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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런던 62살 산모 화제

영국 언론, "62살 영국 최고령 산모가 출산하다"

유대인들이 자신의 역사서라고 믿는 구약성경에는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가 (90)살에 애를 낳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특정 민족이 신봉하는 신화나 종교적 신념을 이성적 잣대나 합리적인 사고로 이해하려는 시도야 말로 이성적이지 못하다. 말 그대로 'To believe or not' 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2006 독일 월드컵이 최종 3-4위전과 대망의 결승전만 남겨 둔 시점에. 또 영국인들이 국가적 경축 행사로 여기는 윔블던 테니스 여자 결승과 남자 결승 경기만 앞둔 바로 그 때. 7월 7일 밤 BBC를 비롯해 주요 지상파 TV는 아주 이색적인 뉴스 하나를 전했다.

 < 영국 최고령 산모 출산소식을 전하는 BBC 뉴스화면. ⓒ김문환>

 <집앞에서 포즈를 취한 패런트 부부. 뉴스 화면 ⓒ김문환>

7월 8일자 조간 데일리 메일(Daily Mail)이 세계적인 특종(world exclusive)라고 보도한 1면 기사를 인용하며 영국에서 가장 많은 나이에 아기를 낳은 산모의 탄생(?)이라고 소개했다. 8일에도 다른 고령 출산자들을 찾아 기획뉴스를 전하며 고령출산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줬다.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 정도는 아니지만 환갑 지나 62살의 나이에 아들을 낳은 주인공 이야기와 주변 소식을 1면부터 4면까지 할애한 타블로이드판 '데이리 메일' 기사와 TV 리포트를 통해 들여다 본다.

 <세계적 특종이라면서 영국 최고령 62세 출산 소식을 전하는 데일리 메일. 1면을 비롯해 4개 지면에 걸쳐 실었다. ⓒ김문환>

인공 체외수정으로 외국서 임신

패티 패런트(Patti Farrant). 결론부터 얘기하면 62살 할머니(우리나이로 63세), 아니 어머니가 JJ Farrant 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를 제왕절개를 통해 7월 5일 오전 출산했다. 패티는 이미 3명의 자녀를 둔 상태다. 그러나, 두번째 남편인 올해 60세, 그러니까 2살 연하의 존 패런트(John Farrant)를 기쁘게 하기 위해 출산을 결심했다고 한다. 방법은 체외수정(IVF). 이미 난자 생산 능력을 상실한 패티는 외국의 불임 클리닉에서 난자를 제공받고 여기에 남편의 정자로 체외수정한 수정란을 자신의 자궁에 착상시켜 10달 동안 뱃속에서 키운 뒤 아기를 낳았다. 소아 정신과 의사인 할머니 엄마 패티는 결혼식 때 틀었던 샹송 엘쟈의 '살뤼 다무르'(Salut d'amour, 사랑의 인사)를 틀어 놓고 수술대에 오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 62살에 체외수정을 통해 제왕절개로 출산한 패티 패런트. 사진. ⓒ김문환>

<아기 사진. TV 촬영. 중학교 들어갈 때 부모는 70대 어른이 될 무렵 부모는 80대가 될 JJ 패런트군. 7월 5일 제왕절개로 태어났다. ⓒ김문환>

패티 부부가 외국에서 난자를 기증받은 이유는? 영국에서는 난자 제공이 거의 드물다. 난자 기증자에게 실비 이외에 보상을 할 수 없도록 한 법규정 때문이다. 이타적인 감정으로만 기증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패티처럼 난자를 생산해 내지 못하는 여성은 출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외국으로 눈을 돌린다. 법망이 영국처럼 까다롭지 않은 나라를 찾아서다. 새 생명을 잉태해 준 나라는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세베리노 안티노리(Severino Antinori) 교수가 주치의다. 안티노리는 55세 이상 노부부들의 출산 분야 전문가로 이름높다. 1998년 처음 만나 사귄 둘은 2003년 결혼하기 전해인 2002년부터 그러니까 패티의 나이 58살부터 안티노리 박사에게 시술 받았다. 그러나, 4번이나 실패했다. 그러던 동안 이탈리아에서도 법이 바뀌어 더 이상 시술할 수 없게 됐다.

<찬반 양론속에 기증받은 난자를 이용한 고령자 체외수정의 전문가 이탈리아 안티노리 박사. ⓒ김문환>

난자 기증 규제없는 러시아서 시술 성공

할수 없이 지난해 러시아로 가 안티노리 박사로부터 마지막 5번째 시술을 받았다. 마침내 성공이었다. 비용은 만 파운드, 그러니까 우리 돈 1천8백만원 정도 들었다. 물론 비난의 여지도 많다. 현재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동유럽의 빈곤한 여성들이 가난을 견디다 못해 사설 불임시술소등에 난자를 판매하는 것. 종교적 신심이 강한 영국의 전통으로 볼 때 윤리적으로 비난 받을 뿐 아니라 법적으로 금지된 일이다. 패티 부부는 판매된 난자가 아니라 기증된 난자라고 강조한다. 태어나면서 엄마에게 영국 최고령 엄마라는 선물을 안겨 준 효자 아기는 그렇게 태어났다.

