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는 내가 기자생활 15년을 통틀어 봐 온 홍보맨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자로 꼽는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가 만들어낸 많은 기사 제목들이 이런 능력을 증명한다. "쇠 젓가락으로 콩자반 집어 먹는 실력이 만들어 낸 쾌거"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 황 교수는 이런 말솜씨를 통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과학 애호가들을 만들어 냈다. 배아 줄기세포 복제 연구의 성과가 역사적인 업적이라 하더라도 그 업적이 이뤄지기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아쉬움 없이 얻어내게 해 준 공신이 바로 황 교수의 빼어난 홍보 능력이다.
그런 황 교수가 실수를 했다. 해야 할 말을 숨긴 실수다. 홍보의 제1 조건, "솔직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한 결과다. 숨기면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지만 결국은 어디에선가 구멍이 났다. 우리나라 홍보맨들이 흔히 느끼는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그들이 어김없이 겪는 낭패를 얻은 것이다.
지난 1일 어렵사리 인터뷰 한 사이언스지 편집장 케네디 박사의 말도 그랬다. 사이언스지는 황 교수의 논문을 두번이나 커버 스토리로 실었던 과학 저널이다. 케네디 편집장은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가려 이미 구문이 돼버린 난자 제공 경위에 관심을 더 두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난자 제공 경위에 대한 황 교수의 거짓말이다.
"난자 기증자에게 돈을 준 것은 사실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난자 기증 당시의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이 부분을 규제하는 법이 없습니다. 더구나 연구원의 난자 제공문제요? 그건 칭찬받을 일 아닙니까? 보세요! 과학의 역사는 자신의 몸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과학자들로 가득합니다."
'너무 황 교수를 두둔하는 것 아냐' 하는 생각에 질문을 바꿔 봤다. "만일 그런 문제들을 논문 게재 이전에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케네디 박사의 대답은 여전히 분명했다.
"난자매매가 만일 상습적, 조직적, 대규모로 이뤄진 것이었다면 황 교수에게 순수하게 기증받은 난자로 다시 실험해서 논문을 써달라고 부탁했을 것입니다. 연구원의 난자 기증은 그 연구원들에게 상사의 압력이 있었는지를 물은 뒤 아니라면 그대로 게재했을게 분명합니다."
그러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황 교수가 난자 제공 경위를 놓고 학계와 언론계가 제기한 의혹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다가 나중에 시인한게 문젭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숨기다가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그는 연구성과는 검증이 됐지만 거짓말은 잘못됐다는게 국제 생명과학계의 반응이라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앞으로는 연구 성과가 뛰어난 논문을 내놔도 거짓말이 없었나 한번 더 헤집어 볼 것이라는 뜻이다.
케네디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가 또다시 뛰어난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 저널에 게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질문에 대해 "YES"라고 힘주어 말할 만큼 확신에 차 있었다. 황 교수의 세계 줄기세포 허브가 이번 일 때문에 좌초하게 돼서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작은 실수 때문에 세계 생명과학 연구의 흐름이 벽에 부딪쳐 버린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 하는 모습이었다.
케네디 박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황 교수가 어서 연구실로 돌아가 더 좋은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희망은 단지 케네디 박사 혼자만의 것이 아닌게 분명하다. 줄기세포의 진위를 둘러싼 공방이 채 마무리 되기도 전에 의혹을 무리하게 취재하던 방송사를 호되게 몰아세우면서, 황 교수는 모든 의혹에서 벗어난 것으로 믿는 많은 네티즌과 국민들 모두가 공유하는 희망이다. 그만큼 황 교수는 한국인에게 몇 안되는 꿈나무다.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황 교수는 어서 연구실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더 나은 연구성과를 내놔서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이 말 그대로 의혹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바램을 덧붙이자면 이제는 '쇠젓가락'과 '과학자의 조국' 같은 카피 문구를 만들어 내는 일은 아무리 본인이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 맡겼으면 한다. 기자는 기사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것처럼 과학으로 말하는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정치인과 언론과 대중을 감동시켜 연구에 필요한 지원을 이끌어 내는 일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황 교수 외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배아 줄기세포 복제 연구는 어디에도 황 교수 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것 같지 않다. 사람이 동시에 두가지 일에 뛰어나다면 이왕이면 실수할 확률이 적은 쪽 하나를 선택해 집중하는게 더 효율적인것 아닌가 싶다.
------------------------------------ * 사이언스지 케네디 편집장은 생물학자이다. 하바드 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 대 총장과 미 FDA (식품의약청) 청장을 지낸 미국 과학계의 원로라고 한다. |
황우석 파문: 문제는 거짓말
BR 황우석 교수는 내가 기자생활 15년을 통틀어 봐 온 홍보맨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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