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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빠리 3-프랑스

&nsp; 지중해 문명기 5권BR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BR(At of Mosaic and G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BR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nsp; 5.프랑스 &nsp;

 

-- 지중해 문명기 5권--

모자이크로 읽는 그리스 로마 문명
(Art of Mosaic and Greco-Roman Civilization)

--고대의 삶과 사랑--


2장. 테세라 모자이크의 세계

 

5.프랑스

 

1)프랑스(France)

2,3,4,5,6,7)빠리(Paris) 루브르(Louvre)--오늘 이야기

8,9,10) 셍제르망 앙 레(Saint Germain en Laye)

11)리용(Lyon)

12,13,14,15)비엔느(Vienne)

16)오랑쥬(Orange)

17)베종라 로멘느(Vaison La Romaine)

18,19)님므(Nimes)


◆ 1. 빠리 루브르(Louvre) 3--안타키아 3--파리스의 심판

 

콘스탄티누스 빌라 분수 모자이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로마문명의 다양한 얼굴에 대해 몰입하다 보면 동쪽으로 작은 쪽문이 보인다. 호기심을 갖고 살그머니 다가가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계단을 올라서 안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로마 모자이크관으로 이어진다. 지중해 주변 각지에서 걷어 온 사실 강탈해온 모자이크 세계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트로이 전쟁을 생각나게 하는 그리스 신화에서 여전사 아마존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관능미 넘치는 여신의 아름다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다 보면 이내 한상 가득 차린 것으로 보이는 연회, 이어 초기 기독교 실상을 잘 보여주는 경건한 종교 모자이크까지 고루 들여다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마치 방금 제작을 끝낸 작품을 대하듯 새물내 물신 풍기는 선명한 색상이 2천년 가까이 오롯하다.

 

전경--요정 에리스가 던진 황금사과의 주인공을 가리기위해 서로 최고의 미녀라고 뽐내는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여신이 오른쪽에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앉거나 서있다. 가운데는 트로이 왕국의 왕자로 이다산에서 양을 치던 파리스가 아나톨리아 프리기아 지방 양치기 모자를 쓴채 양에 둘러싸여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 왼쪽을 바라본다. 왼쪽에 구리빛으로 선탠한 듯 건강미가 넘치는 헤르메스가 상체를 굽혀 파리스에게 귀엣말을 전한다. 제우스의 뜻을 받들어 파리스에게 미인결정에 대해 코치하는 중이다. 오른쪽 위는 벌거벗은 에로스다. 왼쪽위 바위에는 에로스의 아내 프시케가 횃불을 들고 서있다. 테두리는 포도나무와 11마리의 새로 장식했다. 루브르 ⓒ김문환

 

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전 세계 그리스로마 신화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품이 기다린다. 그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 걸려 있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여신들(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의 미모를 살피며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판정하는 장면. 모자이크를 들여다 보자. 헤라 여신이 가운데 앉고, 왼쪽에 아테나 여신. 아테나 여신임을 알 수 있는 비결은? 전쟁의 여신이니 항상 방패를 들고 다니기 때문. 방패가 묘사돼 있다. 아프로디테는 헤라의 오른쪽이다. 가운데 미남자 파리스가 앉아 있고, 그 왼쪽에 구리빛 피부의 헤르메스가 미인을 고르라는 전갈을 전한다. 파리스의 심판은 비록 신화속이지만, 서양 고대사의 흐름을 바꾼 대사건으로 연결된다. [트로이 전쟁]. 그렇다면 심판 장면이 중대 사건을 심리하는 딱딱하고 장중한 분위기의 법정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신들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숨이 막힌다. 호기심 어린 앳된 표정으로 어리둥절해 하는 파리스는 역사를 뒤바꿀 무거운 이미지 보다 순수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친근한 인상으로 그려진다.

 

[파리스의 심판]에 얽힌 신화 내용부터 들여다 보자. 아킬레스의 아버지 펠레우스는 바다 요정 테티스를 끈질기게 쫓아다닌 끝에 펠리온산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인간사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한쪽의 일방적인 정성에 감동해 결혼하는 경우 곧 실제 결혼생활에 들어가면 불행시작이다. 펠레우스와 테티스도 마찬가지. 아들 아킬레스를 얻은 뒤로는 별거에 들어간다. 아무튼, 모든 신들이 하객으로 모여 축하해준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 제우스가 므네모시네와 꼬박 아흐레 밤을 동침해 얻은 9명의 딸, 즉 뮤즈(무사이, 음악과 학문의 주재)가 아름다운 선율로 음악을 다스리며 피로연을 벌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불청객이 나타난 것이다. 여신 에리스. 에리스는 불화(不和)를 상징한다. 에리스의 출현에 모두가 불길한 표정을 지었다. 에리스는 자신을 결혼식에 초청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묻다가, 불쑥 선물이라면서 '황금 사과'를 휙 던지고 사라졌다. "최고로 아름다운 여신이 주인"이라는 말을 남기고.

