 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량이 우수한 조종사들이기 때문에 최소 1명은 G-LOC을 회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공군은 "전방석 조종사가 G-LOC에 빠지면 후방석 조종사도 G-LOC에 빠질 확률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미국 공군에서도 조종사 G-LOC으로 1년 평균 1.45대꼴로 전투기 추락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기동력이 뛰어난 F-16이 전체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 공군에서 조종사가 G-LOC에 빠져 전투기가 추락한 경우는 1997년 F-5 제공호 사고 한 건으로, F-15기의 조종사는 한명이다.

◇기체·엔진결함 없었나 = 추락사고가 나자 군 안팎에서는 엔진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다.

2004년 6월과 2005년 3월 미국에서 F-15E, F-15S가 각각 연료차단과 기체결함으로, 지난 1월 일본에서 F-15E가 엔진결함으로 추락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7일 충북 청주 공군 제19전투비행단 소속 F-16C 전투기도 엔진결함으로 추락했다.

당시 사고기에 장착된 엔진 압축기에 들어있던 13개의 디스크(회전판) 중 8번째 디스크가 파손돼 엔진에 손상을 가해 사고가 났던 것.

사고기에는 미국 GE사가 제작한 F110-GE-129A 엔진이 장착돼 있다.

수십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전투기 엔진을 최신형으로 업그레이드된 항공기에 장착하면서 이상이 생길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군은 "조종 및 엔진계통의 잔해 75%를 건져내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엔진은 103%로 최대 가동되고 있었으며 엔진결함을 알리는 지시등도 켜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기는 추락 9분 전에도 함께 훈련 중이던 2번기의 조종사와 교신에서도 '이상 없다'고 말했다고 공군은 덧붙였다.

◇블랙박스 안 찾았나 못 찾았나 = 블랙박스는 항공기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핵심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귀중한 장비다.

음성기록장치(Digital Video Recorder)와 비행기록장비(Electronic Crash Survi val Memory Unit)로 구성된 사고기의 블랙박스는 해저 6㎞에서 약 30일 정도 견딜 수가 있다.

공군은 블랙박스를 수거하려고 국립해양연구소와 ㈜KT서브마린, ㈜대평수산 등 해양탐사 전문업체의 첨단장비를 동원해 두 달 가량 인양작업을 펴왔지만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조종 및 엔진계통 75% 가량을 수거하고 블랙박스를 감싼 케이스까지 건져냈지만 블랙박스 본체를 끝까지 수거하려는 노력을 왜 조기에 포기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군은 "사고 해역은 수심 50m 지역까지 개펄 층이어서 무인카메라까지 동원했지만 블랙박스를 찾아내지 못했다"며 "해저지형상 현대적인 장비로도 수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고 재발 가능성은 = 조종사 G-LOC으로 인한 F-15K 추락사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는게 공군측의 설명이다.

G-LOC으로 인한 추락 사고는 불가항력적이라는 게 공군측의 반응이다.

공군 관계자는 "아무리 훈련된 조종사라고 할지라도 G-LOC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번에 순직한 두 명의 조종사도 9G까지 도달하는 항공생리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9G까지 도달하는 교육을 받았지만 실제 훈련이나 실전에서는 급격한 상황변화에 따라 G-LOC에 빠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음속의 2.5배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F-15K 성능을 고려할 때 G-LOC의 위험성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공군은 사고 이후 전체 조종사들에게 의무적으로 항공생리훈련을 다시 받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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