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진행되는 사회 양극화의 그늘에서 허덕이는 서민·중산층 지원에 '방점'이 찍히면서 분배예산의 주축을 이루는 사회복지 예산이 예결위 심의과정을 거치면서 크게 불어났다.
이는 기본적으로 분배 중시의 참여정부의 정책기조가 반영된 측면이 강하지만 여야가 최근 들어 이념좌표를 '중도'로 설정하면서 분배주의적 색채를 강화하려는 정책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그동안 예산심의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국방예산과 공무원 경비가 전례없는 규모로 '칼질'을 당해 대조를 이뤘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 이뤄진 예산심의이지만 전체 총지출 감액폭이 예상외로컸다는게 예결위 안팎의 분석이다.
사회복지예산의 증액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무려 1조 3천210억원이 늘어나면서 올해 예산대비 증가율이 정부 원안의 10.8%에서 13.4% 로 크게 높아졌다.
대표적인 증액항목은 국민주택기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용도로 1조 4천억원이 새로 반영돼 서민주거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아동, 장애인, 기초생활보장자 등 취약계층 지원예산이 422억원, 보육시설 운영과 저소득가정 보육지원 예산이 176억원 늘어났다.
농업예산도 사회복지예산과 더불어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증액됐다.
무엇보다도 쌀시장 개방에 대비한 쌀변동 직불금 예산이 7천 365억원 증액된 것이 주목된다.
쌀 협상 비준안 동의에 따른 후속대책 예산도 2천 304억원이나 신규로 반영됐다.
농촌 유아교육·보육지원 예산도 228억원이 증액됐다.
이번 예산심의에서 호남, 충청, 제주지역의 폭설피해대책 예산이 1천 140억원 증액된 점이눈에 띈다.
통상 재해대책비는 예비비에서 책정돼왔지만 이번에는 신속한 자금집행을 위해 일반회계에 넣은 것.
호남지역의 대표적 '민원사업'이었던 호남고속철도 관련 예산이 당초 1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200억원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지역 봐주기용 예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병영시설개선이나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 분대장 활동비가 1천 908억원 증액돼 군복지와 관련한 정부의 개선의지를 엿보이게 했다.
그밖에 담배가격 인상 유보에 따른 건강보험지원예산이 788억원 삭감됐고, 항만인력공급체계 개선과 관련한 예산이 412억원, 소나무재선충 방재비용이 300억원 각각 증액됐다.
삭감심의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국방예산이었다.
매년 관행적으로 증액 편성돼온 전략투자비와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비 등 모두 4천 677억원이 삭감됐다.
한국형 헬기사업이 무려 189억원 삭감됐다.
국방예산이 이처럼 대폭 삭감된 것은 전례를 거의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대비 예산증가율이 정부원안의 9.8%에서 8.1%로 내려갔다.
공무원의 경직성 행정경비도 무려 4천113억원이나 깎였다.
지방 및 교육공무원을 포함한 공무원 인건비가 1% 삭감되고, 국회의원 세비 인상분(3%) 전액이 동결됐다.
국회의원의 해외시찰경비 10%도 깎였다.
서민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한 '고통분담'의 의미가 크다는게 예결위측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이 '삭감 0순위'로 지목했던 통일부 남북협력기금은 결국 1천 543억원이 삭감됐다.
남북협력 사업 활성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사업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한 교류협력사업과 청산여부가 불투명한 대북 경수로 사업의 거품을 뺀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서울대 수의대와 줄기세포 센터 예산 70억원도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세계줄기세포허브 연구비 40억원과 최고과학자 연구지원 예산 30억원이 감액됐다.
또 경기 활성화 용도로 쓰이는 재정자금 일시 차입금의 이자가 768억원 삭감됐다.
경기가 그만큼 풀리면서 재정 조기집행의 필요성이 약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재정집행률이 56%에서 52%로 내려갔다.
전반적인 삭감규모가 1조 5천억원 수준으로 올초 한나라당이 요구해온 8조9천억원의 삭감규모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삭감 폭이 1조원 이내에 그쳤던 통상적 수준 보다 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결위가 한나라당의 불참 속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봉균 예결위원장은 "삭감 부분은 한나라당과 합의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영시켰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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