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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줄 놈은 생각도 않는데.."

이기명 국참연대, 노사모 상임 고문 편지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여. 야 는 김치 국 먼저 마시지 말라

이 기 명(국참연대. 노사모상임고문)

제 16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루 앞 둔 2002년 12월 18일 오후 민주당은 초상집이었다. 무엇에 삐졌는지 정 몽준 씨가 느닷없이 노 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한 것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민주당이 초상집인데 반해 한나라 당은 축제였다.

아무리 정치가 개판이기로서니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해도 너무하다고 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정 몽준 씨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니냐고도 했다.

한나라 당은 축배를 들었다. 결과는 김치 국부터 마신 꼴이 됐지만 그 때 기분이야 김치 국이 문제이랴. 노 무현 후보가 당선 될 때를 생각해서 보험에 미리 들어 두려고 정치자금을 차에 싣고 민주당으로 향하던 재계 모 인사는 정 몽준 씨의 노 무현 후보 지지 철회 방송을 듣고 차를 되 돌렸다고 한다.

이제 노 후보 당선은 완전히 물 건너갔으니 보험은 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마 한나라 당을 찾지나 않았는지 궁금하다. 재계 인사는 나중에 땅을 쳤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고 그래서 ‘지레 짐작하는 놈은 매꾸러기’라는 속담도 생긴 모양이다.

지금 한 이 얘기는 믿든 안 믿든 마음대로지만 지금도 사실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래서 세상은 비극과 희극이 뒤섞여 돌아가고 정치를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기상변화가 하도 변화무쌍해서 아무리 용한 기상통보관도 잘못 짚기 십상이다. 여와 야를 막론하고 조금만 여론이 괜찮다 싶으면 얼굴 표정이 이상해진다. 표정관리가 안된다는 것이다.

김치 국부터 마신다는 의미다.

한나라 당의 경우부터 보자.

이 회창 후보가 두 번씩 대선에 도전하면서 한나라 당이 미리 마신 김치 국의 양은 엄청날 것이다. 그 당시 한나라 당의 누구는 무슨 장관이 되고 아무개는 국정원장이 되고 괜찮다고 소문난 자리는 다 임자가 정해져서 그 사람한테 줄을 서는 사람이 엄청났다는 것이다.

한나라 당과 민주당이 합작으로 낸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샴페인 터트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제 참여정부는 끝이다. 권력은 우리한테 넘어 왔다. 내가 탄핵안을 통과시키는데 이만큼 애들 썼으니 당연히 한자리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오죽이나 많았으랴. 그들은 온 종일 싱글 벙글 이었다. 허나 결과는 김치 국만 마신 꼴이 됐다.

열린 우리당의 경우를 보자.

세상이 다 아는 얘기라서 이제는 탄핵의 탄(彈)자만 나와도 국민이 소상하게 꿰뚫고 있다. 탄핵안이 통과되고 국민들의 분노가 태풍이 되어 전국을 휩쓴 가운데 열린 우리 당은 총선에서 얼결에 국회 과반수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돈지갑을 주었다고도 하고 원님 덕분에 나발(나팔)을 불었다고도 하고 호박이 넝쿨째 굴렀다고도 했다. 하여간에 열린 우리 당은 과반수가 됐고 늘 쪽수 모자라서 아무 일도 못한다는 열린 우리당의 징징거리는 소리가 지겹던 차에 이제는 제대로 일 좀 하겠거니 하는 국민의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웬걸? 개꼬리 3년 묻어 놔도 황모 안 된다는 격으로 고색창연한 구태 그대로의 열린 우리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질려 버렸다.

떡 먹듯이 약속했던 4대 개혁 입법은 왜 쪽배 태워 강 건너보냈나. 집권여당에다 다수당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나라 당이 한번 해 보자 하고 대들면 어마뜨거라 털썩 주저앉아 하늘만 멀거니 쳐다보는 게 집권 여당의 처량한 모습이다.

그 밖에도 이런 저런 칠칠치 못한 처신이 각종 보궐선거에서 연전연패로 나타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고 열린 우리 당은 입이 항아리 만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가. 열린 우리 당은 과반수 의석이 마치 자기들 잘나서 국민들이 찍어 준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다. 국민들이 얼린 우리 당의 당원인가. 과반수를 차지했다는 자만과 그것을 국민의 지지로 착각한 열린 우리당의 시행착오와 민심 읽기는 실패를 거듭했다. 지지율에서 한나라 당에 뒤지게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아니면 오히려 이상하다.

누구를 원망한단 말인가. 내가 찍은 발등이다.

