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합격자 발표가 거의 마무리 돼가고 있습니다.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 여유만만인 수험생도 있을 테고, 대기자 명단에 올라 최종 등록이 끝날 때까지 가슴을 조려야 하는 수험생도 있을 겁니다. 벌써 재수를 결심한 수험생도 있겠고, 또 원치 않는 대학이라도 일단 등록을 해놓고 2학기부터 반(半)수 생활을 할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한 수험생도 있을 겁니다. 대학 입시는 벌써 끝났건만, 수험생들의 고민은 이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에 사는 수험생들도 대학에 들어가기 직전, 이런 머리 아픈 고민을 하고 있을까요?
▲ 학생들의 안식년, GAP YEAR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는 ‘GAP YEAR’ 라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GAP’은 아시다시피 공백을 의미합니다. ‘GAP YEAR’는 초, 중,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기 직전의 1년간의 공백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학이라는 목표를 두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쉴 새 없이 공부를 해서 대학 합격증을 받아들고, 곧장 캠퍼스로 들어가 공부하는 대신 사회로 나가서 머리도 식히면서 사회를 먼저 배우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학생들의 안식년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친구들은 대학 신입생이 돼서 두꺼운 대학교재에 푹 파묻혀 있는 동안, GAP YEAR를 결정한 학생들은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든가, 동물 연구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든가, 후진국에 가서 빈곤층 어린이들을 돕기도 합니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들은 학생들의 GAP YEAR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규 교육과정에 파묻혀 있던 학생들이 곧장 대학에 들어와 공부하는 것보다는,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지적, 정서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미리 갖는 것이 나중에 강의실에 돌아왔을 때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거죠. 참고로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해리왕자도 대학에 입학하기 전, GAP YEAR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하는군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GAP YEAR와 관련된 책자, 인터넷 사이트, 여행사 등등 GAP YEAR와 관련된 각종 사업도 번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 한국, GAP YEAR 원천봉쇄
그렇다면 우리의 사정은 어떨까요? GAP YEAR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 여러 대학에 전화를 했는데, 대학들은 하나같이 대학에 합격한 신입생은 무조건 첫 학기에 등록을 하고,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규정이 있다나요? 이런 규정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들은 힘겨운 입시생활 이후, 잠깐의 안식년도 갖지 못하고 곧장 대학 강의실로 직행해야 합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초, 중, 고등학교 12년의 시간동안 자신들이 정말 뭘 원하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명문대학을 향해 앞만 보며 달리는 현실 속에서, 어찌 보면 GAP YEAR는 미국이나 영국보다 우리나라에 더욱 절실한 제도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사회 경험을 통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또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시간을 갖고 생각해본다면 그 1년은 인생에서 정말 값진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단, GAP YEAR 제도가 재수를 더욱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서는 곤란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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