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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영국은행 거액 흑자와 FTA ②

[영국통신] 영국은행 거액 흑자와 FTA ②

김문환

작성 2006.08.01 15:59 수정 2006.08.01 16: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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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금융산업)으로 잘사는 선진국

영국이나 선진국에서 느끼는 것. 변변한 공장 굴뚝도 별로 보이지 않고 주 5일제에 하루 8시간 근무로 특별히 더 열심히 일하는 것도 없는데 참 잘도 산다. 여기서 잘 산다는 개념은 국민의 상위 20~30% 호화롭게 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하위 20~30%까지도 기본적인 교육, 의료, 노후 보장을 받아가면서 사는 것을 말한다. 전자로 치면 중국도 선진국 개념에 들 수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잘 사는 이유는 바로 서비스 산업에 있다. 공해 내뿜고, 노사 분규 겪어가며 있는 힘을 다해도 넘보기 어려운 돈을 앞서 영국의 은행들에서 보았듯이 서비스 산업에서 벌어들인다. 물론 서비스산업의 핵심은 금융이다. 미국의 론스타가 국내 들어와 몇 년 머물며 버는 돈이 수조원대에 이른다.

바로 여기에 선진국이 잘사는 비결이 숨어 있다. 자본주의 특히 금융자본주의는 우리가 주변에서 하는 말과 한치도 틀리지 않는다. [돈 놓고 돈 먹기]. 막대한 자금을 가진 사람이 돈이 급히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 주거나 혜택을 부여하고, 나중에 엄청난 이자 떼가거나 각종 이익 거둬 거액을 거머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FTA를 체결할 때 경계해야 할 대목이 도사린다. 영국의 은행에서 봤듯이 엄청난 흑자와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선진국 금융회사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자. 재앙의 수준이 될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금융보다 일반 소비자 소매금융

왜 그런가. 먼저 외국 은행들이 주로 돈을 버는 방법을 보자. 각종 대행 수수료와 기준을 어겼을 때 받는 벌금 형식의 수수료다. 그렇다면 벌금과 수수료를 많이 내는 분야는 어떤 분야일까. 거대 기업이 수백,수천억원 자금을 끌어다 쓰는 산업 금융이라기보다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자영업, 중소기업들이 몇십만원,몇백만원 쓰는 소매 소비자 금융이다. 다음 한국을 보자. 우리는 인구 4천8백 만으로 영국 6천 만, 프랑스 6천 만, 독일 8천 만에 비해 적은 규모의 나라가 아니다. 더구나 소액 대출을 필요로 하거나 한도를 넘어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이 나라들 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이미 답은 나온 것이다. 왜 미국의 금융업자들이 한미 FTA를 오매불망 학수고대하고 있는지... 선진국 은행들의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 바로 한국시장인 것이다.

영국 바클레이 은행의 점포 내부. 각종 대행 수수료와 초과 사용 수수료는 일반 서민들의 주머니를 주로 겨냥하게 된다.

FTA가 체결되고 엄청난 자금을 가진 미국계 은행들이 들어온다고 치자. 국내은행보다 저리로 자금 풀 경우 소비자를 싹쓸이할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이자가 낮은데... 그런데 함정. 이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도를 넘거나 기일을 못지켰을 때 나올 벌금과 수수료. 영국에서 은행고객들이 바로 이 항목에서만 은행에 내는 돈이 앞서 살펴봤듯이 6개월에 47억 파운드, 대략 8조 5천억 원에 달한다. 1년으로 치면 20조 원 가까운 초과사용 수수료를 낸다. 벌금 형식의 수수료가 영국 만큼 높지는 않다고 해도 소매 소비자금융에서 엄청난 돈이 해외로 빠져 나갈 것임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선진국과 FTA 체결은 금융에서 서민 주머니 터는 것

지금 일부에서 FTA 체결로 금융산업의 선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한껏 부풀려 홍보되고 있다. 물론 우리 금융기관들의 주먹구구식 운영의 수준 향상에 도움도 되겠지만, 미국식 은행 선진화라고 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금융산업의 선진화란 다름 아니라 우리에게 절실한 산업자본용 기업금융이 아니라 소매 소비자 금융, 그리고 이자가 아닌 벌금과 수수료 떼먹기라는 점, 기억하고 넘어가야 한다. 국내 은행도 이미 IMF를 겪고 난 뒤로는 각종 수수료를 올려 이 부분에서 돈을 버는 비중을 높여 가고 있다. 선진국과 FTA는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나아가 은행의 주력 돈벌이로 자리잡게 된다.

여기서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표가 생긴다. 그리고, 한사회의 존립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부호를 던지게 된다. 왜냐하면 은행의 돈벌이 표적이 돈 많은 기업가나 중상류층이 아니라, 은행 잔고 몇 푼이나 카드 한도 몇 푼 못 채우는 서민이기 때문이다. 서민들 고혈(膏血) 짜내는 금융 제도가 FTA 이후 외국계 은행들이 황금시장 한국으로 갖고 들어올 선진 금융기법의 본질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수준 낮은 고리 대금업이 아니다. 저율에 수수료나 벌금 챙기는 기법이 바로 수준 높은 선진 금융기법이다. 

이렇게 한두 푼 한도 넘긴 것으로 엄청난 벌금 물리는 행위가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은 영국에서도 논란의 대상이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미국식 은행기법을 배운 영국은행들의 이런 수수료, 벌금 먹기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현금계좌에서 돈 몇푼 넘겨 쓴 것(overdraft) 가지고 우리돈 5만~6만 원의 돈을 떼가는 행위에 대해 "착취(RIP-OFF)"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초과 수수료 금액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공정거래 위원회(Office of Fair Traiding)에 과도한 초과 수수료에 대한 조사에 나서 줄 것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면서도 거세지는 여론을 감안해 검토에는 들어갈 전망이다. 영국 은행들의 천문학적 수익을 보며 우리사회가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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