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둔 정국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여야가 서로의 심장부를 겨누는 폭로전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판국에 정치권 전체를 끝모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을 외생변수들까지 속속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당장 '돈공천' 파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정치권 전체를옥죄고 있고, 정치권과는 무관한 듯 보였던 검찰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가 칼끝을 여의도로 겨눌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명숙(韓明淑) 총리 인준 이후 본격 점화된 여풍(女風)과 남성후보 쪽으로 기울고 있는 여심(女心)의 역설적인 대립양상은 판세의 흐름을 갈수록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 공천비리 파문 어디까지 = 한나라당을 진원지로 한 공천비리 파문의 불길은 정치권 전체로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한나라당 인사들이 연루된 '서울'과 '영남'지역 공천비리에 이어 민주당 사무총장의 '호남'지역 공천비리까지 터져나오면서 파문이 특정정당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야 모두 말로는 "돈공천 비리를 철저히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잘못하다간 선거는 끝장"이라며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검.경의 수사력이 총동원된 이번 공천비리 수사가 예상 외의 '강도'와 '폭'으로 진행되고 있는 터라 어느 당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는 표정이다.
물론 이번 파문이 현 선거판세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다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파문의 확산 속도와 파괴력을 감안하면 선거판 자체를 크게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정치권 전체가 '도매금'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으면서 정치혐오감을 보이는 부동층이 크게 증가할 소지가 크고, 연루 인사 규모와 '내상'의 강도에 따라 각 당 지지층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공천비리 연루자가 나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추가 공천비리가 터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눈치다.
'부패정당' 이미지로 덧칠되면서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상대적으로 무풍지대에 놓여있던 열린우리당 역시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깨끗한 정치'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는 마당에 사소한 '사고'라도 터진다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게 우리당이 염려하는 대목이다.
◇ 칼빼드는 검찰 = 검찰의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강타할 '초대형 태풍'으로 힘을 키우고 있다.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있는 검찰이 칼끝을 정치권에 겨누기 시작한 것.
이미 검찰의 '공개적 예고'가 나왔다. 대검 중수부의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관계 로비 수사는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계속 간다"며 "누구든 나오는 대로 한다. 결과를 내놓고 끝을 낸다"고 공언했다. 전체적인 수사의 흐름상 내달초부터 정.관계 로비수사가 개시될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나돌고 있다.
여의도 정가는 납작 엎드린 채 검찰 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사소한 '건수'라도 수사망에 포착되면 선거를 앞두고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이번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는 김재록씨 로비의혹 사건과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클 것이라는게 정계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김재록씨가 자신의 정치권 로비에 대해 '깊숙한 얘기'를 수사진에게 털어놓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여의도 정가는 한층 뒤숭숭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 여풍이냐 여심이냐 = 한명숙 총리 인준 이후 부상하고 있는 '여풍'은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중반전에 접어든 선거판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의 여론조사에서는 '여풍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새로운 리더십'을 앞세운 여성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오풍(吳風.오세훈 바람)'에 위기감을 느껴온 우리당이 한 총리와 강금실(康錦實) 서울시장 예비후보를 패키지로 묶는 '한.강(韓.康)' 라인을 앞세우고 나선 것도 여풍을 선거판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심산을 깔고 있다.
그러나 선거판세를 좌우할 핵심변수중 하나로 꼽히는 40대 여성들의 표심이 남성 후보들을 더 선호하는 추세여서 여당의 '여풍' 확산 기도와 배치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요 언론사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당의 강금실 예비후보는 남성과 20.30대에서, 한나라당의 오세훈(吳世勳) 예비후보는 여성과 4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정치분석가는 "강금실 예비후보를 비롯한 여성후보들이 어느 정도 여풍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의외로 여성표심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들 여성후보들은 남성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쿨'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여성 유권자들이 바라는 '살림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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