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경질 이유를 둘러싼 논란과 공세가 가열되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12일 여행을 간다며 가족과 함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 집을 나선 이후 16일 현재까지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행보는 그 자신의 경질을 둘러싼 공방에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과 일부 언론이 그의 경질을 정부 인사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줄곧 정치쟁점화를 시도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는 16일 오후 춘추관에서 전해철 민정수석과 박남춘 인사수석이 유 전 차관의 경질을 둘러싼 '인사청탁 논란'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는 신문유통원 파행 운영 등에 대한 '정무적 책임'이 있고, "정무직의 기본덕목인 조정·설득 능력이 부족하며, 민정수석실 조사과정 및 이후에도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의 사유로 정무직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해 유 전 차관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 전 차관이 이런 청와대 발표 내용에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부 주변에서는 직설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그의 성격을 감안할 때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청와대 발표에 설혹 승복하지 못한다고 해도 속으로 삭이며 참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유 전 차관과 가까운 한 문화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말한 그의 경질 경위는 20여 년에 걸친 그의 공직생활 전체를 불명예스럽게 보이게 할 만한 구석이 있다"면서, "장담은 할 수 없으나 청와대 발표에 유 전 차관은 절대 동의하지 못할 것이며, 그와 함께 일한 문화부 직원 상당수도 그에 동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경질 직후, 그 배경을 두고 한창 논란이 일기 시작하던 시점에 유 전 차관이 취재진에게 했다는 단편적인 언급들은 그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가늠케 하고있다.
즉, 그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일부 언론에 의해 이번 사태에) 말려들고 있다"거나, "저쪽(청와대)에 이제 그만 하자고 했다"는 요지 등의 언급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 전 차관은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청와대 발표에 대해 어떤 식으로건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몰리고 있지 않느냐는 전망이 문화부 주변에서는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이런 식의 '맞대응'을 만류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다른 누구보다 그가 공직생활 전부를 투신한 문화부의 지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퇴양난에 처한 그의 처지를 아는 사람들은 이미 상처가 날 대로 난 유 전 차관이 "이번 논란이 잦아들 때까지 잠시 해외에 나가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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