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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니소스의 집 9- 회랑, '아폴론과 다프네'
4개의 연작 모자이크 가운데 맨 끝에 자리하는 작품이다. 그리스어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어 놓지 않았지만, '포세이돈과 아미모네' 처럼 역시 쉽게 어떤 내용의 에피소드인지 알 수 있다. '아폴론과 다프네(Apollon & Daphne)'. 비결은 월계수(月桂樹, Laurel)로 변하는 요정, 다프네(Daphne)의 모습. 다프네와 월계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얽혀 있길래 '월계수' 나무를 보고 다프네임을 한눈에 알아 챌 수 있을까? 다프네의 집안내력부터 살펴보자. 그녀의 아버지는 '페네이오스'강 혹은 '라돈'강의 신이라고 한다. 둘 가운데 페네이오스강의 신이라는 설이 더 우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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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과 다프네--오른쪽에 아폴론이 쫓아가고 가운데 다프네가 숄을 두른 채 서 있다. 왼쪽 끝에 강의 신 페네이오스(혹은 라돈)가 비스듬히 누워 딸 다프네를 바라본다. 파포스. ⓒ김문환 |
어느 설을 따르든 공통점은 다프네의 미모가 천하를 움직일 만큼 뛰어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는 것. 너무나 아름다워 뭇 남성들의 가슴을 태웠다. 그러나, 미모 자체보다 주변을 더욱 감동시키는 것은 그녀의 정숙한 태도. 남성들이 사랑을 고백해 올수록 자신의 순결을 지키겠노라고 맹세를 하는 게 아닌가! 혼탁한 세상에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가진 여인이 있다니... 미모가 좀 된다 싶으면 우쭐거리고 남자들 우습게 여기고 그러다, 자기 내킬 때 남자 취하는 그런 반반한 여자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 다프네 같이 정숙한 생각을 가진 여인은 정녕 찾기 힘든 존재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다프네 같은 여인네를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하는데... 인간들의 욕심이야 내칠 수 있지만, 문제는 언제나 바람둥이 신들에게서 생긴다. 질투심도 강하고 여색도 밝혔던 젊은 태양의 신 아폴론이 다프네의 미모를 놓치지 않았다. 다프네가 정숙함을 맹세하고 정절을 지키며 산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꺾어 보겠노라고, 그래서 자신이 진정 잘난 남자란 것을 보여 주겠노라고 달려든 아폴론. 이미 이쯤 되면 인간적인 사랑이 아니라 다분히 자기과시성이 강한 동물적 욕망일 뿐이다. 과연 다프네가 색(色)에 눈이 먼 아폴론의 욕구 충족용으로 희생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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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숄을 두른 아름다운 다프네. 빼어난 몸매의 다프네가 나무 즉 월계수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미 다리는 나무로 바뀌었다. 아버지 페네이오스(혹은 라돈)이 딸을 아폴론의 유혹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월계수로 바꿔주는 순간이다. 파포스. ⓒ김문환 |
다프네는 달랐다. 신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자신의 정절을 바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화가나 눈이 뒤집힌 아폴론. "다프네, 네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고 내사랑을 받아 들이지 않는단 말인가! 고얀..." 아폴론은 완력을 쓰기로 했다. 요즘으로 치면 중범죄인 강제 성폭력인데... 다프네를 잡으려는 아폴론. 죽을 힘을 다해 도망가는 다프네의 모습이 모자이크에 잘 표현돼 있다. 가엾은 다프네는 아버지 페네이오스(혹은 라돈)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가까스로 아버지가 있는 강에 도착한 다프네. 신의 욕정에서 딸을 구할 방법이 없음을 깨달은 강의 신 페네이오스(라돈)는 아폴론의 손이 다프네에 닿으려는 순간 중대 결심을 했다. 딸을 나무로 바꿔 놓은 것. 아무리 신이라도 나무와 사랑을 나눌 수는 없는 법. 다프네의 예쁜 두 다리는 나무 뿌리, 고운 피부는 나무껍질, 하얀 두 팔은 가지, 치렁하던 머리칼은 잎으로 변했다. 월계수(月桂樹, Laurel)의 탄생이다. 그리스에서는 월계수를 다프네(Daphene)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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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의 상반신. 이미 월계수로 변한 다리를 제외하고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반신이다. 파포스 ⓒ 김문환 |
월계수에 대해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월계수(月桂樹)는 우리 옛이야기 '방아 찧는 달토끼와 계수나무'에 나오는 '계수(桂樹)나무'와 같은 종류인가? 먼저 달토끼 전설의 출처부터 따져 보자. 하얗고 예쁜 이미지 만큼이나 정감어린 토끼전설은 사실 중국 것이다. 우리의 전래 동화가 아니라 중국의 동화란 얘긴데... 서운할 것 없다. 지구촌 모두를 한 형제로 보면 되니까... 계수(桂樹)는 '향기나는 나무'의 총칭이다. 계피(桂皮)는 계수(桂樹)의 껍질을 말린 한약재다. 따라서, '계수(桂樹)나무'는 통상 '역전(驛前)앞'의 '역(驛)앞앞'과 같은 구조로 '계(桂)나무나무'가 된다. '나무 나무'가 두번 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학문적으로 '계수(桂樹)나무'라고 하면 '계수(桂樹)' 가운데 일본 원산의 한 종류를 말한다. 월계수도 '계수(桂樹)' 가운데 지중해 연안에서 나는 한 종류를 가리킨다. 정리하면 '계수(桂樹)'가 총칭이고, '월계수(月桂樹)'와 '계수(桂樹)나무'는 그 가운데 한 종류다. 중국의 달토기 전설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노랫말에까지 이름을 올린 '계수나무'는? 일본산 '계수(桂樹)나무'가 아니라 총칭을 가리키는 '계수(桂樹)'다.
참고로, 우리가 수정과에 넣어 마시는 계피(桂皮)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맵고 코끝을 탁 쏘는 특유의 향내를 가진 계피. 사람들은 이런 향을 좋아해 애용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바로 이런 향이 싫어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이유는? 그리스 신화. 그리스 신화에서 아름다운 요정 다프네가 월계수로 변했다. 월계수도 계수의 한 종류다. 그렇다면, 월계수의 껍질도 계피다. 다프네의 피부가 월계수 껍질이 된 게 아닌가! 그렇다면 3단 논법으로 계피를 먹는다는 것은 다프네의 희고 고운 피부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맵고 쓴 맛은 어데 가고 기막힌 향내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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