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한국에 온 '동동' 브라더스

쇼팽 콩쿠르에서 나란히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동혁 형제가 지난주 토요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일본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는 임동민 씨를 맞이하러 김포공항에 나갔습니다. 며칠 일찍 한국에 와 있었던 임동혁 씨도 형을 맞이하러 나왔죠. &n

쇼팽 콩쿠르에서 나란히 공동 3위를 차지한 임동민-동혁 형제가 지난주 토요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일본 공연을 마치고 귀국하는 임동민 씨를 맞이하러 김포공항에 나갔습니다. 며칠 일찍 한국에 와 있었던 임동혁 씨도 형을 맞이하러 나왔죠.

 

그러고 보니 쇼팽 콩쿠르가 끝난 지 딱 2주 후 토요일이었습니다. 저는 덕분에 그 날 휴일 근무를 ‘자청’해야 했습니다. 쇼팽 콩쿠르 보도를 ‘벌려 놓은’ 당사자로서 끝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했으니까요.

" 콩쿠르, 끝나서 후련해요"

공항에는 어떻게 소식을 알았는지 팬클럽 회원들이 몇 명 나와 있었습니다. 형을 기다리느라 먼저 나와 있던 동혁 씨에게 수줍게 다가와 사진 찍기와 사인을 요청하곤 했습니다. 동민 씨가 탄 비행기는 2시 20분 도착 예정이었습니다. 넉넉하게 1시 40분쯤부터 입국장에서 기다렸는데, 결국은 2시 40분이 다 돼서야 동민 씨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몇몇 소녀들의 탄성 속에 동민 씨는 ‘검은 선글라스’를 쓴 채(동혁 씨가 ‘형, 그거 mc 스퀘어 같아’라고 한) 게이트를 걸어 나왔습니다. 곧바로 동혁 씨와 함께 공항 귀빈실로 입장. 곧 돌아온 '동동 브라더스'(동민-동혁 형제에게 팬들이 붙인 애칭)의 기자회견이 시작됐습니다.


기자회견이라고는 하지만 신문 기자들은 거의 나오지 않은 자리였습니다. 이미 신문 기자들은 콩쿠르 직후 전화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 형제의 이야기를 많이 다뤘었으니까요.

하지만 ‘현장성’을 중시하는 방송 기자로서, 이들이 한국에 왔으니 ‘실감 나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여러 팀이 참석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결 같이 콩쿠르가 끝나서 ‘후련하다’고 했습니다. 동혁 씨는 ‘콩쿠르는 즐길 수 없는 것’이라며, 이번 쇼팽 콩쿠르는 더구나 기간이 길어 컨디션과 체력 관리가 연습 못지않게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폴란드 연주자에 대한 지원이 두드러져 다른 출전자들이 주눅이 들 정도였지만, ‘주눅 들지 않은 연주’를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동민 씨는 그저 ‘결선이 가장 어려웠고, 연습 과정이 힘들었다’고만 말했습니다.


형제 피아니스트-경쟁자이자 동반자


형제가 함께 콩쿠르에 출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형제지만 경쟁자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동혁 씨는 ‘신경이 쓰인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습니다. 나름대로 마지막 콩쿠르라고 생각했고,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형에 관해서는 그렇게 안 됐다‘고요. 하지만 동민 씨는 '저 할 것만 잘 하면 되잖아요.’ 하며, 경쟁은 동생하고만 하는 게 아니라며, 별로 신경 안 썼다고 했습니다.

 

음악가 중에 형제나 자매들도 꽤 있지만, 이렇게 형제가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는 별로 많지 않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이름은 피아니스트 라베크 자매 정도? 그래서 두 사람에게 서로의 연주를 ‘평가’해 달라고 했더니, 동혁 씨는 ‘형이 음악에 대한 접근이 저보다 더 진지한 것 같아요’라고 했고, 동민 씨는 ‘동혁이는 장점이 많죠. 재능이 뛰어나고, 손도 잘 돌아가죠.’라고 간단히 답했습니다.


