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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다이애나, 잊혀지지 않는 영혼

다이애나 최후 사진 논란

다이애나는 영국인들 사이에 지속적으로 살아 숨쉰다. 언론이 다이애나와 관련된 아주 작은 일도 기사화해 영국인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지난주 미국 CBS TV가 다이애나 사망 당시 산소호흡기로 산소를 주입받는 장면을 공개하려다 비난을 받고, 마침내 이탈리아의 잡지 키(Chi)가 '세계적인 특종 레이디 다이애나의 진실(Exclusiva Mondiale, La verita su Lady Diana)'라는 제목으로 최후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을 공개한 뒤 영국 언론들은 일제히 다이애나의 비극을 이용한 추악한 행동으로 몰아세웠다. 고인은 물론 남은 유족들을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라는 비난이다. 다이애나 최후의 흑백 사진은 이달 출간 예정인 프랑스 범죄전문작가 장-미셸 카라데슈의 '레이디 다이애나: 범죄 수사'라는 책에서 인용한 것이었다.

다이애나가 죽기 전 산소호흡기로 긴급 구호를 받는 장면을 흑백사진으로 실은 이탈리아 잡지 키. 영국의 신문과 방송뉴스는 잡지 표지를 전하면서 문제의 흑백사진을 화면 오른 쪽 아래 귀퉁이에서 보는 것처럼 잘라냈다. ⓒ김문환

1997년 8월 사고당시 만신창이가 된 벤츠 승용차. 벤츠차도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 ⓒ김문환

이 때 영국 신문들은 이 기사를 다루면서 다이애나 최후의 장면은 싣지 않았다.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경우 14일자 신문에 이탈리아 잡지 '키'의 표지 에서 다이애나의 상반신 사진만 싣고, 그 아래 흑백의 '최후장면'은 뜯어낸 모습으로 잡지 표지를 게재했다. 대신 "아주 역겹다(It's disgusting)"라는 큼직한 제목을 달았다. 데일리 메일은 7월 15일자 기사 제목에서 "다이애나를 편히 쉬게 하자(Let Diana rest in peace)"는 논조를 보였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언론이 일제히 그녀의 아들들, 윌리엄과 해리왕자가 더 이상 어머니를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호소를 실었다.

다이애나 기사 현재진행형

그러나 다이애나는 늘 현재 진행형이다. 비록 최후의 끔찍한 장면 사진은 싣지 않았지만, 그녀와 관련된 얘기거리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타블로이드 대중지들은 앞다퉈 기사화 한다. 또, 정론지들도 자극적인 제목이나 과대한 기사 분량은 아니지만, 비중있는 소식에서는 다이애나를 비껴가지 않는다. 7월 들어서만도 굵직한 톤으로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한 재조사 얘기부터 다이애나 생전의 의상 얘기까지 다양하다. 7월 15일의 '최후사진' 공개 기사 말고 기자가 대략 홅어 본 것만으로도 여러 건이다.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7월 10일자로 전한 다이애나의 디자이너 인터뷰 기사. ⓒ김문환>

우선 눈에 띄는 것은 7월 22일 데일리 미러가 특종이라고 보도하면서 다른 신문방송도 일제히 보도한 기사다. 내용인 즉, 다이애나 사건에 대한 검시 평결이 1년 이상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는 소식이다. 7월 말 다이애나의 죽음에 대한 공식 보고서가 나오지만, 검시(檢屍) 결과 평결은 1년 이상 미뤄졌다는 것인데 이유는 검시 평결관(Royal coroner) 마이클 버제스(Michael Burgess)가 과로한 업무를 이유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대법관에게 밝힌 사퇴 이유 즉 과중한 업무가 이유라기보다 이런저런 정치적인 간섭과 음모에 평결이 끝없이 연기되는 사태를 참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왕실의 무언의 압력에다 다이애나와 함께 죽은 그녀의 애인 도디의 아버지 모하마드 알 파에드(영국 최고급 해로드 백화점 소유주)의 간섭이 큰 스트레스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7월 24일자. 다이애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은폐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다이애나 관련기사를 1면에 실었다. ⓒ김문환

죽은 다이애나와 이번에 사퇴한 검시 평결관 마이클 버제스. 그의 사퇴로 은폐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문환

새로운 은폐시도 가능성

그뿐인가, 데일리 메일의 경;다이애나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은폐 그림자(Diana Death : New Cover-up Fears)"라는 기사를 다뤘다. 검시 평결관 마이클 버제스의 사임 뒤에 왕실, 정부, 정보기관 모두에서 누구로 대체할 것인지 관심이 지대하다면서, 마이클 버제스의 사퇴는 무엇인가 은폐를 위한 길을 닦아 준 것 이라고 보도했다.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7월 10일자에서도 역시 처음 공개하는 내용이라면서 다이애나의 디자이너 자끄 아자게리(Jacque Azagury)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세련되게 차려입은 다이애나의 맵시있는 자태를 여러 장의 컬러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다이애나가 어떻게 수줍음 많은 왕자비에서 역사를 새로 쓰는 매력적인 현대 여성으로 거듭났는지 디자이너가 바꿔 놓은 비결을 들려줬다.

1981년 7월 다이애나와 찰스왕세자의 결혼식 사진. 벌써 25주년이다. 결혼하는 부부 모두가 이렇게 행복한 순간으로 영원할수 있다면 비극은 없을 텐데...ⓒ김문환

정론지 가디언 역시 24일자에 '1981년 이번 주'라는 제목 아래 1981년 7월 29일 치러진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사진을 큼직하게 실었다. 결혼 25주년이니 은혼식인데... 그녀가 10년 전 그러니까 1996년 이혼하고 1년 뒤인 1997년 빠리에서 애인 도디와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도 벌써 9년이 흘렀다. 우리네 셈법으로 강산도 한 번 변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과연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인지, 일부 언론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처럼 왕실과 정부, 정보기관이 총출동해 죽음에 대한 진실을 가리려고 하는 것인지, 망자들은 말이 없는 가운데 세인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그럴수록 다이애나 관련 기사를 키우는 언론의 관행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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