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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나눌 줄 아는 아이들

<8뉴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요즘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꾸만 저에게 돈을 줍니다.

학생, 직장인, 군인아저씨에 땡볕에서 장사하는 아줌마들까지 구호현장에 써달라며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줍니다.

특히, 몇 천원을 건네며 쑥스러워 목까지 빨개지는 중고등학생들은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느냐고 물으면 "도우면 기분 좋잖아요." 라고 대답합니다.

정말 고맙고도 신기한 일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단 한번도 자발적으로 성금을 낸 적이 없거든요.

누굴 어떻게 믿고 돈을 내며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 많은데 왜 외국까지 돕느냐는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철이 안든다, 자기 밖에 모른다 걱정 많으시지만 제가 6년째 구호활동을 하다 보니 그건 어른들 생각일 뿐,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속이 꽉 차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습니다.

제가 속한 단체만 보더라도 10대, 20대의 각종후원이 지난 5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전체 정기후원의 4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놀라셨죠?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나눔문화는 김밥할머니들이 이어간다, 그런 말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반가운 일은 젊은이들의 관심과 배려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전 세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한국은 베이스 캠프일뿐, 전 세계가 무대가 되어 가고 있는 셈이죠.

요즘 여름 방학, 혹은 휴가철에 내 아이가 탈선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어른들 많으시죠? 전 걱정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 철석같이 믿으니까요.

믿는 만큼 든든해지는 게 아이들이라죠? 아니 저한테 돈을 그렇게 잘 주는데, 그래도 못 믿으시겠습니까?

(한비야/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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