 <62살 산모 패티의 임신 사진. ⓒ김문환>

 <57살에 아기를 낳은 다른 산모. BBC 뉴스 보도. ⓒ김문환>

원래 패티는 자연분만을 원했지만 7월 15일 분만 예정일 3주를 앞두고 제왕절개가 아이에게 더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7월 5일 수술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렇다면 산모는 건강한가? 제왕절개로 아랫배를 수술한 탓에 처음 24시간 동안 메스꺼움과 무기력증으로 고생했지만 그 후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는게 본인의 설명이다.

자식없는 두번 째 남편 위해 출산 결심

여기서 패티가 위험을 무릅쓰고 출산을 결심한 이유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패티의 반려자인 남편 존은 올해 60살로 8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외롭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결혼한 뒤에는 8년만에 아이없이 전 아내와 이혼했다. 1982년이다. 이후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굳이 아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않고 혼자 살다 1998년 52살에 54살 패티를 만났다. 패티는 1년 전 1997년 10살 많은 남편과 20년 결혼생활을 청산한 상태였다. 이혼 뒤 친구처럼 만나던 전 남편은 2003년 69의 나이로 죽었다고 한다. 이혼 당시 아이들은 17살, 13살, 9살이었다. 존을 만나 새로운 행복을 찾은 패티는 존이 아이가 없어 슬플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 가질 것을 권해 오늘의 결실을 얻었다.

<고령 출산 실태를 전하는 TV 뉴스. ⓒ김문환>

사실 아빠 존은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여러 명의 부인을 둘 수 있었던 그래서 출산이 가능한 젊은 여자와 지속적으로 혼인한 남자들은 60,70대 나이에도 아빠가 되곤 했다. 선조가 60대 후반에 10대 여인 인목대비로부터 얻은 아들 영창 대군도 그렇고... 얼마 전 죽은 멕시코 출신의 육체파, 성격파 배우 안쏘니 퀸 역시 70이 넘은 나이에 비서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아빠가 된 존은 데일리 메일 기자에게 "아기를 보면 많이 울 것 같아서 손수건을 여러 장 준비했는데, 막상 아기를 보니 작으면서도 완벽한 아름다움에 놀라울 뿐이었다"면서 "나는 아빠이기 때문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기쁜 마음을 밝힌다. 패티 역시 새아기를 자신의 세 아이들처럼 사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한다. "9달간(nine months, 우리네 열달과 달리 이들은 9달로 표현) 내 영양분을 먹고 내몸속에서 자랐으며, 내가 달래 준 아이"라면서 아기의 칠흙 같은 머리 색이 갓난 아이적 자기 머리 색과 일치한다고 자기 아기임을 강조한다.

할머니 엄마 1년 출산휴가 뒤 일 복귀

기뻐하는 패티와 존, 그리고 새아기 JJ 페런트(나중에 정식 이름을 지을 것이라고 함)가 함께 있는 병실을 찾은 방문객 중에는 패티가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3명의 자식이 눈에 띈다. 어머니가 뒤늦게 낳은 동생…. 자신들과 혈연적으로는 관련 없지만 같은 어머니 배에서 태어난 반동복(半同腹) 동생을 만나는 심정이 어땠을까? 모두들 어머니를 격려하고 출생을 기뻐한다고 한다. 패티의 26살 큰딸은 지금 의사이고, 22살 큰 아들은 대학생이다. 18살 작은 아들은 지금 패티, 존 부부와 함께 산다. 그는 이제 동생과도 함께 살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패티의 아버지. 93살인 그는 딸의 출산 소식에 전율했다고 한다. 그 기분이 오죽했을까? 1년간 산후 휴가를 얻은 패티는 1년 뒤 파트 타이머로 일에 복귀할 예정이다.

<62살의 엄마는 1년간 출산 휴가 뒤에 직장에 파트타임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김문환>

패티와 존의 시도를 아기의 앞날은 생각 않고 부모의 기분만 생각한 이기적 행위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이 아기가 나중에 어떤 생각을 할까? 부모가 70대에 중학교 들어가고 80대에 어른이 되니…. 그러나 지금은 그 부모의 기쁨과 건강한 출산에 밀려 잊혀져 있다"는 것. 그러나 부부의 말. "중요한 것은 부모 나이가 몇 살인지가 아니라 아이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 라면서 "우리는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한다. 패티 부부의 바람대로 모든 일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60에 인생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행복을 찾는 그 용기. 그 자체가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 또 하나. "아빠가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생에 사는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는 60살 아빠의 독백을 들으면서 평범해 보이는 우리네 가정과 그 속에서 지지고 볶는 삶이 근본적으로 얼마나 큰 행복 덩어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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