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맞은 성산업 특수
남녀 혼욕(混浴)이라고 하는 문화적 이질성(異質性) 외에 독일에서 느끼는 또 하나의 특징은 성산업(姓産業)이 공식화 돼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물론,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성을 사고 파는 일이 불법이 아니다. 허가 받은 구역에서 허가받은 사람이 할 경우 정식 직업으로 인정된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에서 마음껏 성을 즐기라는 업계 종사자들의 대형 광고판을 외신을 통해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풍만한 여인의 나신(裸身) 위에 기하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무늬의 태극기를 비롯해 월드컵 참가 32개국의 국기를 그려 넣은 포스터... 엄격한 이슬람국가 이란과 사우디의 강력한 항의로 이란 국기와 사우디 국기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인의 몸에서 지워지는 사태를 빚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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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프랑크푸르트 역에서 바라본 풍물 거리. ⓒ김문환> |
후일담이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팀은 사우디와 이란이었다. 유럽의 축구 강국들에게 큰 점수차로 패해 아시아 축구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반갑지 않은 역할을 맡았는데... 설마 축구 실력과 성매매 포스터를 금기시(禁忌視)하는 취향이 비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독일은 4강까지 올라가는 기염(氣焰)을 토했다. 아무튼 동유럽이나 기타 다른 지역의 빈곤한 여성들이 월드컵 특수를 맞아 독일로 몰려들었다는 주장도 나와 성을 상품화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가진 단체의 숱한 항의를 사며 우려도 낳았다. 이런 가운데 큰 사고 없이 월드컵이 끝난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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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물거리 월드컵 관련 잡화점.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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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물거리의 여인들. ⓒ김문환> |
점잖지 못하게, 부끄러움도 모르고, 목욕을 알몸의 남녀가 뒤섞여 함께 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버젓이 백주(白晝)대낮(백주도 대낮의 뜻이어서 백주대낮은 '역전 앞'처럼 같은 뜻의 말이 반복된 것이지만, 강조를 위해 사용)에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자행되는 나라 독일. 꼭, 유교적 관점이 아니더라도(유교국가가 이슬람과 기독교 국가인 다른 유럽 나라들도 불법이므로) 독일을 "참 한심한 나라 아닌가" 라고 여길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일단 독일 얘기이므로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를 제외하고... 성산업을 허용하는 독일과 금지하는 우리나라를 비교해 그 명(明)과 암(暗)을 들여다 보자.
법적으로 허용하지만, 건전한 사회
먼저 독일. 독일 경제의 상징이자 금융의 중심지. 나아가 유럽경제의 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 2차세계 대전당시 미국의 폭격을 받고 대부분의 고풍스런 빌딩들이 붕괴되고 초토화된 뒤 그 위에 다시 지은 '라인강의 기적', 마천루(摩天樓)들이 즐비하다. 프랑크푸르트 역에 내려 정면으로 나오면 분데스 방크나 괴테 하우스등으로 이어지는 풍물거리가 나온다. 우리식으로 포장마차같은 노점 음식점이 죽 늘어서 있다. 숯불에 구운 소세지, 전기구이 통닭, 케밥, 기타 터키나 지중해안에서 온 음식... 프랑크푸르트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허기진 배와 호기심을 비교적 싼값에 고루 채워 주는 고마운 풍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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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물거리의 숯불 소세지 구이집.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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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식 해물 볶음밥.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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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의 동맹국가 돌궐의 후예 터키식 군만두.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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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나 복숭아, 자두같은 과일이 무늬는 우리와 비슷한데 맛이 덜하고 살구는 거의 똑같다. 바나나, 오렌지는 수입해 먹으니 비슷하다. 먹음직스런 과일들. ⓒ김문환> |
길지않은 풀뭉거리가 끝나는 곳 왼쪽으로 야릇한 불빛의 업소가 늘어서 있다. 성관련 업소들이다. 자극적인 장면을 담은 각종 성관련 서적이나 비디오물, 기타 성관련 용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나타난다. 업소 안에는 남성뿐 아니라 물건을 고르는 여성도 보인다. 상점 말고 이색적인 제목을 가진 업소들이 지나가는 남성들을 불러 세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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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관련 업소.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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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관련 업소. ⓒ김문환> |
물론 이런 업소라고 해서 특별히 야하거나 할 것은 없다. 또, 이런 업소들이 시내 특정 장소에 위치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풍경을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며 이방인의 출입이 잦은 일부 대도시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함부르크같은 곳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어지간한 대도시나 중소도시에서는 성을 사고 파는 업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허가를 내면 이런 업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일 뿐 업소가 많다는 말이 아니다. 업소수도 적고 오히려 법망을 피한 불법 영업이나 유사업종이 만연하지 않는다. 법의 기강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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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적인 광고판. ⓒ김문환> |
또, 성인이면 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책임으로 이생을 살아야 하는 어른. 본능도 소중하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그럴 자유를 주는 것일 뿐이다. 자유가 있다고 마음대로 하는 것, 다시 말해 방종한다는 게 아니다. 방종하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회구조에서 퇴출이다. 따라서, 건실하게 생활하는 평균적인 독일인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소득이 투명하고 그에 따른 세금도 정확해 허튼 데 쓸 돈을 모으기도 쉽지 않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억압하며 강제로 못하게 막는 제도가 아니다. 인간의지를 속박하지 않고 자유를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을 철저하게 물어서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제도다. 그러니, 서서 마시는 생맥주집 이외에는 시내에서 어떤 유흥업소도 찾기 어려운 건전사회 만들 수 있다.
법으로는 규제하지만, 속으로 만연한 사회
우리사회를 보자. 법적으로 성과 관련한 업종은 엄격한 금지다. 성을 사고 팔 수 없다. 관련 용품 판매도 쉽지 않다. 그런 만큼 우리사회가 독일보다 건전한가? 기자가 볼 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허가받은 성 관련 업소는 한군데도 없지만, 성관련 산업이 만연해 있다. 성매매가 금지돼 있지만, 서울시내 주요 역주변이나 특정지역, 전국 각지 대도시에 성매매만 전문으로 하는 업소가 엄연히 존재한다. 또, 술집, 다방, 노래방, 안마 시술소... 많은 업종이 유사한 이름을 내걸고 성관련업을 벌인다. 법의 기강이 서질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업소가 시내 특정 지역이 아니라 아무 곳이나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사무실 밀집가, 상업지역, 주택가 가리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농촌이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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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품 판매 업소 ⓒ김문환> |
그렇다고 성관련 업소를 허가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실질과 명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당국은 물론 사회단체나 성숙한 시민들의 진지한 고민이 모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제한할수 있는 것은 지키지도 못할 것이니 막는다 하지말고. 막기로 정한 범위가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법의 엄한 정신을 세운다. 가령, 주택가나 학원가, 사무실 밀집가는 관련 업종은 물론 유사 업종도 철저히 금지할 뿐 아니라 기존 업소도 이전시킨다. 또, 말로만 도덕을 외치는 게 아니라 눈먼 돈이 돌아다닐 수 없도록 투명사회를 만들어 책임질 수 있는 행동만 하게 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모든 것을 허용해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되, 스스로 행동을 자제하게 만드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 건전한 풍토를 만드는 사회가 문화국가인지, 아니면 법으로 규제해 겉보기에는 맑아 보이지만, 그 뒤에서 독버섯처럼 불법이 만연하는 사회가 문화국가인지 곰곰 되새겨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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