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고시원 화재사고로 숨진 희생자 8명 가운 데 7명의 발인이 23일 서울 경찰병원과 서울의료원에서 유족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떠나 보낸 유족들은 억누를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그 중에서도 어려운 형편으로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던 고(故) 손경모씨 유족은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손씨에 대한 그리움에 누구보다도 서럽게 오열해 장례식장을 숙연케 했다.
오전 9시30분께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서 손씨의 검게 탄 시신이 수의에 싸여 관에 들어가는 순간 유리문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부인 이정숙(42)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진 채 통곡했다.
손씨 처남 이정호(41)씨 등 다른 가족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며 이씨를 위로했지만 가장을 잃은 슬픔은 너무나 큰 듯 했다.
아직 아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쌍둥이 자매(9)는 충격을 견디지 못할까봐 식장에 데려오지 않았다.
손씨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족이 함께 살던 아파트 를 팔아 아내에게 피부 마사지실을 차려주고 자신은 운전연수 교사를 하면서 홀로 고시원에 머물며 가족이 다시 함께 살 날을 고대해왔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어 진행된 고 배수준씨의 발인 과정에서는 이번 사고에 대한 견해 차로 장례 식장을 방문한 송파구청 관계자와 유족 간에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청 관계자가 "방화는 엄밀하게 말해 재난이 아니기 때문에 합동분향소 설치나 공식적인 지원금 마련이 어렵다. 따로 기금을 모아 내일이나 모레쯤 전달하겠다"고 말한 것에 유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유족들은 "화재로 사상자가 20명이나 났는데 이게 재난이 아니면 뭐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희생자 가정 중에 형편이 어려운 집이 많은데 이왕 기금을 주려면 장례절차를 하기 전에 미리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배씨의 형 기만씨는 "유족들은 지원금에 집착하는 게 아니다. 관련 법령이 빨리 정비돼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고 살아가는 데 좀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경찰병원에서는 고 장수진씨, 안영배씨의 발인제가 유족과 친지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서울의료원에 안치돼 있던 고 조지연씨와 문 미씨, 박승균씨 발인도 이날 진행됐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벽제화장장과 성남장제장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던 고 윤석칠씨의 장례는 이번 사고 희생자 가운데 가장 빠른 21일 치러졌다.
한편 이번 화재로 숨진 고 배수준, 안영배, 박승균, 장수진, 손경모씨 등 5명의 유족들은 25일 1차 모임을 갖고 건물주나 고시원 업주 등의 과실 및 책임 문제에 대한 법률적 대응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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