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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의뉴스비평] 지방선거 보도

지방선거가 집권당의 유례없는 참패로 끝나자 언론은 온갖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는 대체로 이번 사태에 대한 설명,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운명, 그리고 정계개편의 방향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열린우리당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도 놀라고, 투표한 국민들도 놀랐다는 몰표 현상이 왜 일어났는가 하는 분석은 정책 변화와 정계개편의 방향과도 직결되는 최대의 관심거리였습니다.

SBS 뉴스도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이번 선거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것은 이번 선거를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며, 민심이반 조짐이 선거이전부터 감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또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젊은이들이 여당으로부터 이탈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뉴스는 선거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17대 총선당시 여당을 지지했던 20-30대의 절반이 지지를 철회했으며, 전 연령층으로 보면 이탈비율이 3분의 2였다고 전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어떻게 붕괴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사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치 한국일보는 젊은이들 표의 향방에 대해 더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SBS, KBS, 미디어리서치의 31일 출구조사를 인용했다는 이 기사는 20대보다 30대의 열린우리당 이탈 정도가 더 심하며, 서울과 경기 등에서는 투표를 한 젊은이들 중에서도 한나라당에 표를 던진 비율이 훨씬 높아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열린우리당이 유리하다”는 통념을 깼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8시뉴스가 이와 같은 출구조사 결과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SBS 뉴스는 더욱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열린우리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왜 붕괴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석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호남 유권자들과 젊은층은 여당을 떠받쳐온 튼튼한 두 기둥이었습니다. 이들의 반 한나라당 정서가 개혁을 표방한 여당을 지지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호남 유권자들의 이탈은 광주 전남, 그리고 호남세가 강한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여당이 참패함으로써 확인되었습니다. 젊은층의 이탈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들의 정서가 왜 반 열린우리당으로 바뀌었는가에 대한 심층 보도가 필요합니다.

지난 1일 SBS 뉴스는 “선거결과는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전하면서, 민심이 어디 있는지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인식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나오지만, 청와대는 민심을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민심이반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SBS 뉴스는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았지만, 이를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과 정치 행태에 대한 거부로 설명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추진해 온 부동산과 세금개혁 정책에 대한 중산층과 서민들의 반발이 전반적인 경기 부진과 맞물려 민심이반이 일어났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386 참모중심의 개혁세력과 여당 내 실용주의의 충돌, 정책 추진의 아마추어리즘, 영남권에 접근하려는 노 대통령의 이른바 동진정책에 대한 호남권의 반발 등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뉴스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하는 것은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는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기존의 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도 합니다. 민심이반이 개혁부진 때문이냐, 개혁 피로증 때문이냐에 대한 판단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최근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는 부동산 증세 정책과 한미 FTA 협상 문제를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풀 것인가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8일 SBS 뉴스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창한 ‘민주개혁 세력 대통합론’에 대해 열린우리당 경남지사 후보인 김두관 최고위원이 “개혁의지를 버리고 권력만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이를 “열린우리당이 삐걱거리는 모습”, “여당 내 계파 갈등이 노골화될 것임을 예고” 등의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이미 선거전부터 ‘대통합’이냐, ‘소통합’이냐 하는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이번에 나온 ‘민주개혁 세력 대통합론’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 고건 전 총리가 합치는, 사실상 ‘소통합’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노 대통령이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던 지역구도로 되돌아갈 것을 의미하며, 정부와 여당의 대립을 예고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뉴스의 좀 더 분석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 곧 지역구도에 의존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노 대통령의 정치실험이 난관에 부닥쳤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지역구도 극복 주장은 자신의 권력기반을 넓히기 위해 기존의 강력한 지지기반 일부를 버리려는 것으로 비쳐짐으로써 처음부터 추진력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정치적 대의와 정략들이 어지럽게 교차함으로써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지금 언론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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