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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영국 영화 전성시대

런던에도 비 피해

한국이 또다시 큰 비에 물난리를 겪고 있다. 매도 견딜 수 있나 봐가면서 치는 법인데 한국사회의 맷집을 너무 과대 평가한 것인가.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제 그만하고 내년을 대비할 힘을 한국민들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닌지. 비가 그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오늘은 영국에 와 영국 소식을 전하면서 처음 한국과 발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런던에 모처럼 저녁 시간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아니 퍼붓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무더위가 너무 오래 지속된 탓에 무엇인가 시원한 빗줄기가 그리웠는데 찌는 듯한 무더위를 몰아내주는 시원한 한 줄금 소나기. 한두 시간 소나기 퍼부은 뒤 보또랑으로 나가면 미꾸라지가 우글거렸다. 다음날 아침 뒷산에는 버섯이 쑤욱 자라 이끼를 비집고 올라와 있었다. 소나기가 가져다 준 보양식. 미꾸라지와 버섯. 자연 현상이란 이렇게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최근 사나워진 자연 현상은 정반대로 간다.

영국의 소나기는 소리만 요란하다. 천둥과 번개가 치는 기세를 보면 무엇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데 강수량이 얼마 안된다. 조금 내리다 만다. 그런데도 비 피해가 발생한다. 장마라든가 홍수라는 자연 재해를 별로 겪지 않는 나라라서 우리같은 수방 대책이란 걸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가. 런던 서부 지역 해머스미스(HammerSmith) 저지대가 물에 잠겼다.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겨 차들이 고립됐다. 물론 인명피해나 이런 정도는 아니고 그런데도 언론은 일제히 신문에 사진을 싣고 "이곳이 베니스(베네치아)인가"라며 다소 장난기 섞인 제목을 단다. 이런 것을 보면 참 지구가 불평등해 보인다. 잠시 비에 잠긴 시가지를 낭만적으로 해석하고 있으니.

영국 영화 흥행 성공

지난해 국내 최고 관객 동원이란 금자탑을 세운 '왕의 남자'를 비롯해 한국 영화가 국내 팬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배우라 불리는 안성기를 비롯한 많은 영화인들은 미국의 요구대로 영화 시장을 개방하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해 강도 높은 시위를 벌였다. 바야흐로 전세계가 미국 영화에 점점 점령돼 가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의 영화가 제나라 시장에서 제나라 백성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명망있는 배우들이나 한끼를 해결해야 할 영세한 영화종사자들의 절규와 관계 없이 정부의 시장개방 의지는 확고부동하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열지 않을 수 없을 테고.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 한국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발표됐다. 지난해 그러니까 2005년 영국영화 산업 통계다. 입장 수입을 가장 많이 올린 상위 20개 영화 가운데, 절반 가까운 8개 작품이 영국 영화였다. 물론 미국과 합작으로 만든 영화들이지만, 대단한 기록이다. 순위도 주목할 만하다. 4천8백60만 파운드(약 9백억원)의 수입을 올려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이 영국의 해리 포터(Harry Potter and Goblet of Fire)였다. 다른 영국 영화 왈라스와 그로밋(Wallace & Gromit:The curse of the Were Rabbit)은 3천2백만 파운드(약5백 70억)의 수입을 올려 전체 흥행에서 5위를 나타냈다.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은 13위였다.

영국 영화 흥행의 선봉장이 된 해리포터.

지난해 전체 영국 영화시장에서 흥행수입은 7억7천만 파운드(약 1조3천5백억원). 이 가운데, 해리 포터, 오만과 편견 같은 영국 영화가 올린 금액은 3분의 1이나 된다. 시장에서 수익 비중이 33%라면 나쁘지 않다. 영국 영화의 해외 진출도 눈부시다. 전 세계로 영국 영화를 무려 16억 파운드(약 2조 7천 5백억원) 어치나 팔았다. 세계 영화시장에서 영국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에 14. 5%였다. 2004년 14억 파운드 어치를 팔아 시장 점유율 10.3%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매출은 15% 늘었고, 시장 점유율은 33%나 급신장했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영국 영화산업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겨냥해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시장 판매액이 수출액의 50%에 불과하니 말이다. 한국의 자동차가 한국시장 겨냥한 것이 아니듯이.

물론 이렇게 된 데는 해리포터의 마법의 힘이 작용했다. 해리포터가 영국 시장에서는 4천 8백만 파운드 수입을 올렸지만, 해외에서는 무려 10배 가까운 4억3천만 파운드라는 무서운 기록을 냈다. 자료를 낸 영국영화협회(UK Film Council)는 "지난해가 영국영화사에 특별한 해였다(an excellent year)"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 영화 이외에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자국 영화 감소 추세에 비춰 놀라운 일이다. 세계 영화계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미국의 영화표 판매율은 9%, 독일 19%, 프랑스 10%나 감소했다. 그런 만큼 미국도 활로 모색을 위해 무시못할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 영화시장 빗장을 벗겨내려 애쓰는 중이다. 

끝으로 우리 영화산업을 지켜야한다는 울분만 토할게 아니라 차분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영국 문화부 관리 테사 조웰(Tessa Jowell)이 전망하는 내년도 영국영화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나갈 길을 한번 생각해 본다. "내년에 세금 우대 혜택을 추가로 제공할 경우 영국의 영화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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