솔직히 한나라 당이 잘해서 지지율이 떨어진다면 덜 억울하겠다. 그러나 아니지 않은가. ‘차떼기 당’에다 ‘발목잡기 당’에다 ‘빨간 색칠하기 당’에다 ‘지역 편가르기 당’. 거기에 하나 더 붙여서 ‘성 추행 당’ 인 한나라 당에 뒤진다면 아예 당의 간판을 떼든지 해야지 창피해서 어떻게 열린 우리 당 당원이라고 행세하며 다니겠는가.

물론 열린 우리당도 할 말은 많다. 별 문제도 아닌 것을 한나라 당이 시비를 걸고 나오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동네방네 떠들어 대는 나팔수들이 있다. 조순 전 부총리가 그게 어디 언론이냐고 말한 조.중.동은 한나라 당이 북을 치면 장구를 치고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에 치열하게 대응을 못하는 열린 우리 당의 지지율 바닥행진은 참으로 눈 뜨고 볼 수가 없고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처절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고건 총리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안개모’의 안 모 같은 의원이 존재하는 한 열린 우리 당은 항상 시한폭탄을 가슴에 안고 있는 셈이다.

요즘 지지율 반등 기미가 보인다.

어떤가. 열린 우리 당은 또 김치 국부터 마실 것인가. 총리의 골프사건은 한나라 당의 치사한 정치공세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은 150% 목적을 달성했다. 5. 31지방선거를 앞두고 눈에 가시 같던 총리를 끌어 내렸으니 얼마나 쾌재를 불렀겠는가. 그러나 인간지사 세옹지마 라고 했던가. 한 명숙 총리가 내정되자 한나라 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이해찬 총리가 3.1절에 골프를 쳤다고 길길이 뛰면서 사퇴를 요구하던 한나라 당은 뜻을 관철시켰다. 그래서 5.31 지방선거는 한나라 당의 스케줄대로 순항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하고 그 여세를 몰아 내년 대선까지 먹는다. 만사형통이다. 한나라 당 만세다. 이렇게 생각하는 한나라 당 의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이런 불행이 숨어서 노리고 있을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한나라 당의 박근혜 당 대표를 비롯해서 이규택 최고위원, 최연희 사무총장, 정병국 홍보본부장, 이계진 대변인, 유정복 대표비서실장과 이경재 환노위 위원장. 그리고 동아일보의 임채청 편집국장 이진녕 정치부장을 비롯한 한나라 당 출입 기자들이 종로에 있는 M이라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노래방에서 노래자랑을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최 연희 사무총장이 용감하게도 동아일보 여기자를 뒤에서 가슴을 껴안는 성추행을 자행한 것이다.

자. 그 다음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자세한 설명은 추잡해서 그만 두기로 하자. 허나 이 사건은 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특히 여성들은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듯 치를 떨었다. 한나라 당으로서는 울지도 못할 악재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났으면 얼마나 좋으랴.

이번에는 이 명박 시장이 일명 ‘황제테니스’ 사건으로 전국의 뉴스를 덮었다. 그 진상도 국민이 다 아니까 그만 두기로 하자. 그럼 이것으로 한나라 당의 불행이 끝났을까. 아니다. 연속극이다.

이번에는 지방선거 공천 문제로 집안싸움이 시끄럽고 정신 재무장을 한다고 원주 농민학교에 국회의원들이 입교를 했는데 지역구 사정과 급한 개인약속이 있다고 야밤에 담을 넘어 탈출하는 코미디가 연출되어 정신교육이 망신교육으로 변한 것이다.

한나라 당은 왜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는가.

이유는 한 가지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같이 분수를 모르는 자기도취 때문이다. 국민이 자신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한다.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데 무슨 일이 있으랴. 한나라 당의 무사안일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국민 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 명숙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 당적이탈을 요구하며 생떼를 쓰는 것도 국민정서를 모르는 청맹과니 정치다. 아닌 듯 싶으면 마누라나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 보라. 정확한 해답을 얻을 것이다.

여 야를 막론하고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자의적 해석은 잘못된 판단의 자료가 되며 이것이 바로 자멸의 지름길이다. 국민은 어수룩한 것 같지만 냉정하다. 국민의 뜻은 물어보지도 않고 김치 국부터 마시지 말라. 국민은 아무나 떡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국민들의 가슴을 적시는 감동의 정치. 그런 정치만 한다면 한나라 당이나 열린 우리 당이나 백년 천년 집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면서 실천 못하는 인간들은 욕먹어 싸다.

2006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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