 

헤르메스와 파리스--한쪽 다리를 바위에 얹은 헤르메스의 발목에 날개가 달렸다. 신의 뜻을 전하러 다닐때 신는 날개 달린 신발이다. 옷은 벗어서 어깨에 걸쳤고, 알몸 한가운데를 나뭇잎으로 가렸다. 잘생긴 파리스는 고개를 돌려 미인을 고르라는 제우스의 방침을 전해듣는다. 루브르 ⓒ김문환

 

황금 사과를 차지하기 위한 심상치 않은 다툼이 벌어질 것은 예견 가능한 일. 3명의 여신이 나섰다. 최고신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 제우스의 딸인 아테나, 미의 여신이라는 아프로디테. 흔히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최고의 미녀라고 여기기 십상이지만, 그렇지 않다. 올림포스의 여신들은 한결같이 빼어난 미모를 가졌다. 늙지도 않고 만년 청춘에 아름다운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뿐 절대적인 기준으로 누가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에리스가 상징하는 불화, 즉 다툼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누구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이 판결을 누가 맡을 것인가? 최고신 제우스는 골치 아픈 이 일을 인간에게 맡기기로 했다.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지만, 그리스 문명권의 변방인 프리기아 지방의 이다산 양치기이자 원래 트로이 왕자인 '파리스'가 뽑혔다.

 

이남자! 파리스--왜 신들이 자신앞에 나타났는지 "무슨 일일까" 궁금해 하면서 진지하게 답변을 들은 뒤 이제 최종선택을 눈앞에 둔 단호한 결심까지 엿보이도록 만든 표정 묘사가 뛰어나다. "최고미인은 아프로디테"라는 파리스의 한마디에 신화시대 그리스인들이 생각해 낼수 있었던 인간사회 전체가 10년동안 전쟁에 휘말렸다. '트로이 전쟁'. 루브르 ⓒ김문환

 

한적한 이다 산중에서 양떼를 몰며 키타라를 연주하던 파리스 앞에 제우스가 보낸 헤르메스가 나타났다. 파리스는 깜짝 놀란다. 지엄한 신이 왜 나타났을까? 헤르메스로부터 내막을 전해들은 파리스. 그 길로 줄행랑을 놓고 만다. 잘못 판단했다가 당할 보복의 결과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헤르메스가 붙잡아 세워 "걱정말라"는 제우스의 의중을 다시 전하고... 그제서야 파리스는 심판직을 수락한다. 문제는 정작 심판이 되고 나서 생겼다. 평생 아름다운 여신을 한 명도 보지 못하고 저승으로 가는 게 필부들의 삶인데 3명을 한꺼번에 보니 파리스는 정신이 몽롱해졌다. 휘황한 미모가 발하는 빛. 가장 아름답게 치장하고 나타난 3명의 여신에서 터져 나오는 황홀한 아름다움의 정도는 상상을 넘는 것이었다. 파리스가 헷갈려 종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파리스. 밤새 맑은 이슬을 담뿍 머금어 영혼을 정화시킨 듯 순수하고 청아한 눈, 우수에 젖은 듯 페이소스 가득한 눈망울, 그속에서 역설적으로 햇살처럼 퍼져 나오는 강렬한 눈빛, 굳은 결기를 담아낸 듯 야무지게 다문 입술, 금발에 흰 피부가 조화롭게 어울린 미소년 파리스다. 파리스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유일한 작품이다. 루브르 ⓒ김문환

 

