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5.프랑스
1)프랑스(France)
2,3,4,5,6,7,8,9)빠리(Paris) 루브르(Louvre)
10,11,12,13,14,15)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오늘 이야기
16)리용(Lyon)
17,18,19,20)비엔느(Vienne)
21)오랑쥬(Orange)
22)베종라 로멘느(Vaison La Romaine)
23,24)님므(Nimes)
15.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 6
◆ 1. 사과도 가을 과일
지난 글에 가을을 살피면서 사과수확을 빼놓고 지났다. 사과. 우리말 같지만 한자어다. 沙果. 모래밭에서 나는 과일이란 뜻인가? 아무튼 한자어인 사과는 평과(萍果)라고도 하는데 역시 한자어 [핑꿔]다. 우리말처럼 친숙하게 들리는 용어는 능금. 그렇지만 이역시 우리말이 아니다. 임금(林檎)이라는 한자어를 우리말로 발음하다가 능금이 된 것. 일본어로 사과 [링고]역시 이 말에서 나왔다. 능금은 오늘날 우리가 보는 사과와 달리 현대적인 품종개량 이전의 사과로 보면 된다. 작고 당도가 낮은 능금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오늘날 사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능금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사과를 크로마뇽인이라 보면 너무 빗나간 비유일까? 우리나라에는 능금류(類)가 예전부터 소규모로 재배됐고, 현대적 의미의 사과는 구한말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대구가 사과의 고장이 된 것은 선교사들이 처음 대구에 사과를 심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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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수확--가을과일 사과를 따는 모습. 사다리를 대고 올라가서 따는 모습이 우리네와 크게 다를바 없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
그래서 그런가? 사과하면 떠오르는 추억은 대부분 외국어, 일본어 이름이다. 8월말이면 과수원에 [아오리]라고 부르는 사과가 맛있게 익었다. 푸른 빛을 띠는데 생각과 달리 시지않고 달다. 그래도 사과의 대명사는 홍옥. 붉은빛이 먹음직스럽게 감도는 홍옥이 9월말부터 익어 한가위 차례상에 올랐다. 그런데 홍옥은 단맛에 비해 신맛이 많은 게 단점이다. 사과를 떠올릴 때 나오는 신맛의 이미지는 이 홍옥에 어울린다. 홍옥의 신맛을 대신해 10월이 되면 푸른 빛의 [국광]이 과수원을 뒤덮었다. 그러나, [국광]은 껍질이 두껍고 육질이 단단해 먹기가 고약했다. 이 무렵 열매가 크고 육질의 수분이 적어 좀 푸석푸석한 [인도]사과도 소량 선보였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사과는 이렇게 4종류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일본 후지산(富士山) 자락에서 개발된 품종 후지(富士)가 발그레 고운 빛에 달고 시지않은 강점을 무기로 사과판을 평정했다.
시골이라해도 직접 과수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사과를 마음대로 먹기는 힘들었다. 한창때 과일은 먹고 싶고. 어린 마음에...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편법이나 불법으로 나가는 것. 어스름 달밤에 월장(越牆)할 수 밖에. 학교 뒤는 공동묘지요, 그 옆으로 과수원이 있었다. 고 3.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 배가 출출해지면 과수원으로 향했다. 한밤중 가시철망을 넘은 손에 금새 사과 한자루가 쥐어지고... 부지런히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여학교에도 들러 3학년 교실 문 앞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애틋한 마음을 전달하던 기억이 새롭다. 사과뿐이랴. 봄에는 살구, 여름에는 수박을 서리해 나누던 여학생들. 이름도, 얼굴도 가물한 그 여학생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 2. 겨울-- 올리브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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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찾아옴--겨울을 의인화한 인물이 멧돼지를 타고 옷을 잔뜩 입은 채 올리브 가지를 물고 온다. 올리브는 겨울을 상징한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
풍성한 과일을 먹으며 가을을 보내면 겨울이 찾아온다. 우리네 정서에 겨울하면 '얼음'과 '눈'이다. 살을 에는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개울, 흰 눈으로 뒤덮인 산야(山野), 옹기종기 모여있는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겨울을 상징하는 모습이지만, 유럽은 다르다. 기후조건이 우리랑 다르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둘러싼 로마제국 판도에서는 눈이나 얼음을 기대하기 어렵다. 겨울에도 춥지 않고 오히려 비가 내린다. 겨울이 우기(雨期)로 장마철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중부 유럽이나 북유럽, 미국 북중부 얘기다. 더구나 예수님이 태어나셨다는 베들레햄, 이스라엘과 눈은 아무 상관이 없다. 12월 말 스페인 남부에서 장맛비에 잠긴 드넓은 농토를 취재하던 기자들을 보며 한국에서의 취재생활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띄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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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털기--올리브 나무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턴다. 대추 터는 장면과 비슷하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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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브 담기--올리브를 그릇에 담는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
