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오늘자(26일)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대포동과 한미협력'이라는 제목의 글
최근 대포동 문제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은, 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침묵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응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지적은, 왜 정부가 대포동 문제에 관한 나라 안팎의 강경한 목소리에 동참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의 표시로 보인다.
국가 안보를 다루는 데서 무엇보다도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원칙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민 모두가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최적의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만약 침착함을 잃고 이번과 같은 사태에 성급하게 대응하여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불필요하게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면, 그것이 과연 정부의 올바른 선택이 되겠는가?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비극은 객관적 사실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라 감성의 오류에서 비롯되었음을 우리는, 특히 정부는,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최선의 선택은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
발사체의 성격이 무엇이든 간에 북한이 이러한 방식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여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북한이 발사를 강행하지 않도록 하여 우리가 별도의 대응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게 되는 상황일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해 왔다.
상황을 예단하여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사태의 악화를 바라는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를 자초할 뿐이다. 당연히, 만약 북한이 발사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여러 가지 주장들이 나오게 되어 있다. 예컨대, 미국에서도 이번 사태의 대응책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민주당 인사들이 북한 대포동 지역의 발사 기지를 선제공격하라는 주장을 편 데 대해 체니 부통령과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외교가 올바른 해법이라면서 이를 일축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져 왔던 미국내의 고위 인사들도 미국의 국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외교적인 해결책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양국, 사태 초기단계부터 관련정보 긴밀히 공유
기본적으로,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초기 단계부터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상황 판단을 상호 비교·평가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대책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다.
동맹이란 공동의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수단에 대해 합의하면서, 그 결과를 나누어 갖는 관계이다. 한미간에도 이처럼 목표 설정, 수단 강구 및 결과 공유 방안에 대해 끊임없는 조율이 이루어져 왔다. 조율 과정의 매 단계마다 의견이 모두 일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어떤 동맹이든 매한가지이다. 특히 동맹국간 상호 작용의 폭이 넓어질수록 조율할 사안이 그 만큼 많아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남북관계를 중시하면서 조건이나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대화를 통해 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편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면서도 6자회담의 틀을 벗어난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과거 경험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밖에 북한 관련 다른 문제에 있어서 미측이 일방적 공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리 국내 일각의 우려도 없지 않다. 이처럼, 한미간에 모든 문제에 있어서 완전한 조율을 통해 인식을 합치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한미동맹은 지금 발전적 전환과정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협의를 하기 위해 9월 중순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였다. 정상회담을 한다고 해서 양국이 함께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합치시키고 이견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한미 양국이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여건에는 인위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따라서 두 나라는 동맹의 정신에 따라 서로의 다른 처지를 역지사지하면서, 상호 입장을 끊임없이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실제로 양국 정부는 그러한 조율을 수행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보여 왔다.
현재 한미동맹은 발전적 전환과정에 있다. 즉, 한미동맹은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기 위한 구조 조정기에 있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는 물론, 한반도와 국제 안보환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주한미군 조정 등 오랜 기간에 걸쳐서 논의되어 온 여러 현안들이 참여정부에 들어서 착실히 해결되어가고 있다. 한미동맹의 발전적 전환은 한미 상호간의 필요에 따라 구체적 합의에 기초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일도 아니다. 상대방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러한 전환기적 조정을 통해 상호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추구하는 미래의 공동 이익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동맹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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