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선거가 특정당의 전유물입니까
공개편지를 받으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으로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셨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 ‘적극적 옹호자’로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누리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으로 국민들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노무현 정권 하에서 두 번의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두 번 다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정상적인 검찰권 행사였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권력의 의지가 개입한 정치적 탄압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공개편지를 보낸 데 놀랐습니다. 편지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저의 진정성을 깎아내리고, 흠집 내려는 의도로 가득차 있습니다. 저는 이를 정치적 ‘박주선 죽이기’의 신호탄으로 봅니다. 저는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비하하기보다 당당하게 저의 정치적 소신과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1. 먼저 분명히 해둘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열린우리당 처지가 왜 이렇게 됐나하는 점입니다.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그 지지도와 기세를 오늘까지 이어왔다면 5·31 지방선거 승리 역시 열린우리당 몫입니다. 그랬다면 저의 출마 여부에는 신경을 안 써도 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거꾸로 됐습니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전멸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애초 열린우리당을 싫어한 국민들뿐 아니라 지지했던 국민들도 떠나갔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다른 당 후보의 출마여부를 갖고 시비할 것이 아니라, 먼저 민심이 떠난 데 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어야합니다.
열린우리당이 오늘의 처지에 이르게 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민주개혁세력과 국민을 분열시킨 게 첫 번째 원인입니다. 두 번째는 국정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실정과 무능입니다. 민심 이반의 원인과 치유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다른 당 후보에게 시비를 걸고, 대립 구도를 조장하는 행태는 노무현 대통령의 전매특허였습니다. 국정쇄신을 통해 민심을 회복하려는 노력은 도외시한 채 일부 언론, 심지어 국민들에게까지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와 너무 똑같습니다.
먼저 자신을 돌아볼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다른 당 후보나 욕하면서, 분열과 대립을 조장해 현 위기를 극복해보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입니다. 이는 곧 국민의 반발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입니다.
2. 저는 노무현 정권으로부터 두 번의 구속을 당했지만 무죄로 판명났습니다. 저는 검찰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무죄인지, 유죄인지 판단할 능력이 검찰에는 있습니다. 수사검사가 ‘무죄가 뻔한 사건을 윗분들이 왜 이렇게 기소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윗선에 이야기 좀 해달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또한 대검중수부장으로부터 구속 3일전 불구속 기소 방침을 통보 받았지만, 검찰은 방침을 바꿔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재판을 통해 제가 무죄를 받았음에도 수사검사들에 대해선 문책은 커녕 승진과 영전을 하였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저에 대한 구속은 검찰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무죄가 확정된 후 저를 부당하게 구속한 경위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했습니다. 제가 이를 요구한 것은 저의 개인적 원한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를 기소했던 검사들에게 저는 아무 원한이 없습니다. 이미 저는 그들을 용서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은 더 이상 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되겠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정치를 재개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서있습니다.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고, 모든 국민이 법과 제도의 공정한 틀 위에서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국민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자 합니다. 이것도 한풀이로 봐야하는가를 묻고 싶습니다.
3. 저의 시장 출마에 대해 이 선생님뿐 아니라 열린우리당에서는 한나라당을 돕는다, 강금실 표적 공천 운운합니다. 왜 이렇게 마타도어와 상대 후보 흠집내기나 하려는 구태정치로 돌아가십니까. 아무리 지방선거에 몸이 달았다고 이렇게 막가파식으로 가는 건 집권여당답지 않습니다.
이 선생님의 논리를 따른다면 민주당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한다는 말입니까.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의 공천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말입니까. 서울시민들이 박주선을 지지하면 박주선이 당선됩니다. 이를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입니다. 이는 서울시민을 무시하는 말일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당연히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자만과 교만의 표현입니다.
두 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어떤지 알고계신가요. 한나라당은 여전히 특권과 기득권, 지역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구보수 집단입니다. 때문에 집권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처지는 앞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의 무능과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한나라당의 유일한 존립기반입니다. 이 선생님이 그토록 미워하는 한나라당을 돕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현 집권세력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이 국정운영과 정치를 잘했다면 한나라당은 지금과 같은 높은 지지도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엄연한 현실에 왜 눈을 감으십니까. 국민들은 이런 정치판을 원치 않습니다. 시대와 국민적 요구로부터 멀어진 정치권의 존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저는 민주당에 있으면서 ‘창조적 파괴론’을 얘기했습니다.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해 민주당도 환골탈태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선 정치권의 기득권 포기와 기존 질서 해체, 그리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들어야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생각입니다. 저는 서울시민들에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을 호소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새로운 정치세력 통합의 구심점이 돼,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겠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민들의 심판을 당당하게 받겠습니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 탓을 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정치적 소신과 서울 발전을 위한 정책을 밝히고 서울시민들의 냉정한 검증과 평가를 받겠습니다.
4. 한국선거는 대단히 역동적입니다.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던 17대 대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경선에 나섰을 때 모두 비웃었습니다. 아무도 당선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민심이반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방선거후 두 당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 후보에 대한 지지의 결속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정책과 비전에 대한 평가가 후보자 선택의 주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이것이 선진정치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다행이 이번 지방선거부터 자질과 정책에 대한 매니페스토 운동이 본격화됩니다. 저는 능력과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되면 다른 후보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자신이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민심이 떠나자 특정인의 대중적 인기를 이용해 선거를 이겨보려는 미봉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중적 인기는 정치인에게 큰 장점입니다. 그러나 자질과 능력이 있느냐는 별개입니다. 엄정한 검증과 평가를 받아야합니다.
저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후보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승리하겠습니다. 서울시민들과 함께 정치기적을 만들고, 정치신화를 이루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서울시장 선거전의 목표입니다. 저의 표적은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 두 사람입니다. 제가 낙선시킬 사람 역시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 두 사람입니다. 물론 저의 선전이 열린우리당 당원이신 이 선생님 입장에선 원치않는 일이겠죠. 그러나 당을 떠나 아름다운 도전, 아름다운 승리를 이루겠다는 저에게 박수는 보내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5. 경황 중 두서 없는 내용에 대해 큰 이해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분명히 지적해둘 게 있습니다. 이 선생님의 글에는 저를 모독하고 폄훼하려는 단어와 의도로 가득차 있습니다. 상대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난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서울시민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듯한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저는 권력으로부터 당한 억울함을 복수하거나 개인 한을 풀기 위해 서울시민을 인질로 삼는 양식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또 저는 특정 정치인의 한풀이 도구가 아니고, 못 먹는 감 찔러 초나 치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의 출마와 저에 대한 심판은 서울시민들이 내려줄 것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된 이 선생님의 말씀은 다분히 서울시민을 모독하는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당당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고, 그 경쟁이 분열과 갈등이 아닌 국가발전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는 선거가 되도록 모든 당과 후보자가 노력해야합니다. 그 점에서 저나 이 선생님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2006년 4월 4일
민주당 전 의원 박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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