지중해 주변 남유럽이나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겨울의 상징은? 올리브(Olive)다. 생김새는 대추나무 비슷하다. 열매도 그렇고... 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열매를 거둬 들이지만, 겨울에도 푸른 잎이 지지 않는 일종의 사철나무다. 노아(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설화서인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의 10세손)의 방주(方舟, 사각형 배)에서 나간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를 물고오자, 노아(120년에 걸쳐 길이 100m의 3층 높이 배를 만듬. 아내와 세 아들 부부, 온갖 동물 1쌍, 식물 씨앗을 싣고 1년 10일 동안을 방주 안에서 지내며 홍수를 피함. 노아는 홍수 뒤에 350년을 더 살다 950세에 죽고, 세 아들 셈 ·함 ·야벳이 세계 인류의 조상이 된다고 이스라엘 민족은 믿음)는 대홍수가 끝나고 물에 잠겼던 뭍이 드러났음을 알아챘다고 구약성경은 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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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라트 산. 터키에서 방문한 터키 영토. 5월말인데도 산 중간부까지 눈으로 덮여 있다. ⓒ김문환 |
이같은 홍수 설화는 앗시리아의 수도였던 니네베의 앗수르니팔왕 도서관에서 발견된 B.C 7c 점토판 기록에도 나온다. 세계 최고(最古) 민족 서사시인 [길가메쉬]에 주인공 길가메쉬가 전하는 내용이다. 수메르 역사에서 길가메쉬는 대홍수 뒤 수메르를 다스린 왕으로 전한다. 길가메쉬는 영생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 '우트나피수팀'을 만나 그의 경험담에서 대홍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스라엘 민족 성경의 연원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있음을 말해준다. 방주가 걸린 산은 아라라트산(山). 높이 5천 백85m. 터키와 이란, 아르메니아에 걸쳐 있는데 제주의 한라산처럼 화산활동으로 생겨났다. 산정상부는 만년설로 덮여 있다. 아라라트 산 주변에 '에덴의 동산'이 있었다는 신화도 있고... 올리브의 원산지는 터키땅 언저리다. 따라서, 방주사건의 역사적 실재성 여부를 떠나 올리브 가지를 물고 왔다는 '아라라트' 산의 장소 설정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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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기름짜기--올리브 기름을 짠다. 요즘도 지중해 주변 유럽인들의 식탁을 장식하는 올리브 기름. 성인병 예방효과가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수입해다 먹는 올리브 기름은 포도주 만큼이나 로마시대 필수품이었다. 셍제르망 앙 레 ⓒ김문환 |
올리브의 용도는 기름. 우리네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필적할 건강 식품이다. 장수를 상징하는 지중해식단의 핵심이 바로 올리브 기름이다. 최근 올리브 기름 수입이 크게 늘어 제조업자들의 돈벌이가 괜찮은데, 로마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북아프리카 시골로 들어가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올리브 기름을 짜던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다. 올리브 기름으로는 불도 밝혔다. 흙으로 만든 등잔에 올리브 기름을 넣은 뒤 심지를 꽂아 불을 붙였다. 올리브 등잔은 유럽의 주요한 박물관에 유물로 다수 전시돼 있다. 포도와 포도주도 그렇지만, 올리브 재배나 상품화된 올리브 기름도 로마인의 손에 지중해 전역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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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기름짜는 시설. 리비아를 탐방하는 도중 촬영했다.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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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기름 항아리. 포도주 담는 항아리보다 크고 밑부분이 뭉툭하다. 브리티시 뮤지엄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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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등잔. 흙으로 등잔을 구워 올리브 기름을 넣고 심지를 박은 뒤 불을 밝혔다. 브리티시 뮤지엄 ⓒ김문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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