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자면, '특정 연령까지 시즌마다 비슷한 성적을 남긴 두 선수는, 앞으로도 비슷한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요.
만약 어떤 신인선수가 3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고 합시다. 그 3년 동안 해마다 낸 기록이, 40년전 누군가가 마이너리그에서 낸 기록의 추이와 비슷하다면, 올해도 비슷한 성적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많은 실증 연구를 통해, '유사성 이론'은 유효함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유사성 이론'은 당연하게도, 현역 선수의 성적 예측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령 Baseball Prospectus (이하 BP)에서 선수의 성적을 예측하는 'PECOTA' 시스템의 경우, 그 근간이 바로 이 '유사성 이론'입니다.
지난 해 21살의 어린 나이에 애틀랜타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WBC 미국 대표팀에서 선발됐던 신인 제프 프랑코어를 예로 들어 보지요. 프랑코어는 지난해타율 0.300, 출루율 0.336, 장타율 0.549로 신인왕급의 활약을 펼쳤지요. 올해도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프랑코어의 맹활약을 점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BP의 예측은 다릅니다. 0.267/0.308/0.464로, 여전히 괜찮기는 하지만 '탑클래스'와는 거리가 먼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프랑코어의 마이너에서부터 3년간의 성적 추이가, 지난 2000년에 비슷한 연령이었던 루벤 마테오(지난해 LG에서 잠시 뛰었었죠)와 가장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BP가 분석한, 프랑코어와 비슷한 선수들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위 루벤 마테오 (2000년)
2위 후안 곤잘레스 (92년)
3위 칼 립켄 Jr. (83년)
4위 새미 소사 (92년)
5위 루벤 시에라 (88년)
몇몇 슈퍼스타들의 젊은 시절과 유사하다는 걸로 봐서, 어쨌든 프랑코어의 장래가 촉망되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단 2006 시즌에는 지난해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과연 이런 예측이 맞을 지 지켜보는 것도메이저리그를 맛있게 감상하는 방법이겠습니다.(지금까지 BP의 예측은 주류 매체들에 비해 정확성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가령 2003년 에스테반 로이아자의 센세이션을 예측해서 화제가 되었지요)
2.최희섭이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최희섭과 데이빗 오르티즈의 '닮은 꼴 인생역정'을 화제로 삼았었습니다.
탑 클래스의 1루수 유망주. '찬스에 약하다'는 비난. 주전경쟁에서 실패. 전 소속팀에서 '웨이버'로 방출. 보스턴 엡스타인 단장의 눈에 들어 '보험용'으로 레드삭스 입단까지.
그런데 BP에선 최희섭과 오르티즈의 유사성이 '인생유전' 만이 아니라고 분석합니다.
아래는BP가꼽은 '최희섭과 유사한 선수' 톱5입니다.
1위 데이빗 오르티즈 (03년)
2위 크레이그 쿠식 (76년)
3위 어루비엘 두라조 (01년)
4위 트래비스 해프너 (04년)
5위 앤디 트레이시 (01년)
세이버메트릭스 신봉자인 보스턴 엡스타인 단장의 '오랫동안 지켜봤던 선수'라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들 중 오르티즈와 쿠식, 해프너 세 명은 거론된 해에 이른바 '브레이크 아웃' 시즌을 맞았습니다. 때문에 BP에선 최희섭이 올시즌 '브레이크 아웃'할 가능성을 33%로 대단히 높게 예측하고 있더군요. (참고로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밀워키의 프린스 필더의 '브레이크 아웃 가능성'은 30%, '킹 펠릭스' 시애틀의 펠릭스 에르난데스는 15%로 예측됐습니다)
3. BP의 예측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상황은 절대로 만만치 않습니다.
오르티즈가 2003년 시즌 중반까지 제레미 지암비의 '보험용 백업' 신세를 면치 못한 것처럼, 최희섭도 3루수 로웰, 혹은 1루수 유킬리스의 부상 혹은 부진이 없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는 처지이지요.
기회를 잡지 못해 잠재력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잊혀지는 '미완의 대기'가 될 지,
제2의 오르티즈가 될 지.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2006 시즌 개막 D-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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