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사실일까.
이달 7일 저녁 축구를 한 뒤 내무반으로 돌아가던 중 노상에서 쓰러져 숨진 경남지방경찰청 기동3중대 소속 고(故) 주 모(20) 이경의 사망을 계기로 더위와 사망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 관련 당사자가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9일 경찰에 따르면 8일 오후 진행된 주 이경에 대한 부검에서 집도의는 '사인불명' 판정을 내렸다.
경찰과 창원지검 소속 검사, 유가족 대표 등이 입회한 가운데 진행된 부검에서 사인의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신에 대한 부검 결과, 심장과 간, 폐 등 장기에서 사망원인을 특정할 만한 물리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부검에서는 주 이경의 사망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할 수 있는 구타나 폭행 등 외부 물리력에 의한 상처나 멍자국 등 신체 손상 증거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8일 오전 진행된 유가족의 부대 방문과 동료 부대원 면담에서도 주 이경이 구타나 폭행을 당했다는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
사인규명이 장기화 될 기미를 보이자 유족 측은 한 때 "죽음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인데 '사인불명'이라는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장례절차 진행을 미루려 했었다.
실제로 주 이경이 축구를 시작한 7일 오후 6시40분 창원지역 기온은 32.7도로, 초속 1.0~1.5m의 남서풍이 불었다.
그리고 주 이경이 축구를 끝낸 뒤 길 위에서 쓰러진 시각인 같은 날 오후 7시42분까지 1시간2분 동안 창원지역은 기온이 계속 하락, 이 시각에 30.6도를 나타냈다.
바람은 초속 0.4~1.0m의 북서풍이었다.
30.6~32.7도의 기온대는 모든 사람이 심한 불쾌감을 느끼는 '불쾌지수 86'을 웃도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만을 놓고 볼 때 유족 측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주 이경의 소속 부대는 폭염을 이유로 훈련을 실내에서 진행했고,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대원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후 2시간 가량 낮잠 자는 시간도 가졌다.
아울러 부검에서도 주 이경의 사망원인이 폭염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만한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주 이경의 부검을 진행한 집도의는 "주 이경의 사망원인이 열사병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무더위가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다만 그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창원지역 한 전문의도 "요즘 같은 무더위는 사람의 신체상황에 따라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다만 열사병이 사인이라면 부검에서 원인을 특징지을 만한 증거가 나오기 마련"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입장차를 보여온 경찰과 유족 측은 지난 8일 수차례의 협의를 열어 주 이경에 대한 장례절차를 진행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주 이경의 장례는 10일 오전 발인하는 것으로 종료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그러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주 이경의 부검을 진행한 집도의에게 시신에 대한 정밀 조직검사를 의뢰했으며 주 이경의 장기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창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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