이렇게 경쟁이 치열할수록 정상적인 방법을 통하기 보다 은밀한 뒷거래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생겨나는 것도 세상 인심. 또, 그 뇌물이 영향력을 발휘해 깜빡 넘어가는 것도 평범한 인간들이 범할 수 있는 세상살이다. 파리스야 인간이니 그렇다 쳐도 여신들이야 인간이 아니니 인지상정(人之常情)을 적용할 수 없는데... 어차피 신이라는 게 인간이 창조해낸 산물이라는 관점에 따르면 신도 인간의 심성을 갖는 게 당연하다. 요즘의 고등종교라는 것도 믿어야 좋은데 가고, 많이 바쳐야 복이 생긴다니 그것도 신의 논리라기보다는 인간의 논리 아닌가!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오른쪽부터 아프로디테, 헤라, 아테나다.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 답게 투구를 쓰고, 옆에 방패를 세워뒀다. 그림에서 봐도 알지만 어느 여신이 예쁘다고 판단할수있겠는가? 여신들은 나이도 먹지 않고 항상 청춘이며 최고의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루브르 ⓒ김문환

 

3명의 여신이 은밀하게 파리스에게 제시한 뒷거래 내용은? 헤라는 최고 권력의 여신 답게 아시아를 통치하는 왕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참 매력적인 제안인데... 목동 파리스는 권력이 무엇인 줄 잘 몰랐으므로 관심 밖. 아테나는 전쟁의 여신답게 모든 전쟁에서 승리를 약속하지만, 역시 한가로운 산중에서 전쟁이 무슨 상관이람. 아프로디테는 머리가 좋았다. 한참 원기왕성한 청년에게 가장 관심있는 일은? 혈기방장한 청년이 관심가질 소재는? 양치며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헤다 알지못할 그리움에 휩싸일 것이란 답을 얻었다. 미의 여신답게 인간 가운데 최고의 미녀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양치기의 눈이 번쩍 뜨였고, 승부는 났다. 황금사과의 여주인공, 다시말해 최고로 아름다운 여신의 영예는 아프로디테에게 돌아갔다. 아프로디테는 훗날 그 약속을 지켰고, 그 여인이 바로 헬레나. 비극은 헬레나가 유부녀라는 점. 파리스가 스파르타 왕비 헬레나를 데려오면서 트로이 전쟁이 터진다.

 

아테나, 아프로디테, 헤라--왼쪽의 아테나는 파리스에게 모든 전투에서 승리, 가운데 헤라는 아시아왕의 자리라는 권력, 오른쪽 아프로디테는 최고의 미인을 뇌물로 약속하고 있다. 루브르 ⓒ김문환

 

'파리스의 심판' 모자이크가 발견된 장소는 로마시대 제국내 5대 도시의 하나로 번성하던 시리아 국경에 인접한 터키 남부 안타키아(Antakya). 1차 세계대전 때 폐허로 변해버린 다프네(Daphne) 유적지 '실내정원의 집'(Atrium House)에서 발견됐다. '실내 정원의 집' 식당인 트리클리니움(Triclinium) 바닥에 설치했던 모자이크다. 이 집은 115년 다프네를 황폐화시켰던 대지진 때 붕괴됐다가 2c 초 복원한 것으로 추정되고 모자이크는 그 때 설치된 작품으로 보인다.

트리클리니움 바닥은 'T'자 형태를 띤다. 이곳에 모두 3개 소재의 모자이크가 5장면으로 설치됐다. 'T'자의 가운데 중심선에 '1. 파리스의 심판'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아래로 '2. 포도주 마시기대회' 위로 '3.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가 자리한다. 'T'자의 양 날개는 '4. 사티로스'와 '5. 춤추는 마에나드'다. '포도주 마시기 대회'는 사티로스와 춤추는 마에나드를 배경으로 디오니소스와 헤라클레스가 포도주 마시기 대회를 여는 장면으로 아주 희귀한 소재다. 그러니까, 2번, 4번, 5번은 3장면으로 나뉘었지만, 크게 '포도주 마시기 대회' 하나의 소재다. 이 작품에서는 디오니소스를 응원하는 마에나드의 관능적인 춤사위가 볼만하다.

 

아쉽게도 루브르에서 볼 수 있는 모자이크는 '파리스의 심판' 뿐이다. 나머지는 미국에 흩어져 있다. '포도주 마시기 대회'는 미국 매사추세츠 워세스터 예술박물관에 있고,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도 미국에 있다. 중심 작품 '파리스의 심판'만 루브르에 전시중이다. 루브르에서 '파리스의 심판'을 볼 때는 나머지 장면도 모두 머리 속에 넣고 봐야 전체 윤곽을 그릴 수 있다. 그래야, 로마시대로 돌아가 이 집 식당의 화려한 분위기도 느끼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두고 보며 운치있게 살아가는 로마인들의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면모도 엿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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