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08학년부터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전면 도입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은 지난 97년 이후 정규 수업시간에 영어 과목을 듣고 있는데, 앞으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곧바로 영어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겁니다. 교육부는 국경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국제화 시대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해마다 많은 학생들이 영어 하나 때문에 외국행 비행기를 타는 상황(초등학생의 조기유학이 지난 6년 새 30배 늘었다고 하는군요) 에서 이제는 공교육이 보다 적극적으로 영어를 끌어안아야 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습니다.
영어교육 시기를 앞당긴 또 다른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현재 소득 계층에 따라 벌어져 있는 영어교육 혜택의 차이를 가능한 줄여보자는 겁니다. 서울 강남이나 목동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영어 유치원’ 이라고 불리는 유아 대상 어학원이 성행하고 있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 해외로 유학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참 많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기 한참 전부터 영어로 대화하고, 영어로 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아이들, 그리고 A, B, C부터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 사이의 영어실력 격차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작 시기를 3학년에서 1학년으로 2년 앞당긴다 하더라도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정규 영어교육이 2년 앞당겨지는 만큼, 사교육의 영어교육도 그만큼 발 빠르게 변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97년 초등학교에서 정규 영어교육이 시작된 시기에 맞춰, 초등학교 영어 사교육이 붐을 이뤘는데, 만약 초등학교 1학년 영어 정규교육이 시작된다면, 유치원 혹은 그 보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이 성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교육은 가능한 줄이면서 국가 차원의 조기영어 교육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영어교육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재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이 받는 영어수업 시간은 8백 시간이 채 안됩니다. 외국인이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하기 위해서는 2천 시간 이상, 중급자 이상의 수준이 되려면 1천 3백 시간 정도의 영어수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공교육이 제공하는 영어교육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공교육의 영어교육이 허전하다 보니까, 그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영어학원에 다닌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공교육이 제공하는 영어수업은 양적으로 좀 더 늘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영어교육의 수준이 좀 더 높아져야 합니다. 학교 영어수업의 수준은 무엇보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에 의해 좌우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요? 현재 서울 관내에서 영어를 전담하는 교사를 두고 있는 학교는 절반도 채 안됩니다. 쉽게 말하면 상당수의 초등학교에서 국어와 수학,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가 영어까지 가르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만나본 한 초등학교 교사는 발음이 워낙 좋지 않아서 영어수업 시간이 부담스럽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어떤 교사는 영어실력 때문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환경에서 영어를 공부한 학생들은 학교 영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학교 영어는 너무 쉽고, 유행에 뒤떨어진 구식이다 등의 편견 말이죠. 이런 또 다른 차원의 허전함에 학생들은 역시 영어전문 학원을 찾겠지요?
학교 영어교육의 양적인 면과 질적인 면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른 과목도 많은데 영어수업 시간만 무조건 늘릴 수도 없을 것이고, 영어를 전담하는 교사를 한꺼번에 늘리자면... 그 예산 감당하기 힘들 겁니다. 올해와 내년 2년간의 시범운영 기간 동안 교육부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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