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첨단 카메라와 음향기술이 개발돼 곤충 생태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이 기대된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데이비드 아텐보로경의 진행으로 이달 말부터 방영되는 BBC 방송의 자연사 시리즈물 '덤불 속의 삶'에 사용되는 첨단기기들은, 곤충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근접해 일반에게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곤충세계의 놀라운 생존경쟁을 손에 잡힐 듯 담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잔점박이푸른부전나비가 개미를 속여 자기가 낳은 애벌레를 돌보게 하고 이를 눈치 챈 벌이 나비의 애벌레속에 자기 알을 낳아 결국은 개미가 키운 나비 애벌레에서 벌이 태어나는 것이다.
데이비드 경은 "지금까지는 피사체에 근접하려면 조명을 비쳐야 했는데 뜨거운 조명으로 피사체가 익어 버릴 수도 있었고, 생물들의 자연스러운 행동도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새로 개발된 전자 카메라는 최소한의 빛을 사용하고 렌즈 크기도 최소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접 촬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촬영된 중부 유럽 지방의 잔점박이푸른부전나비는 '사기꾼'으로 알려진 곤충.
이 나비의 애벌레는 특유의 소리를 내고 화학물질을 분비해 일개미로 하여금 여왕개미가 낳은 자식으로 착각하게 만들며, 개미는 나비 애벌레를 자기 집에 데려가 먹이고 씻기고 온갖 정성을 다해 키운다.
애벌레는 이렇게 해서 번데기가 될 때까지 개미 집에서 2년까지 살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개미를 속이는 잔점박이푸른부전나비도 속이지 못하는 것이 바로 기생충인 맵시벌이다.
잔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생태를 30년간 연구해온 생태·수문 학센터(CEH)의 제레미 토머스는 첨단 장비들을 이용해 맵시벌이 고유의 화학물질 페로몬을 분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맵시벌의 페로몬은 개미를 물리칠 뿐 아니라 개미들끼리 서로 공격하게 만든다.
개미집에서 일어난 혼란 속에 나비 애벌레가 소리를 내면 맵시벌은 소리를 듣고 가미카제처럼 내려앉아 애벌레의 몸 속에 알을 낳는다.
벌이 떠나고 나면 개미 집은 평온을 되찾고 개미들은 다시 애벌레에게 정성을 기울이지만, 애벌레가 번데기가 될 무렵이면 안에 있던 벌의 유충에게 속으로부터 파먹히고 결국은 벌이 태어나는 것이다.
CEH 연구진은 첨단 장비를 사용해 나비 애벌레들이 내는 소리를 포착했으며, 더 나아가 이런 소리를 녹음해 개미들에게 다시 들려주고 그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소리를 들은 개미들은 마이크로 다가와 더듬이로 쳐 보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나비 애벌레의 화학물질이 개미의 것과 너무도 똑같아 개미 집 속에서도 개미들을 속일 수 있을 정도라면서 벌들이 냄새로 애벌레를 구분해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며, 먼 곳까지 퍼져 나가는 소리를 듣고 애벌레를 찾아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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