대개 동민 씨는 진지하고 파고드는 연주를, 동혁 씨는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연주를 한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두 사람의 개성이 이렇게 다른데도 불구하고 쇼팽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평균 점수 소수점 두 자리까지 똑같이 나와 공동 3위를 했다는 것은, ‘운명’, ‘하늘의 뜻’인 것 같다고, 아버지 임홍택 씨는 말했습니다.

 

두 사람이 쇼팽 콩쿠르에 출전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기 때문에 서로 양보할 수 없었고, 공도 많이 들였다고 했습니다. 쇼팽 콩쿠르가 열리는 1달 동안은 바르샤바 시내가 마치 월드컵이 열리는 도시 같았고, 폴란드 대통령이 ‘30년 염원이 오늘 이뤄졌다’는 말을 할 정도로 폴란드 연주자의 우승을 염원하는 분위기 속에, 동민-동혁 형제가 나름대로 꿈을 펼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 박현옥 씨는 폴란드 연주자가 연주도 잘 했고, 워낙 이번에는 폴란드에서 우승자가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에, 폴란드 연주자가 1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이왕이면 3위가 아니라 2위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2위, 또 한 사람이 3위, 이렇게 갈리지 않고 나란히 같은 등수를 받은 것은 부모 입장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솔직히 말했습니다.



운전면허 따기와 잠 실컷 자기

앞으로 어떤 연주자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동혁 씨는 ‘진짜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연주자가 되는 것이 너무 어려운 것 같다며, 이제 콩쿠르가 끝났으니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매달리지 못했던 현대 음악이나 바로크 음악을 더 공부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 레퍼토리로 삼았던 쇼팽을 접는 것은 아니고, (동혁 씨는 ‘쇼팽을 안하면 제 연주 밑천이 없어지는데요?‘ 하며 기자들을 웃겼습니다.) 쇼팽 작품들을 계속 즐겨 연주하겠지만, 레퍼토리를 넓히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콩쿠르는 그만 나갈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동민 씨는 ‘어떤 연주자가 되겠다, 이런 건 없고, ’그냥 열심히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콩쿠르에 또 나갈지도 몰라요. 일단은 잠을 좀 자고 싶어요‘라고 답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오랜만에 휴식을 갖는 셈인데, 현재 속성 운전 학원에서 ‘운전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동혁 씨는 운전면허를 따고 출국하는 게 목표이고(이미 필기시험에는 합격해 놓은 상태입니다), 동민 씨는 잠을 충분히 잔 뒤에 운동을 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도 팬들이 따라와 뒤편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며 대답을 할 때마다 작은 탄성을 내곤 했는데, 동혁 씨는 콩쿠르 기간에는 부담이 될까 봐 팬 카페에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밤새 콩쿠르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볼 정도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동민 씨 역시 팬들의 성원을 콩쿠르 기간에는 확인하지 못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앞날을 더욱 기대하며

두 사람은 현재 독일의 하노버 음대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빠르면 내년쯤부터 미국 메네스 음대로 옮겨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두 사람 다 피아니스트 리처드 구드를 사사하고 싶다는군요.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두 사람이 이제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3월 두 사람이 쇼팽 콩쿠르 출전곡으로 한국에서 릴레이 콘서트를 했을 때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그랬지만 동민 씨는 참 인터뷰하기 어려웠습니다. 좋게 말하면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무심함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말투는, 사실 방송에는 잘 안 맞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을 해도 항상 동혁 씨가 먼저 대답하고 동민 씨가 나중에 그 말을 받아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팬 클럽 회원들과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니,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처음이라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동혁 씨에 비해서 동민씨는 지금까지는 국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적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기자회견 내내 굉장히 담담했던 것 같습니다.


두 사람 다 사실상 국내 데뷔 처음부터 쭉 지켜봐 온 취재기자로서, 저는 이 두 사람의 앞날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이미 많은 성취를 이뤄냈지만, 아직 이룰 게 더 많은 사람들입니다. 쇼팽 콩쿠르라는 큰 산을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넘은 피아니스트 형제 임동민, 임동혁. 이들은 ‘아직 공부할 게 많다’고 스스로도 말했습니다. 이들의 미래에 더욱 큰 기대를 가져보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