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이 태양 에너지 관심 가져와
요즘 한국은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 끔찍한 수해로 흰옷 입은 사람들을 수심(愁心)에 잠기게 하더니 이제는 찜통더위로 푹푹 삶아낸다. 하지만, 오곡의 알이 튼실해지고, 사과며 배의 과육에 단맛이 제대로 배려면 이런 무더위가 어느 정도 필요하니 조금 참아 볼 일이다. 특히, 일조량이 부족해 단맛이 적은 영국 토종 과일을 먹다 보면 그런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내일이면 가을의 문턱에 올라서는 입추(立秋)요, 모레면 더위가 한풀 꺾여 꼬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말복(末伏)이다. 머지않아 눈이 시리도록 푸른 청명(淸明)한 하늘 아래 몸과 마음이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 결실의 계절이 금수강산을 축복받은 땅으로 바꿔 줄 텐데... 계절은 그렇게 오고 가며 그 속에서 아둥바둥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픔도 주고 기쁨도 전한다. "스스로 그러한" 자연(自然)의 이치에 순응하면서 크게 낙망하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
|
| 런던 시내 버킹엄 궁전 근처 그린 파크에서 무더위에 아랑곳 없이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 올여름 영국은 1659년 기상관측 이래 7월 최고 더위를 기록했다. |
영국은 7월 평균기온이 17.7(이하 섭씨)도로 1659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사상 최고를 기록을 나타냈다고 부산하다. 지금까지는 1983년의 평균 17.3도가 최고였다. 기상이변, 기후 변화라는 용어가 일상화된 영국. 이 곳도 기후가 변덕을 부리기는 마찬가지. 8월 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찌는 무더위는 사라졌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이상 무더위가 남겨 놓고 간 선물이 있다. 에너지 문제다. 대규모 정전사태도 있었지만, 이상 고온으로 에어콘이나 냉장고 선풍기, 기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기기사용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전기 공급회사들이 전기 값을 급격히 인상하자 뭔가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얻어 비용을 줄일 방법이 없을까 하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한 해답의 하나로 태양에너지가 관심을 모은다.
대형 전자제품 매장 태양 에너지 장비 판매 시작
2006 월드컵 때 독일에서 놀란 것 가운데 하나가 환경이라고 살펴봤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독일은 대중교통수단으로 버스가 드물다.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전차와 지하철, 철도에 의존한다. 일반 국민들은 주택에서 태양열 사용에 적극 나선다. 개인 주택에 가보니, 주택이 태양에너지 사용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었다. 해가 뜰 경우 전등을 켜지 않아도 환해지도록 화장실이나 욕실, 부억등에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창을 낸다. 이는 난방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중창을 활용해 햇볕을 받기 때문에 특별한 다른 난방 없이도 해만 있으면 마치 온실처럼 따뜻하다. 별 자원도 없는 독일이 괜히 유럽 최고의 부국이 된 게 아니었다.
영국에 와서 보니 독일처럼 태양열을 사용하는 주택이 거의 없었다. 독일과 아주 다른 면모였다. 현재 영국에서 재생 가능한 이런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석유, 석탄 같은 화서에너지나 원자력과 비교해 불과 2%에 그친다. 거의 무관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영국에서 변화의 신호탄은 올 여름 무더위였다. 전자제품 판매업체인 커리스(Currys)가 매장에 주택용 태양열 활용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한국과 달리 영국서는 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고 주로 단독주택에서 많이 산다. 그만큼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설치비 18년 뒤 뽑아... 당국도 제도 정비 측면지원
기존에 현재 침실 세 개 짜리 집(three bed room, 침실 세 개와 거실, 부엌)을 태양열 에너지 주택으로 개조하는데 드는 비용은 만 6천 파운드(약 2천 8백만원). 적지 않은 액수다. 커리스는 이를 거의 절반 가까운 9천 파운드(천 6백만원)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대량판매 전에 돌입했다. 이를 설치하면 에너지 사용 비용을 1년에 5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침실 3개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18년이 지나면 설치비를 뽑게 된다. 아직도 좀 멀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크게 오르고 있는 전기 값이 더 오른다고 가정할 때 본전 뽑는 시간은 훨씬 단축될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법이 바뀌어 시청의 허가를 얻지 않고도 태양 에너지 시설을 갖추기 위한 주택 개축에 나설 수 있다.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면서 태양 에너지 붐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
|
| 전자제품 매장 커리스(Currys)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구호 아래 전기사용료를 50% 줄일수 있다면서 매장내 태양에너지 관련 설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
우리도 한때 그러니까 철권정치가 정점에 이르던 70년대 말 태양열 주택이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관 주도의 전시성 사업에다 후속 기술개발과 관리가 부실해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아직 크게 부족하다. 그동안은 선진국 뒤따르기 바빴지만, 이제 화석연료를 대신한 신재생에너지처럼 새로운 영역에서는 우리가 앞서갈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