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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집 9- 회랑, '파에드라와 히폴리토스'
정원 회랑의 서쪽면에 자리한 방에서 4개의 그리스 신화관련 모자이크(피라모스와 티스베, 디오니소스와 이카리오스, 포세이돈과 아미모네, 아폴론과 다프네)를 보고 나면 일직선으로 북쪽에 붙은 작은방을 찾게 된다. 이곳에 보존상태도 좋고, 작품 수준도 뛰어나며 내용도 널리 알려진 모자이크가 기다린다. 소크라테스와 같은 시기인 B.C 5c 아테네에 살았던 고전기 그리스 3대 극작가의 한명 유리피데스의 작품 '히폴리토스(Hippolytos)'로도 후세에 유명해진 그리스 신화인데... 의붓 어머니와 의붓아들의 사랑, 아니 정확히 의붓 어머니의 의붓 아들에 대한 짝사랑을 다룬 비극, '파에드라와 히폴리토스(Paedra & Hippolytos)'가 모자이크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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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드라와 히폴리토스--왼쪽에 히폴리토스가 서있고 그아래 사냥개가 있다. 사냥에 소질을 보였던 히폴리토스의 특징을 상징한다. 오른쪽에 파에드라가 앉아 있고, 위에 에로스가 불을 켜들고 파에드라의 가슴에 갖다 댄다. 사랑의 불을 지핀 것이다. 파에드라가 히폴리토스를 향한 연정을 불태우게 됐음을 말해준다. 파포스. ⓒ김문환 |
파에드라와 히폴리토스의 신화를 자세히 살펴 보자. 먼저 파에드라의 족보부터 들여다 본다. 파에드라는 크레타섬을 다스리던 미노스왕의 딸이다. 어머니는 미인으로 소문난 파시파에. 미노스 역시 페니키아의 아름다운 공주 유로파의 아들이니, 유로파의 손녀딸이자 파시파에의 딸인 파에드라 역시 미인이었을 것이다. 파에드라에게는 언니가 있는데, 바로 아리아드네. 아리아드네 얘기가 나오면 아테네의 테세우스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크레타섬의 괴물 미노타우로스(크레타 왕비 파시파에가 남편 미노스의 잘못에 대한 죄로 포세이돈의 벌을 받아 흰 황소와 관계해 낳은 반인반우(半人半牛)의 괴물)에게 공물로 바쳐졌다. 그러나,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도움 아니 사랑을 얻는데 성공해 목숨을 구한다.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건네준 칼과 실로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한 뒤 그녀를 데리고 줄행랑을 놨다. 하지만, 도중에 낙소스 섬에서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아테네로 돌아가 버렸다. 이때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여동생 파에드라도 데리고 탈출했는데, 아리아드네를 버려둔 채 동생 파에드라만 데리고 아테네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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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드라--왕비를 상징하는 옥좌에 앉아 있지만, 근심어린 표정이다. 히폴리토스를 사랑하게 됐지만, 그래서 연서를 보냈지만, 히폴리토스가 자신의 불륜을 받아들여 줄지 초조하게 기다리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에로스가 지핀 사랑의 횃불이 보인다. 파포스. ⓒ김문환 |
그러나, 다른 설도 있다. 파에드라와 아리아드네의 오빠 데우칼리온이 관계되는데... 데우칼리온은 테세우스와 친한 친구사이였다. 그래서, 여동생 파에드라를 테세우스와 결혼시켰다는 것이다. 어느 설을 따르든 테세우스는 파에드라와 결혼하기에 앞서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 아마존의 여왕 안티오페(혹은, 히폴리테, 혹은 멜라니페)다. 테세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아마존 원정에 참여해 안티오페를 선물로 받았다거나, 혼자 아마존 지역으로 가서 안티오페를 납치해 왔다는 두가지 설이 있다. 어느 설을 따르든 테세우스와 살던 안티오페가 죽은 뒤에야 파에드라와 테세우스의 결혼식이 정식으로 성사된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테세우스와 안티오페 사이에 아들이 한명 있었다. 히폴리토스(Hippolytos). 미모가 빼어난 어머니 안티오페를 닮아 잘 생기고 운동과 사냥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도통 여자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 아버지 테세우스랑 다른 모습이다. 테세우스는 말년에 어린 헬레네를 스파르타에서 납치해 오는등 여색을 밝혔는데... 테세우스와 결혼한 파에드라는 여러명의 자식을 뒀지만, 양아들 히폴리토스를 점점 사랑하게 됐다. 남편의 아들에 대한 연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하지만, 짝사랑이었다. 히폴리토스는 다른 여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파에드라의 사랑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아내와 정분을 쌓는 게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노릇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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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폴리토스--벌거벗은 채 사냥용 부츠를 신은 모습이 당당하다. 파에드라의 연정이 적힌 딥티콘(서책)을 오른손에 들었다. 얼굴표정으로 봐서 사랑고백을 이미 읽은 모습이다. 깜작 놀라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파포스. ⓒ김문환 |
이 보기 드문 연애 사건에 엉뚱하게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관여한다. 본인도 여러 차례 바람을 피우고 다녔지만, 아프로디테는 인간의 사랑문제에 개입하는게 주된 임무였다. 미와 사랑의 여신 답게 그녀는 사랑에 관심없는 사람을 벌주기로 이름 높았다. 히폴리토스가 그 대상이 된 것. "고얀 녀석. 아름다운 사랑을 우습게 여기다니... 너같이 목석같은 놈은 혼 좀 나야 한다." 아프로디테가 내린 벌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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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히폴리토스의 사냥개. 아마존 안티오페의 아들인 히폴리토스는 용감하고 사냥을 즐긴 젊은이였다. 파포스. ⓒ김문환 |
파에드라는 시녀를 시켜 히폴리토스에게 연애편지를 전하도록 했다. 시녀는 히폴리토스를 찾아와 파에드라를 죽게 할 수 없다면서 사랑을 받아 달라고 호소한다. 히폴리토스는 고민 끝에 아버지를 배신할 수 없다면서 거절한다. 여기서 문제가 커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을 고백했건만, 히폴리토스가 받아들이지 않자, 파에드라는 혹시 히폴리토스가 자신의 부정한 마음을 테세우스에게 알리지나 않을까 걱정됐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했던가! 파에드라는 선수를 쳤다. 테세우스에게 거짓을 알렸다. "아들 히폴리토스가 나를 범하려고 했어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테세우스. 제손으로 직접 아들을 죽이기는 힘들어 포세이돈에게 부탁했다. 귀양가던 히폴리토스는 포세이돈의 공작으로 말에서 떨어져 죽는다. 이 소식을 접한 파에드라 역시 자결한다. 비극적인 사랑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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