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전이 30일 자정을 기해 13일간의 열전을 뒤로 하고 종료된다.
이번 지방선거전은 우선 '매니페스토'(참공약선택하기) 도입으로 후보자간 정책 토론이 과거 선거에 비해 활성화돼 유권자들의 선택기준을 넓혀줬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요 정당마다 당 차원의 매니페스토 운동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생활밀착형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취지에 한발짝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선거기간 내내 20%대로 정체상태를 보인 반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그 배인 40%대를 유지하는 등 정당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선거구도가 일찌감치 굳어져 정책대결의 의미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광역단체장 선거의 경우 '11(한나라당), 2(우리당), 2(민주당), 1(무소속)'의 초반 구도가 여론조사 공표 가능시점인 지난 24일까지 그대로 지속됐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구도가 빨리 결정된 것"이라면서 "이런 영향으로 매니페스토 운동은 캠페인으로서의 의미는 있었으나 선거결과를 좌우하는데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강풍'(강금실), '오풍'(오세훈)으로 대변되는 감성정치가 전에 없이 유권자의 시선을 끌어모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물론'이 먹혀들지 않으면서 정당지지율에서 열세를 보인 우리당 후보들은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법무장관 출신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진대제(경기), 오거돈(부산), 이재용(대구) 등 전직장관 출신들이 인물론을 앞세웠지만, 한나라당의 폭발적인 정당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한 채 크게는 더블스코어 차이로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과거 선거와 달리 특별한 변수가 없는 가운데 공식선거운동 초반에 터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한나라당 '독주체제'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박 대표 피습사건은 선거운동 와중에, 그것도 제1야당 대표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충격과 함께 선거판을 강타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우리당과 무소속 후보가 우세를 보이던 대전과 제주 등 접전지 판세가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은 박 대표 피습사건의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결국 요지부동인 판세를 극복하기 위해 여당이 정책공약을 밀고 나가기 보다는 선거막판에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달라"고 '읍소'할 정도의 이례적인 상황으로 발전했다.
그런 와중에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지난 24일 '선거 후 정계개편론'을 제기하고, 이에 김두관 최고위원이 정 의장 사퇴를 공개 촉구하는 등 여당은 선거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심각한 내분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지방선거전이 월드컵과 맞물리면서 유권자들의 관심도 저조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21~22일 전국의 남녀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유권자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46.8%에 불과했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과태료 50배' 규정이 적용되면서 불법 선거운동과 흑색비방, 인신공격 등 구태 선거풍토는 상당 부분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9일까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적발된 선거법 위반 행위는 모두 968건으로 지난 2002년 2천145건에 비해 5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선관위가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경우는 2002년에 비해 175건이 증가한 705건으로 집계돼 각 정당의 당내 경선 및 공천과정에서 위법행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명암이 엇갈렸다.
특히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일부 상대당을 헐뜯는 흑색·비방 유인물이 나돌고 금품살포 행위가 재연되는 등 구태가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및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는 등 선거제도는 큰 변화를 맞았다.
외국인 영주자와 만 19세에게 처음으로 선거권이 부여됐으며 시·도지사 후보자에 한해 후원회가 허용됐고, 현수막 게시 등 선거운동 규제가 상당부분 완화됐다.
IT(정보·기술) 선거가 활성화 돼 후보자 등록단계에서부터 선거운동원 신고 등을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도록 했으며, 투표 과정에서는 서울과 인천, 분당 등 투표소에서 50개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시험 가동하고 성능이 '업그레이드' 된 투표지 분류기가 도입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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