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9년 관측 이래 2번째…7월 기온 최고 37.5도 기록
영국의 불볕 더위가 한풀 꺾였다. 새벽에 비가 오더니 낮기온이 30~31도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역사상 7월 중 최고 기온의 신기록을 낸 여세가 만만치 않다. 당분간 한낮에는 수은주가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예보다. 비가 와서 그런가 영국 날씨답지 않게 후텁지근하기도 한데 7월 19일 영국 남부지방 위슬리(Wisley)는 수은주가 37.5도 까지 올라갔다. 인간의 체온보다 높다.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의 무더운 도시들 못지 않다.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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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 지속되면서 영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19일에는 사상 두번째 더위이자 7월중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37.5도를 기록했다. ⓒ김문환> |
언론은 물론 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던 7월 중 최고 온도의 기록을 깬 것이다. 그러니까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도 전인 1911년 7월 22일에 런던 교외 엡솜(Epsom)의 수은주가 36도를 기록한 뒤 7월에 36도를 넘어간 것이 처음이다. 가장 덥다는 8월 기록 38.5도(유럽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던 2003년 8월 10일 영국 브로그데일, Brogdale의 온도)에는 1도 모자라 역사상 최고 온도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올 여름 언제 다시 기록적인 무더위가 다시 찾아올지 모를 일이다. 아직 8월의 문턱에도 진입하지 못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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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시민들이 더위를 차지 못하고 시내 광장의 분수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힌다. ⓒ김문환> |
영국에서 처음 온도 관측이 시작된 것은 1659년이다. 이후 1772년부터 지금까지 2백 30년 넘게 측정한 기록을 모두 갖고 있다. 특기할 것은 그래프가 다소 오르내리는 굴곡이 있지만, 1900년대 이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1980년대 이후 20년 이상 가파른 온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르내림이 없이 매년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있어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유력한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는 19일자 1면에 이같은 문제 의식을 담은 기사를 실었다. "오늘날 왜 이렇게 더운지 궁금하지 않은가?(Are you wondering why it's so hot today?)"라는 제목은 이를 잘 담아낸 표현이다.
일시적 현상인가, 온실가스에 인한 지구 온난화의 결과인가?
일시적 현상인지(just a freak summer) 아니면 지구 온난화의 증거인지(proof of global warming)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덥게 만드는지 분석하고 있다. 가장 단기적인 이유는?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날이 지속되면서 태양열이 그대로 땅으로 전달되고 둘째, 유럽대륙의 뜨거운 공기가 영국으로 밀려 들어온 이유란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왜 80년대 이후 계속 더워만 지는지, 그리고 1991년 37.1도로 관측 역사상 처음 37도를 돌파하고 이어 2003년 38.5라는 기록적인 더위를 보인지 3년만에 다시 7월 중 최고이자 역사상 두번째 더운 37.5도를 기록하게 됐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좀 더 근원적인 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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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더위가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이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담고 있는 기사. ⓒ김문환> |
온실가스(Greenhouse gases)가 주범이라는 분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이산화 탄소(Carbon dioxide, CO2)다. 그러면 왜 이산화탄소를 주로 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온도를 높인다는 것인가? 태양에서 도달한 엄청난 양의 열은 지구에 부딪친 뒤 반사돼 대기권 밖 우주로 다시 빠져 나가야 한다. 그래야 지구가 더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가스들이 대기권에 가득 차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대기가 순수한 공기로 채워져 있을 때는 태양 복사열이 잘 배출되지만, 대기권이 불순한 가스로 가득차 있으니 복사열이 잘 빠져 나가지 못하고 대기권 앞에 잡혀 있게 된다. 결과는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것. 마치 온실 안에서 열이 유리나 비닐에 가려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해 온실이 더워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온실가스라고 부른다.
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갈수록 늘어
그렇다면 영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실태는 어떤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주범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된다. 자동차와 발전소, 그리고 비행기. 먼저 자동차를 보자.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10년 동안 영국에서는 자동차 배출 가스가 8%나 증가했다. 배출량은 더욱 급속히 늘어 4년 뒤인 2010년에는 무려 15.6%나 급증한다는 전망이다. 1990년 4천 20만 톤이던 배출량이 2010년 4천 6백50만톤으로 늘어난 다는 말인데... 산술적으로 영국 대기에서는 1980년보다 2010년에 15.6% 더 더워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양한 변수가 있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특히 화물 자동차를 규제하지 않을 경우 재앙은 불을 보듯 자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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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은 자동차와 발전소 그리고 항공기다. ⓒ김문환> |
자동차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발전소다. 영국(북 아일랜드 제외)에서 발전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4년 6천 백만 톤에 달했다. 다행히 석유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천연가스나 기타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늘린 덕에 발전소에서 나오는 가스배출량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돼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골칫거리는 항공기다. 국제화가 진행되고 국제 항공 운송량이 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 역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 항공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천 8백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 2040년, 런던의 여름이 열대지방화?
인디펜던트는 영국 기상청의 피터 스토트(Peter Stott)연구관의 말을 인용한다. "지난 세기의 온도 변화로 볼 때 1도 정도 평균기온이 올라 가면 2003년 유럽을 휩쓸었던 것 같은 극적인 기상이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미래다. 온실가스를 극적으로 줄이지 않고 이 상태로 간다면 2040년 쯤에는 그런 일들이 이제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될 수 있다." 경고한다. 끔찍한 전망이다. 38.5도의 온도가 발생할 확률이 0.25%에서 50%로 높아지는 것이다. 50%는? 그냥 일상이 되는 것. 런던의 여름이 열대지방의 여름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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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 환경 전문가들은 지금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기후 이변을 막을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문환> |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earth) 이란 단체를 이끌고 있는 토니 쥬니퍼(Tony Juniper)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깨달아야 합니다. 기후변화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 사회 최선의 공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누구라도 지금 당장 특단의 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바로 오늘. 내일이 아니라.(Any person who claims to be representing the best interests of our society must demand urgent action, now, and not tomorrow.)"
'투모로우'(Tomorrow)라는 영화가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돼 인기를 모았다. 극지방의 빙산이 녹으면서 생기는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다뤘던 영화. 이제 영화가 아닌 현실의 문제다. 우리 사회도 좀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배출 규제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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