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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칼럼] FTA 반대론, "약자만 도태될 것"

<8뉴스>

<앵커>

이번에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의 논리입니다. 결국 경제적 약자인 한국만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저희 8시 뉴스 TV칼럼을 맡고 있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통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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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 즉 한미 FTA에 대한 협상이 다음 달에 시작됩니다.

지난 1월 한미 FTA 협상 의도를 선언한 후 이를 정당화 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대응 논리들은 정말 실망스러운 것들이었습니다.

우선 정부관계자들은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북한이나 쿠바 같은 고아가 될 것이라며 한미 FTA의 불가피성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미 고도로 개방된 경제로 지금보다 더 개방을 안한다고 해서 북한 같은 고립경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주장은 마치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당신, 자동차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봉건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거야?" 하고 윽박지르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또 정부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70~80년대식 종속이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라며 논쟁할 가치도 없다는 태도를 취합니다.

그러나 꼭 종속이론을 믿어야 한미 FTA를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한미 FTA가 체결되어 경쟁이 강화되면 취약부문의 생산성이 올라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이 갑자기 강화되면 그 결과는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약자의 도태입니다.

과거 우리가 유치 산업을 보호했던 것도 바로 일단 보호장벽을 치고 실력을 길러야 수출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개방에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60~70년대에 자유무역의 논리를 따라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등의 유치산업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섬유나 가발을 수출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의 FTA의 경우는 그것이 상품교역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자본시장 등까지 포괄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조심해야 한다고,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요, 과거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지금까지의 독선적인 자세를 버리고 한미 FTA에 대한 겸허한 논쟁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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