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요즘 한국과 정반대의 고민에 빠졌다. 비는 커녕 찜통 같은 더위의 연속이다. 20도 후반대를 오르내리더니 어느새 30도를 넘어 오늘은(영국 19일) 기록적으로 36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36도 정도는 매년 겪는, 그리고 여름 한철 보내면서 여러 날 맞는 더위지만, 이곳에서는 아주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기상이변이라고들 한다. 일기예보를 보다 보면 'Sunny Spell'이란 말이 나온다. 한동안 매일 햇볕만 내리쬔다는 얘기다. 햇빛만 나오면 좋은데, 뜨거운 햇볕이니 문제다. 가을날 20~25도 전후의 햇빛이라면 지속될수록 좋은 것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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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교외가 36도 까지 오른다는 TV 일기예보.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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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서 주의보(酷暑 注意報, Heat-Health Watch)를 전하는 일기예보. ⓒ김문환> |
사상 첫 37도 기록되나? 기록적인 무더위 지속
30도를 넘는 불볕 더위의 지속이니 상황이 다르다. 그러니 Heat wave라는 표현이 이어진다. 열선(熱線)으로 음식 만드는 것처럼 오랜 기간 아주 무덥다는 표현이다. 점잖은 BBC도 18일 밤 일기예보에서는 "예외적인 더위"(Exceptional Heat)라고 표현하며 구름 한점 없이 맑게 갠 런던 주변의 기상도를 펼쳐 보인다. 민영 ITV 일기예보에서는 7월 영국 기온으로는 신기록인 37도를 기록하느냐를 논할 정도였다. BBC도 일기예보에서 마찬가지로 1911년 이래 7월 최고 기록 여부를 19일 오전까지 반복적으로 전했다. 기상청에서는 혹서 주의보(酷暑 注意報, Heat-Health Watch)를 내렸다. 무더위 건강을 조심하라는 주의보인 셈인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할까? 지난 2003년 유럽을 강타한 무더위. 그때 영국은 평균보다 2천 명이 더 사망했고, 유럽 전체적으로 2만 7천명이 무더위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에 대한 대비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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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최고 기록 37도(New July Record)를 기록할 것인가를 전하는 ITV 일기예보.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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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탈진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일러주는 일간지 인디펜던트 18일자 보도. ⓒ김문환> |
TV·신문·일제히 무더위 관련 기사
이에 발맞춰 신문에서는 사무직 종사자들이 양복 저고리와 넥타이를 벗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낮 찌는 더위 속에 숨어든 자외선의 위험을 경고한다. 더위가 가져오는 건강상의 문제점도 그림을 덧붙여 자세하게 짚어 준다. 인간의 피부는 열을 흡수하는데 이때 더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땀을 낸다. 수분이 필요해지는 이유인데, 특히 소변색이 노란색, 붉은색등으로 이상해 질 경우 수분을 보강해야 하는데 커피나, 차는 좋지않고 물이나 가벼운 음료를 충분히 마셔 탈진이나 정신 혼란을 막으라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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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의 하루 물 사용량이 23억 리터 라면서 물부족을 우려하는 BBC 18일 뉴스.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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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적인 무더위에도 햇빛을 즐기는 일부 시민> |
TV 뉴스도 예외는 아니어서 무더위 때 행동 요령을 기자가 직접 등장해 스탠딩으로 풀어 설명해준다. 또, 더위로 인해 물부족 현상이 발생한다고 보도한다. 말라붙는 상수원 모습을 비춰주면서 이 곳에서는 물 부족으로 인해 잔디에 물을 주거나 집에서 세차를 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고 아예 수도국에서 공문을 보낼 정도다. 한쪽에서는 무더위에 물이 없어 걱정이고, 한쪽에서는 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재산 손실이 발생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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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도로 가면 무더위 대책(HeatWave Plan) 3단계로 노인과 어린애들에 대한 특별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한다. ⓒ김문환> |
한국 무더위보다는 약해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정부에서 31도를 무더위 대책(HeatWave Plan) 온도로 삼는 이들의 더위가 좀 낯 간지러운 측면이 있다. 그 정도면 한여름 애교로 봐줘도 무방할 정도인데 이 곳에서 사는 사람은 몰라도 기자처럼 최근에 한국서 온 사람 개념으로 보면 그렇다. 우선, 아무리 36도 라도 푹푹 찌는 게 없다. 공기가 건조해서 그렇다. 습기가 없어 불쾌지수가 높지 않다. 그러니, 햇볕에 나와 있으면 익는 듯한 더위를 느끼지만 그늘로만 들어오면 참을 만 하다. 지하철이나 철도에 에어콘을 가동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시민들이 참고 다닐 수 있는 이유다.
또 밤에 잠못 이루는 열대야가 없다. 낮에 30도를 휠씬 웃돌아도 밤에는 15~20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 오후 6시가 넘으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밤에는 이불을 덮어야 잘 수 있다. 영국에서 가장 더운 런던 지방에서 집에 에어콘이나 선풍기는 물론 부채 없이 사는 집이 많은 이유다. 여름 한철을 제외하고는 해를 보기 어려운 나라이기 때문인가? 시민들은 햇볕을 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햇빛을 즐기러 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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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디에 물을 주거나 집에서 세차를 하지 말라고 안내하는 수도국의 공문이 집집마다 날아온다. ⓒ김문환> |
여행업계 울상
이런 가운데 울상을 짓는 곳이 있다. 여행업계. 영국인들은 여름에 더 많은 햇빛과 무더위, 그리고 해수욕을 위해 외국으로 휴가를 떠난다. 그런데 올해는? 여행객이 줄었다고 한다. 여행상품도 안팔려 울상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한다. 영국이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가며 선전한 통에 월드컵 보는 재미에 빠진 시민들이 휴가 갈 생각을 안한 것. 여기에 영국이 6월부터 맑은 날에 무더위가 지속돼 영국인들이 선호하는 휴양지인 이베리아 반도 만단의 카나리아 제도보다 더 더웠다. 그러니, 그냥 영국에서 더위를 즐기는 것. 더우면 피서가 아니라 햇빛을 즐기는 나라의 국민 답다. 안팔린 상품을 싸게 할인 판매한다는 기사가 신문에도 나고 TV 뉴스에도 자세히 보도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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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휴가 상품이 할인에 들어갔다는 소식.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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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 여행사가 주관하는 상품, 4인 가족 터키 일주일 상품이 천848 파운드에서 천248파운드로 할인됐다고 알린다. ⓒ김문환> |
한국은 반대다.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농민들이 애써 가꾸는 농경지, 산업의 동맥 도로, 삶과 영업의 터전인 건물, 그만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시민들도 깊은 시름에 잠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슬픔과 불행을 딛고 희망을 일궈야 할 때다. 곰곰 생각해 보면 여름에 장마가 오고, 집중호우가 내려 물난리를 겪고, 겨울에는 한파 피해를 겪고, 이따금 가뭄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대신 봄가을로 살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좋고 싫고를 떠나 수천년 한반도에서 살아온 한민족의 운명이다. 어찌 우리뿐인가? 물난리, 강풍, 한파, 무더위, 가뭄, 지진, 해일….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겪어 왔고, 겪고 있고, 또 겪어야 할 운명 일수 있다. 자연의 조화를 인간이 통제하거나 조절하는 데는 현재까지의 기술로 아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에 너무 일희일비하지말고, 자연에 순응하고 어울려 사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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