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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공놀이가 주는 교훈

BR BR 옛 마야의 고무공 게임은 경기장 모습부터 시작해 희한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테니스 코트 두 면을 나란히 붙여 놓은 정도 너비의 돌 땅 한 가운데에 폭 3,4 미터 정도 평지만 남겨 두고는 피라미드를 절반으로 잘라 등 돌려 세워 놓은 것




옛 마야의 고무공 게임은 경기장 모습부터 시작해 희한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테니스 코트 두 면을 나란히 붙여 놓은 정도 너비의 돌 땅 한 가운데에 폭 3,4 미터 정도 평지만 남겨 두고는 피라미드를 절반으로 잘라 등 돌려 세워 놓은 것처럼 가파른 사선으로 돌을 쌓아 올렸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 지면부터 5미터쯤 높이에는 돌을 쪼아 만든 고리가 있는데 농구의 링을 90도 뒤집어 놓은 모양새다. 지름이 한 50 센티 미터쯤 될까? 고무로 만든 공을 이 구멍에 집어 넣는 게 경기의 핵심이다.



문제는 공을 다루는데 손이나 발은 물론 머리를 써도 안된다는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부위는 어깨와 골반과 무릎 뿐이다.

고무 공이 늘 하늘에 떠다니는 것도 아닌 만큼 거친 돌바닥을 구르는 공을 어깨나 골반이나 무릎으로 튕겨 올리려면 맨몸을 비스듬히 뉘어서 돌 바닥을 쓸고 다녀야 한다.
살점이 남아날 수가 없다.

또 한가지 룰은 비스듬히 쌓아 올린 경사면에는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손.발도 쓰지 못하고 링 근처에 얼씬도 못하면서 50 센티미터 구멍에 골인시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가 하도 어려워 요즘 공연장 같은데서 옛 모습을 재연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선수들이 링 바로 옆까지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수백년 전 조상들의 공 다루는 재주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초라한 인간들이여!



마야 사람들은 이 경기를 1년에 네번씩 치렀다고 한다. 왕과 귀족을 비롯한 국민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자웅을 겨뤘다.

승자는 영웅대접에 더해 온 가족이 지배 계급에 편입되는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고무공 게임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제국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대 이벤트였다.

밤마다 암흑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태양이 아침이면 다시 이 세상으로 힘차게 떠오를 수 있도록 힘을 부여하는 행사였던 것이다.

해가 매일 어김없이 떠오르게 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국가 정책 과제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태양에게 주는 힘은 고무공 경기가 끝난 뒤 희생 제물로 바쳐지는 선수의 피에서 나오게 돼 있었다.

"경기하느라 몸도 다 망가지고 지는 것도 기분 나쁜데 목숨까지 잃어야 한다니 참담한 일이었겠군."

무슨 말씀.

희생은 패자가 아니라 승자의 몫이다. 이긴 팀의 주장이 바로 희생의 제물이었다.


"아니! 이긴 사람을 잡아 죽이면 누가 그 고생하며 애써 이기려 하겠냐"는 게 우리 시대 장삼이사의 생각이겠지만 마야는 달랐다.

영웅에 지배 계급까지 됐으면 그만큼 희생할 것은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승리의 환희에 도취된 영웅의 심장을 예리한 칼로 갈라 긴 시간 거친 경기로 달궈진 뜨거운 피를 지하 세계를 항해 흩뿌리는 그 의식의 장렬함이란...

내가 과문한 탓이겠지만 한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로 이보다 더 완성된 형태를 본 적이 없다.

지금의 멕시코에서 과테말라, 벨리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 이르는 거대한 영토를 지배한 마야의 힘이 그저 전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배 계급이 태양을 살려내려고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다는데 수백 킬로미터의 밀림을 뚫어 길을 내는 일이나 25미터 높이의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일 정도야 국민들이 기꺼이 나설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야인들이 가졌던 이런 국가 관리의 지혜는 그러나 가뭄과 지진과 코르테즈의 침략을 거치면서 이 세상에서 점차 잊혀져 가야 했다.

스페인 식민 정책이 어찌나 혹독했는지 마야인들이 갖고 있던 책과 문서는 빠짐없이 불태워 버리는 바람에 수십년 전 마야 유적 발굴이 본격화 되기 이전까지 마야 문명과 관련한 원본 문건은 고작 세 권 밖에 남지 않았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마야의 후예들은 조상의 현명함을이어받을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중미지역 나라들의 경제난과 불안한 정정이 그런 사실을 잘 입증해 준다.

하긴 가진 이의 자기 희생 얘기를 하자면우리라고 남 흉 볼 처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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