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i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6.영국
1)영국
2,3,4,5,6,7,8,9,10,11,12,13) 런던(London)--오늘 이야기
14)배스(Bath)
11) 브리티시 뮤지엄 서쪽 전시실(West Gallery) 그리스 로마관 4
브리티시 뮤지엄 그리스 로마 전시실에서는 할리카르나소스(Halikarnasos)에서 발굴한 남녀 모자이크 한쌍이 슬픈 사랑의 전설을 들려준다. 할리카르나소스는 앞서 살펴봤듯이 오늘날 터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보드룸(Bodrum)에 자리한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도시다. 그리스인들이 개척한 뒤, 페르시아 점령기를 거쳐 헬레니즘과 로마시대에도 번영을 누렸다. 할리카르나소스가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 고대 그리스인들이 7대 불가사의(不可思議)의 하나라고 평가하던 유적이 자리했기 때문. 페르시아가 그리스인들을 굴복시킨 뒤 통치하던 B.C 4c 당시 페르시아 총독 마우솔레스의 무덤 마우솔레움Mausoleum)이다.
2천3백년 전 그리스인들이 피라미드와 함께 꼭 방문하고 싶은 신기의 건축물로 꼽던 마우솔레움의 고장 할리카르나소스에서 온 모자이크는 사랑 얘기여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도 불사한다는 소설같은 연애담은 고래(古來)로 한두 건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이 즐겨 암송하던 사랑노래 한 토막에 멜레아그로스(Meleagros)와 아탈란타(Atalanta)의 사연도 빠지지 않는다. 로마인의 도시로 B.C 79년 나폴리 근교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에 묻혔던 항구도시 폼페이에도 멜레아그로스를 그린 주택이 남아 있을 정도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멜레아그로스의 사랑얘기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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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레아그로스. 4c 로마시대 작품. 터키 할리카르나소스 출토. 로마시대 작품이지만, 장소가 헬레니즘 문명권인 터키여서 그리스어로 멜레아그로스라고 쓴 이름을 그림 상단에 볼수 있다. 브리티쉬 뮤지엄. ⓒ김문환> |
고대 그리스 아에톨리아 지방의 칼리돈왕 오에네우스는 왕비 알타에아와 결혼해 아들 멜레아그로스를 낳았다. 멜레아그로스는 기골이 장대하고 용감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러던 어느해 추수를 마친 뒤 왕 오에네우스가 그만 신에게 바칠 감사의 제물을 깜빡 잊고 말았다. 수호신 아르테미스는 노했다. 우주를 만들어 낸 신이라면 바다 보다 넓고, 우주보다 광대한 마음을 지녀야 하건만... 고대 그리스 신들은 장삼이사(張三李四)처럼 자기마음에 안들 경우 걸핏하면 화를 내며 인간에 벌을 주곤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종교 대부분에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속성을 보이지만...
대범하지 못하게 화를 낸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아름다운 미모에 어울리지 않게 사나운 멧돼지를 칼리돈 지방에 보냈다. 이 고약한 멧돼지가 칼리돈 왕국을 쑥대밭 냈다. 나라가 휘청거릴 위기에 놓이자 왕자 멜레아그로스가 나섰다. 그리스 전역의 힘 꽤나 쓰는 장사들과 사냥개를 모아 마침내 멧돼지를 물리쳤다. 헤라클레스의 씨 다른 동생 이피클레스,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 헬레나의 오빠인 카스토르와 폴룩스, 아테네왕 테세우스등이 그때 모인 당대의 장사들이다. 여기에 뜻밖의 인물이 한명 참가했는데... 남정네 아닌 여인네였다. 그녀의 이름이 아탈란타.
아탈란타는 아들이 아니어서 숲속에 죽으라고 내던져진 비극적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중국과 한국의 도를 넘는 남아 선호사상을 닮은 모양새다. 그러나, 비범한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은 죽고 싶어도 함부로 죽을 수 없다. 천지신명의 도움이 기다린다. 숲에서 곰이 아탈란타를 젖먹?으신 우리네 건국 이야기와 궤를 같이 하?? 레슬링, 활쏘기등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솜씨를 뽐냈다. 남자들도 당해낼 수 없는 최강의 용사. 그렇다면 용모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러나 아탈란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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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타고 용맹을 떨치며 칼리돈의 멧돼지를 공격하는 아탈란타. 유부남 멜레아그로스의 사랑을 받는다. 4c 작품. 할리카르나소스 출토. 브리티쉬 뮤지엄. ⓒ김문환> |
출중한 무용(武勇)으로 멧돼지 사냥에 큰 공을 세우는데... 아탈란타가 가장 먼저 멧돼지의 급소를 찔렀다. 뒤이어 멜레아그로스가 멧돼지를 해치웠으니, 공적인 일에서 여자의 공이 더 컸다고 할까? 그런 여인이 빼어난 미모까지 갖췄으니 모든 남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살 수 밖에... 멜레아그로스는 아탈란타와 사랑에 빠졌다. 아름다움에 일까지 잘하는 여인에게 연정을 품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뜨거운 사랑의 마음을 전하리오! 그러나, 사랑이 지나치면 사적인 감정이 개입돼, 공적인 일을 그르치기 마련. 멜레아그로스는 멧돼지를 잡은 뒤 가죽을 벗겨 아탈란타에게 바쳤다. 다른 사람들도 나름대로 공을 세웠건만... 아탈란타의 외삼촌을 비롯해 다른 남자들이 아탈란타로부터 가죽을 빼앗았고, 화가 난 멜레아그로스가 외삼촌을 죽였다. 비극의 시작이다. 이것이 멜레아그로스 자신의 명을 앞당겼으니...
사실 가죽을 놓고 동료들끼리 다투도록 만든 것은 다 여신 아르테미스의 심술 때문이었다. 자기가 보낸 돼지를 물리끼리 싸우도?? 보냈다. 우리네 모정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대목인데... 저승사자가 달려와 멜레아그로스를 데려가고 만다.
이설(異說)도 전한다. 돼지를 잡기전부터 외삼촌과 멜레아그로스가 갈등을 빚었고, 어머니가 멜레아그로스를 데려가 달라고 저승사자에 부탁한 사실이 알려지자 멜레아그로스는 멧돼지 사냥에서 발을 뺐다. 영웅이 빠진 전투에서 칼리돈 왕국이 밀렸고,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어머니 알타에아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멜레아그로스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다. 마침내, 칼리돈 왕국이 막 운명을 다하려는 순간 멜레아그로스의 아내 클레오파트라가 마지막으로 간청하자 멜레아그로스가 다시 뛰어들어 멧돼지를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어머니 알타에아의 기별을 받고 도착해 있던 저승사자들이 멜레아그로스를 데려가고 말았다.
또 다른 설(說)에는 멜레아그로스가 태어날 때 난로 속의 장작이 다 타면 죽는다는 예언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아버지 오에네우스가 얼른 불속에서 장작을 꺼내 불을 끈 뒤 상자 속 깊숙이 넣어 뒀다. 그런데, 동생과 아들의 싸움에서 화가 난 어머니 알타에아가 장작을 다시 꺼내 불속에 던짐으로써 멜레아그로스가 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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