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경시대회, 증권경시대회, 경제경시대회, 지리경시대회, 토론경시대회.... 각각의 단어는 참 익숙한데, 조합이 어색하고, 생소합니다. 모두 최근에 생긴 경시대회 명칭입니다. 요즘 정부기관과 언론사, 사설학원들이 앞 다퉈 이런 특색 있는 경시대회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마다 학생들의 특성과 소질 개발을 위해 경시대회를 만들었다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도 나도 각종 경시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하고, 경력꺼리를 쌓아두는데 나만 이걸 무시하고 학교 공부에 몰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 특히 특목고 입시를 앞둔 중학생과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경시대회를 항상 염두해 둬야 한다고 하는군요.
경시대회 문제는 아시다시피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수의 참가자 가운데 극소수의 우수한 학생을 골라내는 시험이다 보니 교과서 내용 이상의 수준으로 문제를 내기 때문입니다. 경시대회에 참가해 입상을 노리는 중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눈여겨 봐야하고, 고등학생들은 대학교 과정을 기웃거려야 합니다. 자기 능력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각종 전문학원과 개인 과외를 받아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학생들의 공부 부담 못지않게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도 클 것 같습니다. 공부하겠다는데 이를 말릴 학부모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경시대회의 이런 부담은 교육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교육부는 경시대회를 대폭 줄이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2007학년도 입시부터는 대학들이 가능한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권고했고, 한 해 천개 이상 열리던 각종 경시대회 가운데 70%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수시모집이나 특별전형에서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자율적으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모 대학 입학처장은 인터뷰에서 동일한 조건을 가진 학생이라면 가능한 경시대회 입상 성적이 있는 학생을 택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경시대회 성적이 당락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시대회의 70%를 줄이겠다고 한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 담당 직원을 찾아가서 물었더니 그동안 경시대회 몇 개가 폐지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하더군요. 한심합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과 소질을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보자면 경시대회는 물론 필요합니다. 하지만 학생보다는 경시대회를 개최하는 기관의 명성과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우후죽순 생기는 경시대회는 학생들에겐 큰 짐이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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