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천만부가 넘게 팔린 원작 소설의 힘에다가, 콧대 높은 칸 영화제에 할리우드 상업영화로서 이례적으로 개막작에 선정된 섭외력에, 탄력받은 제작진과 배우들은 전세계에서 엄선한(?) 제한된 인원의 취재진들을 태운 특별열차로 런던에서 칸까지 무정차 운행하는 깜짝 쇼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칸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이례적으로 개봉 전 시사회를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기에 국내 많은 영화담당 기자들은 개봉 첫날 오전에 부랴부랴 극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저도 취재를 위해 개봉 첫날 주변의 멀티플렉스를 찾았는데 극장 측은 평일 오전 답게 직원들을 적게 배치했고 관람객들은 주말 수준으로 몰려 일대 혼잡이 빚어졌습니다. 8개 스크린의 멀티플렉스에 4-5개가 걸린 [다빈치 코드]는 30분 간격으로 상영돼서 시간 맞추기가 무척 편리했습니다. 한국영화는 [맨발의 기봉이]와 [가족의 탄생] 단 두편만이 그것도 [다빈치 코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과 교차 상영되는 신세였습니다. 극장 입장에서는 연초 왕의 남자 흥행 돌풍 덕분에 올해 채워야할 스크린 쿼터를 많이 채워 이제는 별 아쉬울 것이 없다고 합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영화 자체로만 놓고 보면 그저 그런 수준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평이 많습니다. 원작의 맛과 깊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예수가 인간이면 어떻고 신이면 어떤가? 인간이 성스런 존재인데...’하는 랭던 교수의 대사에서 보듯이 반발하는 종교계와 타협하려는 듯한 어정쩡한 태도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방대한 줄거리와 인문학적 배경 지식, 복잡한 이야기 구조로 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책과 달리 두시간 반에 가까운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책 내용을 담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복잡다단한 이야기들을 간단한 회상장면과 몇몇 대사로 처리해버려 책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이야기 따라가고 이해하고 접수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에 벅차 보입니다. 랭던 교수와 티빙 경이 소피를 앉혀놓고 문답을 주고 받는 장면은 마치 속성 족집게 과외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티빙경의 이안 매컬린과 사일러스 역의 폴 베타니의 연기는 돋보였지만 톰 행크스의 연기는 밋밋했고 소피역의 오드리 토투도 [아멜리에]같은 매력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영화에서 정확하게 날짜 경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대체로 2박 3일 동안 주인공들은 계속 같은 옷을 입고 나와 - 정확하게 말하자면 쫓고 쫓기느라 옷 갈아입을 틈도 없고 갈아입을 옷도 없는 상황- 제작비 가운데 의상비 비중이 가장 적은 영화로 기록될 것 같더군요. 원작 소설의 멋과 매력을 유지하며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는 이상적인 결합은 16부작 TV 미니시리즈 정도가 적당하지 160분의 영화로는 부적절했다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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